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올림픽 중계 강국 한국을 꿰뚫다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시사IN 조남진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했다.
2월9일 캐나다 동부 시간으로 오전 6시. 잠에서 깨자마자 늘 하던 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남녀 앵커가 건조하게 뉴스를 전달하던 평소와 다르게 화면이 번쩍번쩍했다. 음악 소리가 귀에 쏙 들어왔다. 조용필의 ‘단발머리’. 평창올림픽 개막식이었다. 나는 선수들이 입장하는 화려한 장면과 소리 속으로 단번에 빨려 들어갔다. 출근 시간을 뒤로 미룰 만큼 신기하고 재미있는 개막식이었다.

내가 겨울 올림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부터였다. 대회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을 뿐만 아니라, 김연아 선수가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밴쿠버 올림픽은 모든 면에서 캐나다다웠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단순 소박했고, 대회는 전반적으로 건실하고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개막식에서부터 21세기 들어 새로워지기 시작한 ‘한국다움’을 잘 드러냈다. 2000년대 한국의 대표 이미지는 ‘IT 강국’과 한류이다. 개막식을 보면서 내 눈에 가장 인상적으로 들어온 두 가지 장면이 있었다. 하나는 관중석을 이용한 ‘전자 카드섹션’, 다른 하나는 선수들이 입장할 때 보여준 자원봉사자들의 ‘무한 댄스’였다. 이 장면들이 바로 21세기 한국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캐나다 언론의 평창올림픽 중계와 보도는 각별했다. 녹화 중계를 했다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는 개막식을 새벽에 생중계하고 저녁에는 녹화로 다시 보여주었다. 공영방송 CBC 캐스터가 전하는 내용 또한 놀라웠다. 캐스트는 한반도가 처한 위기 상황을 이야기하고 관련 국가 선수단이 들어올 때마다 그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이를테면 중국 선수단이 등장하자 “중국이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에 입장할 때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박종아(한국)·정수현(북한) 선수가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자 “긴장 국면에서 화합과 평화를 가져올 이벤트”라며 올림픽 최초로 결성된 단일팀의 의의를 소개했다. 최종 성화 점화자였던 김연아 선수를 보고 캐스터의 목소리는 절정에 달했다. “성화 점화자로 김연아 말고 그 어느 누가 나설 수 있겠는가. 김연아는 이 나라의 보배다”라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캐나다 언론의 평가는 초기에 이미 최고점을 주면서 시작되었다.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 스타〉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제목은 ‘평창올림픽의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였다. 이전에 열린 올림픽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평창은 그런 걱정거리 하나 없이 대회를 잘 준비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캐나다 언론들은 평창을 이야기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남북한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에 대한 뉴스는 물론이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과 그 의미에 대해서도 경기 소식을 전하는 와중에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런 언론들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CBC는 단일팀이 전패 기록으로 경기를 모두 마치자 팀 구성의 의미와 성과를 결산하는 기사를 따로 내보내기도 했다.

캐나다는 ‘겨울 스포츠 강국’이자 ‘겨울 올림픽 중계 강국’이기도 하다. 공영방송 및 스포츠 채널뿐만 아니라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는 여러 경기를 동시에 생중계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생방송 중계가 동시에 6~7개씩 진행되기도 한다. 녹화와 하이라이트는 언제든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캐나다 방송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캐나다 언론들이 한국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정세와 같은 큰 문제를 정확하고 적절하게 거론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와 소리를 방송에 적절하게 녹여넣은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올림픽 방송 중에 등장하는 한국의 전통 이미지. 화면 전환용으로 보여주는 영상의 바탕 그림은 한국의 전통 문양이다. 창틀 모양의 무늬도 있고 화려한 단청도 보인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대한민국’과 ‘평창’이라는 한글. 한국의 자연 풍경과 사찰을 담은 화면은 지금까지 보았던 올림픽 개최지 소개 영상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다. 내가 한국 사람이니 그리 보일 수도 있겠다.

ⓒ시사IN 조남진‘행동하는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에는 IT와 케이팝을 이용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캐나다 언론들은 그 어느 때보다 평창을 열심히 전했지만 올림픽 자체에 대한 캐나다 시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월드컵이나 여름 올림픽이 열리면 모국 국기를 차에 꽂고 다니는 자동차가 눈에 많이 띈다. 겨울 올림픽이 열릴 때면 캐나다 국기가 거리를 누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는 그런 광경이 등장하지 않았다. 겨울 올림픽에서 국기를 차에 꽂을 만큼의 관심을 유발하는 종목은 남자 아이스하키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키에 대한 관심이 푹 가라앉았다. 세계 최고 기량을 지닌 NHL(북미하키리그) 선수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한 탓이다. 캐나다 사람들의 관심이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캐나다와 미국이 결승전에서 붙었을 때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 맞으며 길거리 응원을 펼치던 세계 최고의 열성 팬이다. 그런 폭발력을 평창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 캐나다에서 보기에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NHL 불참’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 상황’ ‘겨울 스포츠 불모지’ 같은 악조건이 겹쳐 있어서, 캐나다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며 걱정을 했다.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자마자 그런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평창의 경기 시설은 그 어느 개최 도시보다 훌륭해 보였다. 그 시설에 걸맞은 매끄러운 대회 진행 또한 돋보였다. 캐나다 쇼트트랙 대표 킴 부탱 선수 사이버 테러에 관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평창올림픽에 대한 전반적인 호평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캐나다의 언론과 젊은 대중들은 폐막식에 나오는 케이팝 가수로 누가 어울릴까, 누가 나올까 하는 것에 부쩍 관심을 많이 보였다.

