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훈 중위가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기까지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지난 19년 동안 나는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낸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 중장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지만 그에게 아들의 죽음은 더 남달랐다. 사건이 나기 얼마 전까지 그 자신이 군단장을 맡아 관할했던 1군단 인근에서 아들이 권총에 맞아 숨졌기 때문이다.

ⓒ시사IN 양한모

김척 장군의 고통은 아들을 군에서 잃었다는 비통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진실 규명에 동행한 나에게 늘 결연한 의지를 밝히곤 했다. “죽음의 진실을 밝혀낸다고 훈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우의 억울한 죽음을 자살로 몰아붙이고, 증거마저 조작해 깔아뭉개는 육사 출신 국방부 수뇌부의 빗나간 행태를 보면서 나는 싸우지 않을 수 없다.”

총성 없는 ‘아버지의 전쟁’은 법원과 국회, 국방부는 물론 각 언론사와 육사 총동창회 등을 무대로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는 권총 사망 사건에 관해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한 파일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 파일을 보여주며 집념에 찬 열변을 토할 때마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어렸다.

국방부의 김훈 중위 순직 결정은 19년간 이어진 ‘아버지의 전쟁’이 이룬 작은 승리라 할 만하다. 11월9일 김훈 중위에게 순직 국가유공자 예우 결정도 내려졌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반길 법한 김척 장군은 요즘 오히려 더욱 착잡하다. 국방부가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김훈 중위가 자살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건의 진실을 가려줄 감정서 등을 조작한 군 관계자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 김척 장군은 11월10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김훈 중위 사건은 미국 육군성범죄수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했고, 국회, 대법원,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4대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사건 현장에 격투 및 반항 흔적이 있는 등 자살이 아님이 밝혀졌다. 모든 증거는 타살이다. 이제 국방부는 국방부조사본부 내 사건 은폐 조작 가담자들을 상대로 반드시 적폐 청산을 해야만 한다.” 김척 장군은 “아버지의 전쟁을 멈출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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