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24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78차 공판

11월17일에 이어 검찰이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증거를 설명했다(서증조사). 이날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 관련 증거가 다뤄졌다. 피고인 중 최순실씨만 출석했다.


검찰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김건훈 행정관의 진술조서에 첨부된 K스포츠재단 관련 주요 일지를 제시하겠다. 안종범 수석에게서 압수한 문건이다. 2016년 10월경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기사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나오자 안종범이 주요 내용을 시계열로 작성해보라고 지시해 김건훈이 작성한 문건이다. 이 중 10월22일 승마 관련 ‘SS 보고서’가 있다. ‘11월 독일 전지훈련 파견을 위한 마장마술 선수 3배수 추천 예정. 첫 마필 구입 완료. 정유라 선수용 마필 58만 유로, 보험 66천 유로(6만6000유로).’ 삼성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다. 김건훈은 “A4 한 장 분량이었는데 제목 없이 상단에 ‘참고자료’라고만 기재돼 있었다. 청와대에서 작성한 폰트 크기, 양식과 확연히 달라 외부에서 작성된 문건임을 바로 알았다”라며 출처가 삼성전자냐는 질문에 “그렇다. 작성자는 쓰여 있지 않지만 내용을 보고 삼성에서 작성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SS 보고서’라고 타이틀을 붙여 작성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 SS 보고서 문건은 아주 의미 있다. 삼성과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이며, 정유라와 대통령의 관계도 입증하는 문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차명 폰을 이용해 통화한 내역이다. 워낙 차명 폰을 좋아해(차명 폰을 많이 써서) 찾기 힘들었다. 2016년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총 573회 통화했다. 특별 이슈가 있을 때 특히 통화를 많이 했다. 2016년 9월23일과 9월24일이 의미 있는 날이다. 9월23일 〈경향신문〉에서 삼성 정유라 승마 지원 보도가 최초로 나왔다. 안종범 수첩에는 삼성이 정유라에게 말을 지원하기 위해 임대했다고 나와 있다. 박상진(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전 삼성전자 전무)가 독일에 가서 비밀리에 회의하던 무렵이다. 최순실은 2016년 9월3일 독일 출국 이후에도 대통령과 차명 폰으로 계속 통화한다.

다음은 이상화 진술조서 중 일부다. 잘 아시다시피 독일 외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으로 최순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했던 사람이다. 최순실이 인사 청탁을 해줬다. 2015년 9월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환은행 이상화. 010-××××-××××’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안종범이 이상화에게 전화해 애로 사항을 듣게 된다. 당시 외환은행은 유럽지점 본부를 룩셈부르크로 통합하려고 했다. 그러면 이상화는 독일에 본인 자리가 없어지니 프랑크푸르트 중심으로 하길 원했다. 이후 이상화가 국내에 들어오자 없던 본부장 자리를 만들어 앉히는 등 이상화 인사를 관철한 부분이 나온다(최순실씨가 책상에 엎드린다).

판사:최순실 피고인 몸이 많이 안 좋은가?

최순실 변호인:10분만 휴식 시간을 주시면 좋겠다.

판사:그럼 20분 쉬겠다. 오후 3시45분에 재판 개정하겠다(최씨가 갑자기 오열한다).

최순실:(대성통곡하며) 나쁜 놈들이야. 그냥 죽여주세요. 빨리 사형을 시켜주세요. 못 살겠어. 사형시키란 말이에요. 빨리 죽이라고 빨리. 나 죽겠다고요. 살고 싶지도 않아. 너무 분해서 못 살겠단 말이에요. (발을 구르며) 못 참겠어. 더는 살고 싶지 않아요(거의 혼절 상태가 된 최씨가 휠체어에 실려 법정 밖으로 나간다).

ⓒ그림 우연식 재판을 받던 도중 최순실씨가 대성통곡하다가 휠체어에 실려 나갔다.

판사:변수가 생겼다. 최순실 피고인이 몸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재판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다. 휠체어에 앉아 있다가 지금은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재판이 열리는 417호 법정은 4층에 있다). 피고인 없는 상태로 공판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로 기일을 잡든지 하자.

최순실 변호인:중병에 걸린 사람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날짜 정해서 병원 오라는 것이다. (최순실씨에게도) 재판에 한 번 더 오라는 게 큰 스트레스다. 아침부터 검찰이 증거 설명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변호인들이 반박 의견을 낸다. 피고인 상태를 고려해달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는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해서 체포영장을 보낸다든지 하는 오만 얘기를 다 하니까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 피고인 최순실은 서초동, 이 법조마을에 버스 타고 들어오는 순간 또 곤욕을 치르는구나 생각한다. 참고하셔서 가급적 절차를 합리적으로 해달라.

■ 11월27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79차 공판

42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렸지만 박 전 대통령은 출석을 거부했다. 변호인단이 사퇴한 이후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관련 공판만 진행됐다. 사퇴한 변호인단을 대신해 국선변호인 5명이 박 전 대통령을 대리한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는 국선변호인에게 “목숨을 내놓고 하세요. 나라를 살리는데”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판사
:박근혜 피고인 오늘 출석하지 않았죠? 오늘 아침에 박근혜 피고인이 건강상 문제로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불출석과 관련해 구치소에서도 보고서를 보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피고인의 허리 통증 경과를 관찰하고 있고, 무릎에 부종이 생겨 진통제 처방을 받아 복용하고 있고, 하루 30분 실외 운동을 한다고 한다. 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으며 허리 디스크가 있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고려해 인치(引致)가 현저히 곤란하다는 보고서를 보내왔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피고인 불출석 시에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변호인, 피고인 접견은 어떻게 되고 있나?

