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웅군은 만 18세이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생일(10월)이 지나지 않아 아직 선거권이 없다. 누구보다 정치와 시민 참여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인데도 임군은 6월13일 지방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다. 지난 3월5일 국회에서 열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주최한 ‘선거 연령 하향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만 18세에게도 투표권을!”을 외친 까닭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권은 만 19세 이상 국민에게만 주어진다. 19세 미만 국민은 선거운동에도 참여할 수 없다. 그는 올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를 위해 표를 행사하고 선거운동도 하고 싶었지만, 몇 개월 차이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정당에 가입하고 싶어도 예비 당원으로밖에 가입이 안 되며 할 수 있는 활동도 몇 가지가 안 된다. 만 18세 국민의 선거권과 정치 참여권이 제한된 나라는 OECD 3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시사IN 윤무영
임군은 중학생 때부터 평화·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통일공감연대 정시민’이라는 청소년 NGO를 만들어 북한 인권 개선, 군대 내 소수자 보호, 국가보안법 개정 운동 등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벌이고 워크숍을 열며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그를 향해 한 친척 어른이 물었다. “너 운동권이니?” 임군은 ‘운동권’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날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

그가 보기에 또래 친구들은 사회참여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친구들은 그를 ‘정치충’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임군은 2016년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친구들을 보며 생각을 달리했다. 그는 “청소년은 정치적으로나 시민으로서 미성숙한 존재라는 생각을 내 스스로 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평소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많은 친구들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광장 민주주의를 겪으며 청소년 시민의식은 훌쩍 성장했는데 어른들의 시선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촛불집회 당시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청소년을 치켜세웠던 어른들은 이제 다시 공부에 충실해야 하는 ‘미성년자’로 바라본다. 임군은 “우리는 대통령만을 바꾸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더 많은 권리를 누리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첫걸음이 선거 연령 하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올 6월 선거, 청소년의 투표로 당을 심판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