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최유수 지음, 청춘문고 펴냄

시간이 갈수록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판단이 판정으로 단정지어지는 시대. 무엇을 접하든지 판단을 유보한다. 절제를 통한 도덕적 판단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기 때문이다. 그 절제와 판단, 기대 때문에 기록은 더없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감정의 섬세함을 소상히 그리는 작업은 삶을 밝히는 데 특히 중요하다.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최유수 지음, 청춘문고 펴냄

밝은 글은 개인의 삶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유수 작가의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는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의미와의 싸움에서 계속 지며 타협하고 마지막은 죽음’이어야 하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누구나 사랑에 관한 글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무도 자신의 사랑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 이 시대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면서 말이다.

‘희망을 주절거리는 이들과 절망 속의 쾌감에 중독된 이들이 교환하는 눈빛’ 속에서 ‘쉽게 외면당했던’ 태도는 독자의 반응을 통해 그 진가가 드러났다.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는 독립출판을 통해 8쇄를 넘겼고, 출판사 디자인이음의 청춘문고로 발간되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질문한다.

질문은 작가의 관심과 관심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가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대화에 응하는 사람은? 누군가는 ‘독립출판’을 이야기할 때에 ‘개인의 사사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 많다’고 말한다. 최유수 작가를 비롯해 뛰어난 독립출판 작가들이 그 사사로움을 넘어서는 광경을 목도한 우리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일 수 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수필 68편이 담긴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는 우리가 알기를 염원했던 ‘무엇’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거나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책의 제목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독자가 자신에게 질문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책 이상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사랑에 관한 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진지한 태도로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감정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은 물론이고 타인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이해되지 않는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돌이키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공교롭게도 1000년 전부터 내려온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법칙’과 같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감정의 섬세함을 밝히기 위해서는 많이 마주하고 이야기하며 또 생각해야 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맞이하듯 나, 너,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야 한다.

시대의 슬픔을 넘어서기 위한 방법도 이와 같을 것이다. 불량한 폭력에 저항하는 수단은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 꽃을 들고 싸우는 게릴라 가드너처럼 글로 삶을 그려내는 모습은 세상을 아름답게 비춘다. 그런 점에서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기에, 자신을 알아가기에, 우리가 우리를 알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작가가 보내온 소개 글을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우리의 밤은 개별적으로 소란스럽다. 밤이 종이를 내어주면 우리 눈빛은 연필이 되고 매일 밤 우리는 긴 산책을 떠난다. 이 책은 주로 혼자인 밤에 우리가 하는 고요한 생각들, 그 속의 사랑과 불안을 담고 있다. 당신의 밤 산책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당신의 침대 머리맡에 이 책을 놓아두려 한다. 지금 무엇인지, 그때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무엇일 수 있는지. 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이 어느 외로운 날, 당신의 밤과 함께할 거라 믿는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너에게 위로가 되기를.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한다.

 

 

기자명 김경현 (다시서점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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