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 지난 몇 달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훈수를 두었다. 새 정부 들어 조직 혁신을 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구한 것이다.

몇 차례 회의에 참여하고 자료들을 들여다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고 있는 일에 비해 존재감이 너무 약했다.

ⓒ시사IN 양한모

권익위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미 있던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과거 부패방지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세 조직이 통합해 탄생했다. “서로 연관된 업무를 별도의 위원회에서 다루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라는 게 통합 명분이었다. 하지만 ‘반부패 활동을 축소하기 위한 가카의 꼼수’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가청렴위원회가 전 사회적으로 ‘투명사회 협약’ 운동을 전개하는 등 부패 방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유야무야됐다.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이름은 이처럼 세 조직을 아우르는 취지에서 붙여졌다. 하지만 이름이 추상적이다 보니 출범한 지 10년이 다 됐는데도 권익위를 안다는 응답이 50%를 갓 넘기고, 인권위와 권익위를 혼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이었던 데 비해 권익위는 국무총리 산하로 들어가면서 역할과 기능에도 한계가 생겼다. 반부패나 고충처리 업무는 타 기관에 ‘이것 고쳐라’ ‘이 사람 문제다’ 통제하는 성격인데 위원회 위상이 한 단계 강등된 것처럼 비치면서 ‘말발’ 또한 잘 먹히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만 해도 그렇다. 국무총리가 먼저 “농수축산물이 포함된 선물은 기존의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한선을 높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권익위가 이를 수행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위원회 권위에 적잖은 상처가 났다.

권익위는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전면적인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름을 바꾸고, 대통령 직속으로 옮기고, 반부패 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해 부패인식지수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을 처리해줘야 하지만 관건은 국민의 관심이다. 권익위가 얼마나 내 삶과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당장 권익위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시라.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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