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무실 책상에 핵 버튼이 있다고 엄포를 놓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으로 받아쳤다. “내 핵 버튼은 훨씬 더 크고 강력하며 잘 작동한다”라고. 그러자 미국 언론들은 왜 사실도 아닌 얘기로 긴장을 고조시키느냐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있는 게 콜라 주문용 ‘코크 버튼(coke button)’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북·미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걸맞지 않게 희화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위기가 닥쳐도 긴가민가한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사진)의 주한 미국 대사 낙마 배경을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낙마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라는 군사 옵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코피 전략’이라고도 불린다. 먼저 상대방의 코피를 터뜨린 쪽이 승리하는 아이들 싸움처럼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전의를 꺾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언론에서는 핵과 미사일 시설이 모두 공격 대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미사일 시설이 목표다. 이 밖에도 20여 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코피 전략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이 흥미롭다. 빅터 차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 대사 낙마 전까지는 트럼프의 핵 버튼 트윗처럼 과장된 허풍으로 여겼다. 하지만 매파로 분류돼온 빅터 차마저 수십만 미국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코피 전략을 반대했다고 알려지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은 사람을 내칠 정도로 백악관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책상 모퉁이에 핵 버튼은 없지만 트럼프가 북한의 코피를 진짜 터뜨리려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공개된 셈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 빅터 차 당시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온건한 관여주의(engage-ment)자였다. 김영삼 정부의 대북 봉쇄정책이 북한을 위험한 길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정부 시절에는 ‘관여’하되 ‘채찍’을 준비해야 한다는 ‘매파 관여주의(hawkish engagement)’자로 변신했다. 그런 사람을 내칠 정도라면 트럼프의 백악관은 이미 북한과 대화를 포기한 셈이다.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같은 대화파를 ‘드리머(꿈을 좇는 사람)’라 비웃는다고도 한다. 한반도는 지금 애들 장난 수준이 아닌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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