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부터 중의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아니면 잊고 있던 재난 참사를 끄집어내서 불편한 얘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재난 참사 7건의 공통점은 쉽게 묻혔다는 점일 테다. 맨 먼저 등장하는 1970년의 남영호 침몰은 그 자체를 몰랐다고 해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건이다. 과적과 과승으로 여객선이 침몰했는데 인원 파악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 단 사흘만 수색하고 사망자들에게 보상금을 던져주고는 덮어버렸다.

이런 사고의 발생과 수습 과정의 패턴이 해상 사고에서만 그랬던 게 아니다. 아마도 모든 재난 참사의 공통점일 것이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죽은 대형 참사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 비슷한 유형의 재난 참사가 다시 등장하면 우리 사회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라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고는 다른 사건으로 너무 쉽게 눈을 돌린다. 이 나라가 재난 참사를 대하는 공식이었다.

남영호 침몰 참사(1970년 12월15일)만이 아니라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의 집 화재 참사(1999년 6월30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2월18일), 춘천 봉사활동 산사태 참사(2011년 7월27일), 여수 국가산단 대림산업 폭발 참사(2013년 3월14일),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2013년 7월18일),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2014년 5월28일)까지 그 공식은 바뀌지 않았다.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은 참사를 묻어버리느라 급급했다. 몇 푼의 보상금으로 모든 게 끝났다는 태도는 모욕과 혐오로 나타나고는 했다. ‘지겹다’ ‘너무한다’ 심지어는 ‘시체장사’라는 말이 세월호 유가족에게만 쏟아졌던 게 아니다. 이 나라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야만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재난을 묻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서해문집 펴냄
그런 공식을 세월호 이후에 유가족과 시민이 깨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시하고 그 끝에 안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실천이 이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수백명이 죽은 참사를 체념하며 덮자는 국가와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일어난 재난 참사의 기억을 불러오는 일도 가능해졌다. 우리는 비로소 세월호 참사에 와서야 인권 관점에서 재난 참사를 해석하게 되었고, 이전의 재난 참사 피해자와 그 가족이 당한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재난 참사를 기록해야 할 이유를 말한다. “참사를 둘러싸고 누구는 정의를 말하고 누구는 단죄를 말하고 누구는 회복과 화해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기억과 기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기억되지 않는 참사는 다른 비극을 불러온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기자명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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