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으로 충남 인권조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2월2일 자유한국당이 다수당인 충남도의회에서 ‘충남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하자 안 전 지사는 재의결을 요청했다. 안 전 지사는 2월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은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을 수 없고, 정쟁이나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6월30일까지 충남도의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참석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폐지된다).

한때 인권조례의 디딤돌이었던 안 전 지사는 이제 걸림돌이 되었다. 3월9일 ‘충남도 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 요구 철회 대회’에는 5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대회에서 보수 개신교 신자들은 “도민을 분열키시고 음란 문화와 성폭력을 조장할 가짜 인권조례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그간 외치던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라는 구호에 ‘음란 문화’ ‘성폭력’이 추가된 것이다. 3월7일 안희정 전 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반동성애 모임 단체 카톡방에 “여성 성도님들 중심으로 참석하도록 협조 요청한다”라는 모집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권조례 지지자들은 최악의 악재를 만났다. 그럼에도 인권조례의 필요성은 변함없다며 안희정과 인권조례를 분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우삼열 충남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안희정의 성폭력과 비열한 행태를 규탄한다. 그러나 충남 인권조례는 안희정을 위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충남도민 인권을 위한 헌법의 실천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2월2일 김종문 충남도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표결에 앞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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