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글쓰기.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과학자는 좋은 연구 성과를 내면 그만이지 글과 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최근 과학 출판 시장의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그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양도 그렇고, 분야도 다양해졌다. 이런 수요 증가와 대비해 편집자로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글을 쓰는 국내 과학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 원고를 처음 접하고 특히 반가웠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서울대학교의 한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하며 박사과정을 막 마친 젊은 과학자다. 이들은 조금 특이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이들은 전문화된 실험실의 과학과 대중 사이를 매개하는 ‘통역사’를 자처하며 우리 시대의 언어와 사회적 맥락에서 단절된 과학의 본모습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것인지 궁리했다. 그런 결과일까. 이 책은 〈다윈의 식탁〉 저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혀를 가진 젊은 생물학자들’이라고 평가할 만큼 과학자의 훌륭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예쁜꼬마선충을 통한 현대 생물학 이야기다.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이 ‘예쁜’ 선충은 놀랍게도 인간과 60%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생물학자들은 이 벌레를 연구해 인간의 마음, 사랑, 노화, 질병 등에 대한 힌트를 얻고 있다. 저자들은 단순히 연구 결과만을 나열하기보다는 그 결과를 얻기까지 생물학자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치고 실험을 했는지 추적하면서 과학의 본모습과 현대 생물학의 맛을 독자에게 보이고자 한다.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과학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해외 유명 에이전시에서 이 책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국내 과학 저작물이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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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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