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은 문재인 정부 도시정책의 키워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9일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을 발표했다. 인구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사는 한국 상황에서 도시 쇠퇴는 삶의 문제라고 보았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매년 10조원을 투입해 쇠락해가는 전국 원도심과 노후 주거지 등 500곳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39만 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전국 2300곳의 읍·면·동이 쇠퇴해가는 지방 소멸 현상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문재인표’ 해법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는 앞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성찰도 담았다.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정책은 전면 철거 방식으로 이뤄져 부동산 가격 급등, 원주민 강제 이주 등의 후유증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되긴 했지만 연 1500억원짜리 사업으로 지원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낡은 주택은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2017년 4월9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을 발전시킨 정책이라 불린다. 서울시는 창신동과 숭인동 봉제 산업을 특화하고 한양성곽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 낡은 주민 공동 이용시설을 고치고 집수리 사업을 지원해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혔다. 문재인 캠프의 도시재생 공약을 디자인한 김수현 특보는 현재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뒤 도시재생 사업에 속도를 냈다.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했다. 국토교통부는 낡은 주거지를 정비하고 원도심을 지역의 거점으로 회복하겠다는 내용 등을 도시재생 뉴딜의 주요 과제로 내놓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어 도시재생특별위원회(도시재생위원회)도 꾸렸다. 도시재생위원회는 지난 12월14일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68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오른쪽 표 참조). 3대1 경쟁률을 보일 만큼 지방정부의 관심을 받았다. 사업 발표 전부터 투기 움직임이 나온 까닭에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은 제외했다.

우리 동네 살리기부터 조 단위 사업까지

시범사업 지구는 소규모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 동네 살리기 사업부터, 조 단위 투입액으로 산업과도 연계시키는 경제 기반형까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우리 동네 살리기(17곳), 주거지 지원형(16곳), 일반 근린형(15곳), 중심 시가지형(19곳), 경제 기반형(1곳)이다. 사업비는 모두 중앙정부 지원과 지방비가 매칭된 형태이고, 경우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민간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리 동네 살리기’는 100억원대 사업이 대부분이다. 강원도 동해시 ‘바닷가 책방마을’, 전라남도 나주시 ‘역전마을 도시재생 이야기’ 등이다. 빈집을 정비하고, 도시의 이야기를 발굴해 동네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경상남도 통영시의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다. 이번에 발표된 68곳 중 사업비 규모가 가장 크다. 조선업 침체로 문을 닫은 신아조선소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밑그림이다. 해양공원·조선해양박물관과 조선시설을 재활용해 관광시설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배를 기반으로 한 크루즈·마리나 창업센터 등을 짓겠다며 관광만이 아닌 해양산업·문화복합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발표 당시부터 ‘한국판 말뫼 프로젝트’라며 주목을 받았다. 2002년 스웨덴 말뫼 조선소의 크레인이 한국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렸다. 조선소 쇠퇴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랬던 말뫼가 IT 회사 500여 개가 들어선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말뫼의 부활은 쇠퇴한 산업도시 위기를 살린 도시재생의 상징이 되었다.

 

 

 

문제는 돈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월14일 밝힌 바에 따르면, 통영은 사업비 1조1041억원을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받는다. 사업비의 가장 큰 부분은 민간 투자로 7100억원이다. 관련 부처 연계 사업비 202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1200억원, 지자체 예산 471억원, 재정 보조 250억원으로 짜여 있다. 민간투자 규모가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이라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통영만이 아니다. 도시재생 사업에 정부는 연 평균 재정 2조원과 기금 4조9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공기업 등 투자를 최대 3조원까지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은 국비 8000억원, 지방비 5000억원, 관련 부처 연계 사업비 7000억원으로 짰다. 기금은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안으로만 5년 동안 재정이 안정적으로 충당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예산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만 나온 지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열린 국회 도시재생전략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의 한계 중 하나로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꼽혔다. 다양한 재원 조달 방식을 강구해도 기본적인 재정의 한계로 사업 추진 지연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12월14일 시범 대상지 68곳을 발표하면서, 일부 광역지자체가 역량이 부족해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재정 규모에 따라 지방비 부담이 가중될 때는 지역에 따라 국비 지원율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공기업 투자는 내부 경영투자 심의와 기재부의 공공기관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오는 2월 중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책 과제와 중장기 계획을 담은 설계도로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전문가인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을 무조건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한다(24~25쪽 기사 참조).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너무 빠른 개입으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쇠퇴한 부지의 땅값을 올려 재생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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