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리틀 산타〉는 꼬마가 주인공입니다. 꼬마의 아빠는 산타클로스입니다. 물론 믿기 어려운 일이지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주인공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주인공 가족은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농부가 농사를 짓듯 산타클로스 가족은 사슴을 기르고 선물을 준비합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꼬마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산타클로스의 자녀는 크리스마스이브를 혼자서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가 정작 자기 아이에게는 외로운 밤을 선물하다니요.

〈리틀 산타〉 마루야마 요코 지음, 정회성 옮김, 미디어창비 펴냄

꼬마에게는 소망이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꼬마는 별을 보며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빠와 함께 있고 싶다고 소원을 빕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소원은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마침내 소년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세상에! 크리스마스 전날, 아빠가 다리를 다치고 만 것입니다.

온 세상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산타클로스는 다리를 다쳐서 선물을 나눠주러 갈 수가 없습니다. 선물을 대신 전해줄 다른 산타클로스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주인공 꼬마를 탓할 수도 없고요. 꼬마는 아빠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 아빠가 다치길 바란 건 아니었으니까요. 이제 주인공 꼬마와 아빠 산타클로스는 이 엄청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우리는 모두 얼굴 없는 산타클로스

아마도 여러분은 제목인 〈리틀 산타〉에서 눈치를 채셨겠지요? 주인공 꼬마가 아빠 산타클로스 대신 선물 배달을 갑니다. 어쩌면 조금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이렇게 쏟아내는 건, 〈리틀 산타〉에는 아빠 산타가 선물을 배달할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리틀 산타〉는 꼬마 산타의 이야기면서 진정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게도 잊지 못할 선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물 가게에서 하얀 곰 인형을 보았습니다. 너무나 포근하고 예뻤습니다. 아빠를 졸라 다시 선물 가게에 갔습니다. 아빠는 선물 가게에 들어서며 가격을 묻고 그냥 나왔습니다. 너무 비쌌던 모양입니다. 아빠는 정말 곰 인형을 사주고 싶어 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북극곰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림책 〈리틀 산타〉의 가장 큰 매력은 얼굴 없는 산타클로스입니다. 산타클로스는 등장하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주인공 꼬마의 얼굴은 보여주면서 말이에요. 왜 그럴까요? 저는 제 마음대로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상상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마음대로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마음속의 산타클로스는 저마다 다를 거예요. 여러분 부모의 모습이 모두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누군가의 산타클로스는 부모가 아닌 다른 분일 수도 있겠지요.

세상의 모든 부모께 당부하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때만은 어린이에게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모두 얼굴 없는 산타클로스이고 세상의 모든 아이는 여러분을 간절히 기다리는 산타클로스의 아이일 테니까요.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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