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Der Spiegel)

설립:1947년 1월4일
판형:주간지
편집국 현황:부르크 본사, 독일 전역 7개 지사, 세계 16개 지역 특파원
기자 수:주간지 〈슈피겔〉 기자 약 260명, 〈슈피겔〉 팩트체크팀 약 70명, 〈슈피겔 온라인〉 기자 약 140명
지면 독자:2017년 3분기 평균 76만8498부(지면, e북) (정기 구독자 36만4333명)
온라인 홈페이지:2017년 8월 총 페이지뷰 약 10억9059만 뷰, 2017년 8월 총 접속자 약 2억3241만명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슈피겔〉 구독자 약 44만1900명, 페이스북 〈슈피겔 온라인〉 구독자 약 147만5300명, 유튜브 〈슈피겔 TV〉 구독자 약 21만7300명, 트위터 〈슈피겔〉 팔로어 약 5만7000명, 트위터 〈슈피겔 온라인〉 15만4300명

ⓒ시사IN 조남진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 위치한 〈슈피겔〉 본사.

독일 함부르크 미테 지역에 위치한 ‘하펜시티’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조명받고 있다. 하펜시티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지열을 활용한 친환경 설계로 유명한 거대한 유리 빌딩이 강을 맞대고 들어서 있다. 독일 유력 시사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의 본사 건물이다.

높이 43m, 폭 98m에 달하는 이 빌딩에는 슈피겔 산하 미디어가 모두 입주해 있다. 주간지 〈슈피겔〉을 비롯해 잡지 12개, 웹서비스 6개, 〈슈피겔 TV〉 〈슈피겔 온라인 비디오〉 등 영상 제작 센터 두 곳과 ‘슈피겔 테크랩’으로 불리는 기술지원 부서가 각 층, 각 사무실에 배치되어 있다. 온라인 뉴스룸과 지면 뉴스룸 역시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올드 미디어부터 뉴 미디어까지 다양한 매체가 뒤섞여 있지만, 이곳의 중심을 잡는 매체는 주간지 〈슈피겔〉이다. 〈시사IN〉이 방문한 10월13일 금요일은 마침 전날 마감을 모두 마치고, 최신호가 인쇄되어 배포되는 날이었다. 전 세계 160여 국가에 발매되는 〈슈피겔〉은 1947년 1월 창간된 이래 유럽 대표 주간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2년 이른바 ‘〈슈피겔〉 사건(독일 국방부의 핵무장 계획을 폭로한 〈슈피겔〉 보도를 서독 정부가 국가 반역 행위로 규정하고 편집진을 103일간 구금한 사건)’ 이후 독일 내 언론의 자유를 앞장서 자리매김한 매체로 꼽힌다. 연방제 전통이 강한 독일에서 몇 안 되는 전국 단위 언론사 중 하나다.

〈슈피겔〉의 전통이자 강점은 역시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다. 주간지 〈슈피겔〉을 비롯해 온라인 매체 〈슈피겔 온라인〉, TV 프로덕션 〈슈피겔 TV〉도 모두 탐사보도팀을 각각 꾸려 운영하고 있다. 〈시사IN〉과 만난 외르크 슈미트 탐사보도 코디네이터(탐사보도팀장)는 “탐사보도팀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모든 기자가 탐사보도를 한다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침 그는 10월7일 발간된 ‘2017-41호’에서 에어버스 경영진의 부패 의혹을 탐사 보도했다. 그가 이끄는 탐사보도팀은 주제를 자율로 정하고, 프로젝트에 따라 인원을 수시로 보강한다. 팀원은 4명, 하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15명에서 20명까지 인원이 늘어나기도 한다. 한 기사를 쓰는 데 최소 2주에서 길게는 석 달이 걸리기도 한다.

ⓒ시사IN 조남진〈슈피겔〉 본사는 ‘입구(口)’자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다. 외르크 슈미트 탐사보도 코디네이터(사진)는 “모든 기자가 탐사보도를 한다는 전통이 있다”라고 말했다.
“풋볼 리크스(유럽 축구 선수 및 에이전트 관련 의혹)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축구 선수가 어느 팀에 있는지 잘 아는 스포츠 전문 기자가 필요하다. 어떻게 탈세했는지 살펴야 하니 조세 전문 기자가 필요하고, 대규모 문서를 분석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사를 쓸 사람(라이터)도 필요하다.” 외르크 슈미트 기자는 자신의 직함에 붙은 ‘코디네이터’라는 업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팀장’ 구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기자를 프로젝트별로 선별하고 외부와의 협업을 조율하는 등 업무 자체가 일종의 ‘코디네이터’로 변했다는 의미다.

