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이곳 북부 비르알아베드의 알라우다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지난 11월24일(현지 시각) 금요일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슬람교도들은 매주 금요일 예배를 본다. 엄숙한 종교의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리창으로 수류탄 하나가 날아들었다. 엄청난 폭발음에 모스크 안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했다. 놀란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출구 쪽에는 총을 든 테러범들이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이들은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5대에 나눠 타고 모스크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모두 25~30명 규모의 무장 테러범들은 군복에 복면 차림이었다. 이들은 모스크를 포위하고 주요 출입문과 창문 12개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모스크에 있던 어린아이를 포함해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날 예배를 보던 주민 500여 명 가운데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9명이 사망했다. 130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집트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되었다. 비무장 민간인들을 학살한 테러범들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된다. 테러범 가운데 한 명이 IS의 검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EPA11월2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알라우다 이슬람 사원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아름다운 홍해 여행지로 알려진 시나이 반도에서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풍선 효과’이다.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던 IS가 퇴각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다. 시나이 반도는 과거에도 크고 작은 무장조직들이 산재했던 곳이다. 알카에다가 한창 명성을 날릴 때는 이들을 추종하는 무장조직들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2014년 2월 버스 폭탄 테러로 한국인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당한 사건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당시 테러 사건의 배후는 이집트 테러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였다. 그때만 해도 이들은 알카에다 추종 세력이었다. 알카에다가 쇠퇴하고 IS가 급부상하자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는 IS 이집트지부가 되었다. 이 단체뿐만 아니라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하는 많은 무장단체들이 IS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는 등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이전에 시나이에서 활동하던 무장세력들은 10여 명 내외가 한밤중에 군부대나 경찰 초소를 공격하거나 폭탄을 던지고 도망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장 테러범 수십명이 일사불란하게 모스크 안에 있던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공격했다.

과거 이집트에서 발생했던 테러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주로 군인이나 콥트교라 불리는 기독교 종파가 타깃이었다. 이집트 토착 무장세력은 특성상 이슬람 사원이나 자신들이 사는 지역 혹은 자신들의 혈족은 공격하지 않았다. 시나이 반도는 부족장 중심으로 형성된 부족국가 형태의 지역사회이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있는 중앙정부의 영향력보다 이 지역 부족장의 힘이 더 크다. 그런 곳에서 최악의 테러가 일어났다. 이번 테러가 지역사회에 보내는 신호는 두 가지다. 첫째, 시나이 반도의 지역사회에서 부족장의 영향력 밖에 있는, 통제되지 않는 세력이 생겼다. 둘째, 다름 아닌 모스크가 공격을 받아 무고한 민간인들이 학살되었다. 이번 테러가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새로운 테러 양상이어서 현지에서는 새 무장세력이 유입되어 일어난 참극으로 본다.

ⓒAFP PHOTO11월24일(현지 시각)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부의 알라우다 이슬람 사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범들이 공격한 알라우다 모스크는 수피교도들이 많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에서도 수피교도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IS는 이슬람 원리주의로서 수피즘을 이단시한다. 수피즘을 믿는 사람들이 코란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명상이나 정신적인 종교 행동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테러범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시나이 반도 베두인족도 테러에 분개

실제로 이 모스크에서 희생된 주민들 모두가 수피즘 맹신도는 아니다. 알라우다 모스크에서 희생된 대다수 주민들은 사와르카 부족 출신이다. 사와르카 부족이 사는 마을과 알라우다 모스크가 가까워 주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모스크에 가서 이슬람 예배를 본 것이다. 특별히 IS가 사와르카 부족만을 노려 이 모스크를 공격한 것도 아니다. 시나이 지역의 이슬람 성직자인 이맘 이브라힘은 “수피파 무슬림과 그냥 무슬림을 구별하기도 힘들고 자신들이 수피파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드물다. 옛날부터 내려온 수피파 모스크에 인근 주민들이 모여서 예배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시나이 지역의 부족사회는 이번 테러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중앙정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한 베두인족도 정부군과 손을 잡고 테러 조직 소탕 작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막에서 주로 독립적으로 거주하던 베두인족은 시나이 반도가 주요 거점이다. 베두인족은 약 6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그동안 중앙정부와 척을 지고 있었다. 이집트 중앙정부로부터 교육과 인프라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베두인족 젊은이 1000여 명으로 구성된 무장조직 ‘시나이 프로방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날 정도다. 시나이 프로방스는 이집트 정부군을 공격하기도 해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시나이 프로방스를 비롯한 베두인족은 테러범들에게 크게 분개했다. 한 베두인족 주민은 “시나이 반도가 테러 조직의 소굴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수천 년간 이곳 사막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생명도 위협받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가 베두인족 무장단체들의 테러 조직 소탕 작전을 용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집트 정부는 베두인족 무장세력을 ‘또 다른 테러 단체’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30년 독재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 뒤 이집트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가 안정되기도 전에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다. IS는 2015년 10월 이집트 상공에서 탑승자 224명 전원이 숨진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를 일으켰다. 또 지난 3월 시나이 반도에서 정부군과 무장단체 간 충돌로 양측에서 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7월에는 홍해의 유명 휴양지인 후르가다의 한 해변에서 괴한의 흉기 테러로 외국인 관광객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가난하고 교육시설이 낙후된 시나이 반도의 불만 세력들은 언제든 IS가 포섭할 수 있는 ‘토양’이다. 이집트 사회가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