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 노조)가 출범했다. 이미지 지부장(40·왼쪽)과 이윤정 수석부지부장(40·오른쪽)은 방송사 공채로 함께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공채 작가라 대우가 좋을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이 지부장은 합격 이틀 만에 자신이 생각했던 직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당시 받던 월급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노트북 할부금부터 매달 갚아나가야 했다. 계약은 구두로 이루어졌고 사흘 밤을 새우든 나흘 밤을 새우든 받는 돈은 같았다. 15년간 여러 방송국을 경험한 두 사람은 현재 TBS 〈뉴스공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한 방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럼에도 처우는 열악했다. 2016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작가는 주당 평균 53.8시간 일하며 한 달에 170만원 급여를 받았다. 막내 작가 시급은 3880원이고 약 50%가 급여 체불을 경험했다. 해고도 쉬웠다. 두 사람도 동료가 부당하게 잘릴 때 쳐다만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조가 있었다면 다를 것 같았다.

방송작가 노조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 방송 일 자체가 바쁘기 때문에 아예 그만두고 노조 설립 활동에만 전념하는 사람이 있었다. 밤늦은 시각이나 주말에 회의를 해야 했다. KTX나 비행기를 타고 와서 회의에 참석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시사·교양·드라마·예능 분야의 방송작가 100여 명이 모였다. 이미지 지부장은 뒤늦게 합류한 편이다.

어렵게 달려왔는데 마지막에 지부장으로 나설 사람이 없었다.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정규직 노조도 탄압받는 상황에서 선뜻 작가 노조의 지부장을 맡겠다는 이가 없었다. 서울시 산하단체인 TBS 작가들이 앞에 섰다. 적어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가 노조를 탄압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시사 프로그램 작가로 일하는 이 지부장은 늘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등의 이슈를 다룬다. 정작 자신들의 처우를 이야기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5년째 작가 일을 하는 건 방송이 좋기 때문이다. 이 부지부장은 “방송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우선 과제는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이다. 보통은 구두계약으로 이루어진다. PD가 제안하고 급여 수준을 협의하면 끝이다. 예전에는 급여를 물으면 건방지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작비 안에서 작가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준비했다가 엎어지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PD의 역량에 따라 일부 받기도 하지만 PD의 선의나 악의, 취향에 따라 작가의 처우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은 문제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내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