여러 악조건과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을 과시하며 올림픽이라는 국제 스포츠 제전을 이렇게 호평 속에 운영한다는 것은, 한국이 스포츠 강국을 넘어 이제는 문화 강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이 지닌 문화적 자산과 역량을 여러모로 잘 보여주었다.


독일

독일 신문에 실린 역사적인 악수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하나의 작은 해프닝으로 시작되었다. 독일의 제1 공영방송 ARD는 개막식 중계를 위해 영어·독일어 동시통역사만을 대기시켰다.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한국어로 환영사를 했다. 조직위원장이 환영사를 하는 동안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독일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어를 들어야 했다. ARD 측은 조직위원장이 한국어로 인사를 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어로 말할 것을 예상하기가 어렵나”라며 비웃었다.

한반도와 똑같이 분단과 대립을 경험해서인지 독일 언론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남북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두 개의 역사적인 악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악수 사진을 크게 실었다. 성화 주자로 나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남북 선수들이 계단을 오르는 장면을 역사적인 남북 평화의 제스처로 소개했다. 〈슈피겔〉은 2월17일자 지면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올림픽을 자신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피겔〉은 ‘지금 시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를 위한 유일하면서도 현실적인 기회’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외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대에 대해 “조건들이 미리 충족되어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매우 영리한 외교’라고 평가했다.

ⓒ시사IN 조남진2월10일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아이스하키 여자부 예선전을 응원하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의 시설에 대한 선수들의 높은 만족도도 독일 언론에 자세히 소개되었다. 알폰스 회르만 독일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이 지금까지 경험한 최고의 시설이라고 말했다”라며 선수들의 반응을 전했다. 독일 언론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여러 언론을 통해 ‘썰렁한’ 관중석의 분위기가 지적되었다.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는 ‘평창에 어둠이 깔리면’이라는 기사를 통해 유럽의 텔레비전 중계방송 때문에 늦은 시각에 벌어지는 경기가 많고, 특히 그런 경기에는 관객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간지 〈차이트〉는 알파인스키에서 금메달을 딴 노르웨이의 악셀 룬 스빈달의 발언을 통해 평창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건 정말 이상하고 슬픈 일이다. 만약 우리가 오스트리아·노르웨이·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경기를 했다면 5만명이 관람했을 것이다”라며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독일 언론은 자국 대표팀 성적에 대해서 호평했다. 2월23일 현재 금메달 13개 등 25개 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19개 메달보다 더 많다. 특히 독일 언론은 남자 아이스하키 팀이 연장전 끝에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스웨덴을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하자 크게 보도했다. 독일이 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4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평양’올림픽 아닌 ‘평창’올림픽이에요

스웨덴·고민정 통신원

스웨덴 주요 일간지도 북한 선수단 참가에 주목했다. 남북한 선수들의 공동 입장과 북한 고위급 방문단의 소식을 다뤘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호전적이었던 북한이 ‘평화 행보’에 나선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스웨덴 언론은 개막식과 폐막식만 열리고 올림픽이 끝나면 해체되는 올림픽플라자 등의 비용 문제를 자세히 다루기도 했다. 2월23일 현재 금메달 5개를 따며 스웨덴 국가대표팀이 선전하자 급하게 항공권을 구해 한국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에피소드가 보도되기도 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필자가 느끼기에 스웨덴과 한국은 교류가 많지 않아 여전히 가깝지 않은 나라이다. 예를 들면 ‘평창’과 ‘평양’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발음이 어려운 탓인지 정말 평양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으로 알고 있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이번 올림픽 때 네덜란드 얀 블록하위선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에서 개를 더 잘 대해달라”고 말해 네덜란드 선수단장이 공식 사과하는 등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1월 말 올림픽 개막 직전에 한 스웨덴 언론에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보도되어 논란이 되었다. 석간신문 〈엑스프레센〉은 한국에서 개를 도살하고 양념하고 보신탕을 끓이는 장면을 보도했다. 스포츠 일간지들도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기사가 퍼져 나갔다. 스웨덴의 동물보호 단체들은 크로스컨트리 선수 샬로테 칼라 등 인기 스포츠 스타들에게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유럽인들에게 익숙한 알파인스키가 한국인에게는 낯선 종목이어서 관람객이 적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스웨덴 최대 석간신문 〈아프톤블라뎃〉의 칼럼니스트 파트릭 룬드베리는 2월20일자에 ‘한국에서는 개들만 희생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엑스프레센〉과 스포츠지 보도에 대해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마치 야만인 문화로 취급하는 것은 인기 끌기 위주의 선정적인 보도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이 아니지만 북한 못지않게 인권침해가 빈번하다’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는 칼럼에서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성 소수자·미혼모 등 인권 문제, 해외 입양, 재벌의 언론 통제, 부정부패 등을 열거했다. 그는 스웨덴 사람들이 구글 검색을 해도 알 수 없는 한국의 치부를 자세히 다룬 것이다. 이 칼럼을 쓴 룬드베리는 한국 입양인 출신 언론인이다.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같은 해 스웨덴으로 입양되었다. 문화적 갈등 때문에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성장기의 자전적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2014년 한국에서 〈겉은 노란〉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의 한국 사회에 대한 지적은 예리하고, 글은 명료하면서도 친근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성장 과정에서 관찰한 그만의 시선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킨 시민들의 힘이나 재벌에 휘둘리지 않은 독립 언론, 한국 내 인권운동 등을, 스웨덴에서 그나마 ‘한국통’이라는 룬드베리의 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프랑스

