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아동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른 도움’이다. 이른 도움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아이들 성장의 위험 요소를 발견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뿐 아니라 임신 단계에서부터 부모에게도 아동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포함한다. 2012년부터 독일 아동보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아이와 부모들에게 이른 시기부터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각 지자체들은 산부인과 간호사, 조산사, 사회복지사, 교육치료사, 상담사 등을 연결하여 아동을 보호하고 부모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터 차이퉁〉에 따르면 첫아이를 출산하는 부모 가운데 상당수가 육아 경험이 부족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이고 입혀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부모는 자신들이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제가 있는 가정을 빠른 시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슈투트가르트 청소년청의 보고에 따르면 양육할 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다.

ⓒdpa독일의 ‘아동 성폭력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 담당관’ 요하네스 빌헬름 뢰리크.

독일 사회에서도 아동 학대는 심각한 문제다. 2017년 각 지역 청소년청의 보고에 따르면 아동 학대 가운데 방치(61.1%)가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심리적 학대(28.4%), 육체적 학대(25.7%), 성폭력(4.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아동 성폭력은 여러 해 동안 독일 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최근 한 엄마가 2년 동안 자신의 아홉 살 아들을 인터넷으로 성매매한 것으로 드러나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사건이 드러난 직후 ‘아동 성폭력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 담당관’ 요하네스 빌헬름 뢰리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청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아동 학대 가운데 성폭력 예방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다. 2009년 언론을 통해 한 가톨릭 학교에서 수십 년간 사제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적 폭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아동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연방정부는 2010년 3월 ‘아동 성폭력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 담당관’을 처음 임명했다. 당시 첫 독립 담당관은 가족부 장관을 지낸 크리스티네 베르크만 박사였다. 연방정부가 아동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2만 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었다. 독립 담당관은 아동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언을 한다. 또한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접적 활동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도움의 전화’는 피해 아동과 그 가족에게 피해 신고 접수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3만5000건에 이르는 전화 상담이 이루어졌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위한 지원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인터넷 포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해당 포털 서비스에 접속하면 피해 아동과 가족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담과 치료기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피해 아동의 법적 권리와 행정적인 조치에 대한 안내도 제공한다.

한편 2007년부터 독일 아동보호 단체들은 아동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성인과는 다른 아동만의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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