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11월15일 지진으로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벽 곳곳에 금이 갔다.

4층 빌라가 불안해 근처 단독주택으로 피신했다. 지진이 나면 근처 중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하는데 다섯 살, 한 살 아이를 데리고 그 허허벌판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경주에 이사 오고 얼마 뒤 지진을 겪었다. 쿵 소리가 나고 천지가 흔들렸는데 규모는 3.2. 그날 우리 가족은 생존 배낭을 싸기로 했다. 현관 앞에 항상 놓아둘 생존 배낭. 다섯 살 윤슬이는 좋아하는 동화책 〈옥토넛 탐험대〉와 색연필을 유치원 가방에 챙겼고, 나는 기타 한 대를, 아내는 둘째의 분유와 이유식·기저귀·비상약·옷가지들을 챙겼다. 거기다 몇 가지 추가하니 우리 집 생존 배낭은 6개.

우리는 아이 둘을 안고 가방 6개를 들고 4층 계단을 바쁘게 뛰어내려와 빌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 이건 삶이 흔들리는 일이다. 불안은 끝이 없다. 경주 옆 포항. 그곳에도 생존 배낭이 현관 앞에 놓이겠지.

기자명 사진 조남진·글 피터 김용진(신촌서당 대표) 다른기사 보기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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