박근혜 변호인:대통령님께 접견 원한다는 서신을 3차례 보냈다. 11월3일, 11월14일, 11월20일. 11월3일 첫 번째 서신에 대해서는 접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달해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연락을 구치소에서 받았다. 나머지 두 차례 서신에는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

판사:알겠다. 불출석 공판을 진행할지 연기할지 재판부가 결정하겠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있다. 그러나 박근혜 피고인은 소환장을 받고도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했다. 구치소 보고서에 의하면 거동을 못할 신병상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구치소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인치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한다. 이 경우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오늘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공판 절차를 진행하기보다는 계속 출석을 거부하면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준 다음, 그다음에도 거부하면 재판부가 숙고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오늘은 공판을 진행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출석을 또다시 거부하면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을 첨부해 공판기일 소환장을 보내겠다.


■ 11월28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80차 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도 출석을 거부해 궐석재판이 진행됐다. 김건훈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행정관은 안종범 전 수석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안 전 수석을 보좌했다. 국정 농단 수사의 핵심 증거인 ‘안종범 업무수첩’을 검찰에 제출한 이가 김 전 행정관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200여 개에 달하는 질문을 준비해 변론을 펼쳤다.


판사:박근혜 피고인이 오늘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소송관계인 의견 들어보겠다.

검찰:별다른 의견 없다.

박근혜 변호인:저희는 변론 준비를 다 해왔기 때문에 의견은 없다.

판사:어제 피고인에게 안내문을 보내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오늘 출석하지 않았다. 앞으로 증인신문 등 심리 사항이 많고 구속 기간이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공판 연기는 어렵다. 형사소송법에 의해 공판을 진행하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태블릿 PC 감정 결과가 회신돼 검찰에서 받았다. 최순실은 태블릿 PC를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 셀카를 직접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 주장이다. 태블릿 PC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 사용자 이름이 정유연으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 개명 전 이름이다. 태블릿 PC에서 나온 위치정보 등에 비추어봐도 최순실의 주장은 명백히 허위이다. 한글 문서 83건 중 마지막 수정 일자는 2014년 3월27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연설한 2014년 3월28일에서 하루 전날이다.

박근혜 변호인:태블릿 PC는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대선 당시 고 이춘상 보좌관에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 보좌관 사망 이후에도 김한수가 계속 비용을 지불했다. 검찰에서는 최순실이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왜 김한수가 비용을 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이후 검토해서 의견을 제출하겠다.

ⓒ연합뉴스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 조현권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건훈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K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 사업 설명 자료를 SK에 전달한 경위에 대해 묻겠다. 2016년 2월23일 안종범에게서 받은 K스포츠재단 문건을 이영희 당시 SK 부사장에게 전달했죠. 이를 위해 이영희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죠?

김건훈:네.

검찰
:이 부사장에게 전화해 안 수석님이 부탁하는 자료가 있는데 잘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나?

김건훈:그랬다.


김건훈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한 진술을 보면 안종범 수석을 상당히 존경하는 것 같다.

김건훈:안 수석님과 18대 대통령 선거 치르면서 굉장히 가까워졌다. 지금도 존경하고 있다. 일밖에 모르시는 분이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굉장하다. 높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소탈해서 직원들과 격 없이 지냈다.

박근혜 변호인:‘좌종범 우병우’라는 말 들어봤나?

김건훈:처음 들어본다.

박근혜 변호인:안종범 수석의 직무 관련 청렴성은 어떠했나?

김건훈:기본적으로 도덕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변호인:대통령님이나 주변 인물 모르게 경제정책, 현안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청탁을 받거나 이권 사업에 개입한 건 없나?

김건훈:그런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변호인
:박채윤씨와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는데?(박씨는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되었다.)

김건훈:기사 보고 알았다.

박근혜 변호인:안 수석이 재직 중에 최순실의 존재나 행각을 파악하지 않았나?

김건훈: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안다.

박근혜 변호인:(쏘아붙이듯) 안종범이 최순실의 존재를 이용해서 위로는 대통령에게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아래로는 대통령 지시 사항처럼 말하면서 최순실과 함께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사익을 추구한 거 아닌가?

김건훈:그러실 분이 아니다.

박근혜 변호인:증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안종범 업무수첩을 검찰에 제출했다. 2016년 11월7일에 11권, 11월15일에 5권, 2017년 1월26일에 특검에 39권을 제출했다.

김건훈:맞다.

박근혜 변호인
:2016년 11월에 수첩을 제출하며 더 이상 가진 수첩이 없다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허위 진술한 이유는 뭔가?

김건훈:수첩에 여러 민감한 사항도 많고, 각종 정상회담, 외교적인 부분도 있다. 대외비 사항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얘기했다. 이 사건이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에 최종적으로 다 제출했다.

박근혜 변호인:증인 2016년 국정감사 즈음에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를 만났죠? 그래서 한때는 안종범 수석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것 같은데?

김건훈:(주저하며) 그 부분은 조사받았다.

박근혜 변호인
:증거인멸로 기소되거나 한 건 없죠?

김건훈:제가 피의자로 전환된 것은 아는데 기소가 되었는지는···.

박근혜 변호인:피의자까지 간 건 맞죠?

김건훈:맞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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