프랑스가 잘 모르는 매력적인 나라


파리·이유경 통신원

“한국은 프랑스에 알려지지 않은 깊은 매력의 대상이다.” 프랑스 유력 신문 〈르몽드〉에서 한국 기사를 전담하고 있는 필립 메스메르 특파원이 쓴 2월17일자 기사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그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약칭 ‘COR’이 고려 시대에 한반도를 지칭했던 프랑스어 ‘Corée(코레)’에서 연유한 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2015~2016년 한국·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의 영향을 상기시켰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이 2배 이상 늘어 4000명을 넘어섰고, 특히 18~30세 연령대가 많은 점을 주목했다. 상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핫이슈는 북한의 올림픽 참여였다. 〈르몽드〉의 또 다른 특파원 필립 폰스는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데 새로운 한발을 디뎠다’라고 평가했다. AFP와 함께 기획한 기사에서 〈르몽드〉는 개막식 성화 봉송 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남북 선수가 손을 잡고 성화를 전달하는 모습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기대했던 상징적 제스처’라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악수 장면을 두고도 ‘진부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비범한 행동’이라고 소개했다. 개막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던 프랑스 외무장관 장이브 르드리앙은 개막식의 “강력한 상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사람들이 ‘올림픽 정신이 이뤄졌고, 평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그저 ‘휴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현실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엥포〉와 〈르피가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실현된 5G 기술에 주목했다. 개막식에 1218개의 드론으로 만든 오륜기를 극찬하며 태블릿으로 스키 선수의 하강을 직접 보고, 봅슬레이 경기를 가상현실 카메라로 체험하는 등 5G 기술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자세히 보도했다.

물론 긍정적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창에 파견된 프랑스 기자들은 스케이트 경기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한국 관객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프랑스티브이스포츠(Francetvsport)의 캉탱 라멜레 기자는 “테사 월리 같은 대표 선수가 참여하는 경기인데도 8000명의 관객은 족히 들어갈 관중석에 거의 아무도 없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를 두고 스포츠 전문지 〈레키프(L’Équipe)〉는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알파인스키가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종목이다. 한국 관중들은 피겨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 하키, 스켈레톤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2022년 베이징올림픽 벌써 기다린다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뜨거웠다. 주요 언론은 평창올림픽 개막식부터 올림픽 기간 내내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특히 북한의 참여에 주목했다. 중국 외교부는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를 기쁘게 생각하며, 양국의 긴장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한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북한 고위급들의 개막식 참여를 보도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일정 및 구체적인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 국영 방송인 CCTV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코치들과 선수들을 인터뷰해 내보냈다. 북한 응원단의 열정적인 응원 모습도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올림픽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평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개막식은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이번 개막식이 매우 창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종 점화자로 나선 김연아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의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지역이 한국 드라마의 촬영지가 많은 곳이라며 관광 정보를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에서는 기자가 직접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 가서 체험한 한국의 먹을거리를 소개했다. 주변 음식점 소개부터 식사비를 인민폐로 환산했을 때 얼마 정도인지 등 상세히 전했다.

ⓒ시사IN 조남진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우다징 선수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한국이 올림픽을 통해 보여준 정보통신 기술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개막식을 비롯해 올림픽 현장 곳곳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G 통신 서비스 등이 발현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평창올림픽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강릉 올림픽파크에 홍보관을 열었다. 마윈 회장이 직접 방문해 시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기를 원했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가 2028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맺은 올림픽 장기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의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2월23일 현재 남자 쇼트트랙 500m 경기에서 우다징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기근에 시달리던 중국 대륙이 들썩였다. 신화통신과 CCTV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이 톱뉴스로 보도했다. CCTV는 “우다징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뿐 아니라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면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쇼트트랙에서 중국 선수들의 잇단 실격 판정에 누리꾼들은 웨이보와 웨이신 등 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쇼트트랙 라이벌이자 주최국인 한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드러냈던 누리꾼들은 “우다징은 영웅이다” “우다징은 금메달이 아니라 세계기록을 세우기 위해 참가했다”라며 열광했다. 우다징도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친구들아, 고생했다. 우리는 2022년 베이징을 더 기대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중국은 4년 뒤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을 주최한다. 벌써부터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위상을 세계에 펼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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