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화장하고 엄마 하이힐을 꺼내 신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을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곤 했다. 그때의 나를 지금에 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때도 지금도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다. 화장은, 가발은, 화려한 의상과 하이힐은, 무엇보다 노래와 춤은 나를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려는 가장 직접적인 오브제이자 가장 마술적인 오브제이다. 살면서 한 번쯤 노래하는 ‘디바’와 춤추는 ‘록스타’를 꿈꿔본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결국은 조금 더 기쁜 사람이다. 누군가의 기쁨을 혐오할 권리, 아무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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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가 아름다워 강정 주민이 되었네
물소리가 아름다워 강정 주민이 되었네
사진 엄문희·글 유현아(시인)
어느 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말랑말랑했던 손등은 나무껍질처럼 딱딱해 물을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곳을 다녀간 수많은 여행객 중 한 명이었으나, 돌아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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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지키는 노병들
들을 지키는 노병들
사진 이명익·글 김수상(시인)
엄동설한에 누가 할매들을 길가로 불러내는가. 봄동 뜯고 감자 찌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화투나 치고 있어야 할 할매들을 누가 자꾸 불러내는가. 이 마을엔 법이 없어진 지 오래라며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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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의 기운은 언제쯤?
해빙의 기운은 언제쯤?
사진 조남진·글 남문희 기자
한·미 공군이 12월4일부터 나흘간 F-16 등 항공기 230여 대를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로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을 진행했다. 미군은 F-22 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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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이 될 그날까지
한 팀이 될 그날까지
사진 신선영·글 김세윤(영화 칼럼니스트)
4월6일 열린 ‘2017 국제 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4차전. 한국과 북한이 맞붙었다. ‘우리는 하나’를 외치는 관중 앞에서 몸은 자주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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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있는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북에 있는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신선영 기자
북한에 있는 가족의 나이를 묻자 신중현 할아버지(92)는 손가락으로 천간지지(天干地支)를 셌다. 그러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1951년 1·4 후퇴 때 가족을 두고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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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봄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김현 (시인)
어제 내린 비를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생각하다가 봄비라고 마음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봄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잎도, 꽃도 피지 않은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새의 울음이 돌연 들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