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는 ‘원자력 발전용 가압수형 원자로’ 2기를 탑재한 원자력 관련 시설이다. 위는 조지 워싱턴호의 요코스카 기항을 반대하는 해상 시위.
지난 10월6일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항에 들어왔다. ‘한국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10월8일 미군은 이 배에 한국 기자를 태워 항공모함의 위용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배가 일본에서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조지 워싱턴호는 10월1일 일본 요코스카를 출항했다. 일본 도쿄만 입구에 자리한 요코스카 시에는 미국 해군 요코스카 기지가 있다. 요코스카는 태평양 전쟁 전부터 일본 해군기지였고, 지금은 미국이 ‘해군 시설로서는 서태평양 최대 규모이고 전략상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인정하는 군항이다. 지난 10년 동안 이 항구를 모항(母港)으로 삼아온 항공모함 ‘키티 호크’의 후계함으로, 9월25일 ‘조지 워싱턴’이 들어왔다. 미국 본토 이외에 원자력 항모가 배치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그러나 원자로 2기를 쓰는 원자력 항공모함 입항 전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5월22일 발생한 화재다. 진화에 12시간이나 걸린 큰 불이 조지 워싱턴호에서 일어났다. 화재 이후 수리하느라 요코스카 배치가 예정보다 한 달여간 연기됐다.

만약 화재가 원자로 가까이에서 일어났으면 대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어떻게 불이 번졌는지, 화재를 막는 시스템이 왜 제 구실을 하지 못했는지, 불의 원인이 된 담배는 누가 버렸는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조지 워싱턴호 화재, 12시간 만에 진화

다른 하나는, 조지 워싱턴호와 같이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미국 잠수함 ‘휴스턴’의 방사능 유출 문제다. 지난 8월 미군 발표에 따르면 휴스턴호는 2년 동안 계속 방사능을 유출했다. 방사능 유출 발표가 늦어지면서, 원자력함에 대해 불안과 불신감이 퍼졌지만, 미군은 아직도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국제문제 전문가 니하라 쇼지 씨는 “방사능 유출에 대해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한 해금 문서를 분석했다. 일본 영해에서 미국 원자력 군함이 운항되는 사항과 관련해, 1960년대 양국 정부가 비밀리에 교섭했던 기록이 해금된 것이다. 그가 ‘일차 냉각수를 포함해 방사성 물질 배출을 금지한다’는 약속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 문서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배출 금지를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거부해 결국 양국 정부는 ‘기준치를 밑도는 방사능을 포함한 냉각수를 예외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고 비밀리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 약속은 지금도 살아 있다. 앞으로도 바다에 방사능 오염이 되풀이되어 시민의 삶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미군은 ‘핵 알레르기’가 있는 일본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 원자력 군함 안전성에 관한 팩트 시트(fact sheet)’를 발표하며 원자력 군함이 튼튼하고 안전함을 주장했다. 일본 정부도 이 자료를 안전성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미군은 이 자료의 뒷받침이 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기초 사항도 ‘군사기밀’로 묶어버렸다. 제삼자가 검증을 할 수도 없다.

요코스카 지역은 옛날부터 지진을 일으키는 활단층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때는 모든 가옥이 부서졌다. 지진이 일어나면 바다 밑 땅이 위로 솟구쳐, 배가 좌초하는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데, 미국 해군은 내진성은 검증하지 않고 오로지 ‘전투 충격’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할 뿐이다. 일본 정부는 ‘바다 위에 있어서 물결에 의해 지진 충격이 흡수된다’고 설명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내놓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항모가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때 필요한 입지 조건과 설계기준 같은 안전심사가 필요없다는 견해이므로 독자 조사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제임스 케리 주일 미국 해군 사령관도 “원자력 발전소가 요코스카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런 안전심사 없이 요코스카에 기항

조지 워싱턴호는 원자력 발전용 가압수형 원자로 2기를 탑재한 ‘원자력 관련 시설’이다. 지진 대국 일본에서, 게다가 지반이 안 좋고 인구밀도도 높아 ‘원자력 발전소는 절대로 지을 수 없다’고 전문가가 판정한 장소에, 이 배는 안전심사도 받지 않고 입항했다.원자력 항공모함 배치에 불안해진 시민들은 기지 위를 나는 비행기의 비행 제한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국토교통성은 ‘배는 상시 존재하는 구조물이 아니다’라며 상공의 비행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요코스카 주민들은 요코스카를 원자력 항공모함의 모항으로 만드는 것을 두고 주민투표 조례안을 두 번이나 투표에 부쳤지만, 요코스카 시의회는 번번이 부결했다. 가바야 료이치 시장은 “일·미 간 안보에 관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나라의 역할이라고 헌법에 규정돼 있다. 외교 문제에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고, 혹은 이것을 제한하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행위가 아니다”라고 말해 시가 정부에 의견을 말할 권리를 포기했다.아오키 데쓰마사 시의원은 “지금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국방 방침은 일·미 안보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하면서 안보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요코스카시가 짊어지는 것은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원자력 항모 기항을 용인하는 이유다.

‘요코스카 평화선단’의 이치카와 다이라 선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배를 띄워 시민을 태우고 미국 해군기지 영내에서 해상 시위를 벌여왔다. “항모는 그 자체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작전을 벌이면서 직접 사람들 위에 폭탄 비를 떨어뜨려 왔다. 조지 워싱턴호도 같은 임무를 가진다. 아시아와 중동, 동아프리카까지 분쟁이 일어나면 바로 출항한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요코스카는 전쟁과 연결된다. 내가 열심히 반대운동을 벌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시민들은 ‘요코스카 비핵 시민선언’을 하고 모항화 반대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하는 월례 시위를 하고 있다. 번역·쓰나미 게스케 (교도통신 기자)

기자명 이나가키 미호코 (프리랜서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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