슈미트 기자가 탐사보도팀 작업실로 〈시사IN〉 취재진을 이끌었다. “이곳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다른 사무실과 분리된 별도 네트워크 회선을 사용하고, 분석 작업을 위한 서버도 따로 마련했다.” 20㎡ 규모의 작은 사무실에는 각종 사무기기와 컴퓨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부 구조가 밖으로 유출되면 안 된다며 역시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슈미트 기자는 탐사보도팀 운영의 핵심은 보안과 독립성이라며 취재 주제, 방식, 상황에 대해서는 편집국장도 간섭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독일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특종을 쏟아냈지만, 〈슈피겔〉이 최근 지향하는 탐사보도의 방향은 과거와 다소 다르다. “협업과 공유가 중요해졌다. 2007년 지멘스(독일 전자업체) 기사를 준비하면서, 내부 정보 공유뿐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매체와의 협력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유럽 탐사 기자 협력체인 EIC(European Investigative Collaboration) 설립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메디아파르〉, 스페인
〈엘문도〉, 덴마크 〈폴리티켄〉, 루마니아 탐사기자센터(CRJI) 등과 협력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 검색엔진 적용, 오픈소스 개발 등 EIC 협업을 위한 기술 지원은
〈슈피겔〉과 〈메디아파르〉가 제공한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 간 국제 교류와 협업은 최근 유럽 탐사보도의 흐름 중 하나다. ‘파나마 페이퍼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등으로 유명한 국제탐사보도센터(ICIJ) 역시 전 세계 탐사보도 기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취를 이어가고 있다.

〈슈피겔〉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선도한 매체 중 하나다. 〈슈피겔〉은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와 함께 위키리크스 보도를 주도했다. 당시 〈가디언〉 탐사부장 데이비드 리와 탐사팀 루크 하딩 기자가 쓴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에 따르면, 〈가디언〉이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는 〈슈피겔〉의 정보망(미군 기밀 자료,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독일연방의회 자체 조사 접근권)과 ‘크로스체크’한 덕에 진위를 판별할 수 있었다. 〈슈피겔〉이 자랑하는 펙트체크 전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일찌감치 팩트체크팀을 구성해온 〈슈피겔〉은 현재 팩트체크 전문가 7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 외국어 전문가, 회계사 등 각 분야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들여 만든 탐사보도 결과물에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슈피겔〉 독자층은 여전히 더 날카로운 보도, 깊이 있는 분석을 요구한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그런 요구를 하는 〈슈피겔〉 독자층의 평균 연령대가 점점 높아진다는 점이다.

ⓒ시사IN 조남진〈슈피겔〉 본사의 1층 로비에는 매주 발간되는 〈슈피겔〉 외에도 자매지 15종이 진열되어 있다.

〈슈피겔〉 측에서 밝힌 ‘2017년 독자 구성’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자의 48%는 50세 이상이다. 40대 독자가 20%인 점을 감안하면, 독자의 68%가 중장년층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20대는 14%, 30대는 15%에 불과해 젊은 독자층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 외르크 슈미트 기자는 “사실 10대인 내 딸도 내 기사를 안 읽는다”라며 독자의 세대 간 격차가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독자층의 변화는 판매량에도 나타난다. 2003년 110만여 부를 판매한 〈슈피겔〉은 이후 점점 유료 판매량이 줄어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78만2000여 부로 감소했다. 그나마 독일 독자층의 변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완만한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독일은 독특한 미디어 환경을 가진 나라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독일인의 50%는 아직 전통 매체인 신문·잡지·텔레비전·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조사 대상 26개국 가운데 전통 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신생 미디어보다 전통 미디어 브랜드의 힘이 온라인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슈피겔〉은 이 점을 활용해 이미 성공적인 론칭 사례를 남겼다. 독일 내 가장 많은 독자가 찾는 온라인 뉴스 매체가 바로 〈슈피겔 온라인〉이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앞선 리포트에서 주 1회 이상 〈슈피겔 온라인〉을 찾은 독자가 약 19%라고 발표했다.

새 독자를 발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

10월13일 〈슈피겔 온라인〉 편집국에서 만난 요하네스 코르게 기자는 “우리는 미국 뉴미디어 복스(VOX)·바이스(VICE)뿐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와도 경쟁한다. 사실상 일간지와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정치 취재를 담당하는 그는 〈슈피겔 온라인〉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부서로 ‘소셜 미디어팀’을 꼽았다. “출범한 후 거의 매해 새 직원을 뽑는 부서다. 소셜 미디어 대응이 핵심 과제가 되었다.”

〈슈피겔〉과 〈슈피겔 온라인〉은 뉴스룸 혁신을 위해 지면과 온라인을 철저히 분리하는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주간지와 온라인 매체의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분야의 안착을 위해 조직을 완전히 분리했고, 그래서 〈슈피겔 온라인〉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모델’은 지난 몇 년간 부침을 겪었다. ‘〈슈피겔〉 혁신보고서’는 협업의 실종을 혁신의 걸림돌로 보았다. 코르게 기자는 “작년부터 협업이 늘었다. 오늘(금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다. 어제 주간지 마감을 끝내면, 오늘 온라인과 주간지가 협업해서 예고 기사를 쓴다. 내일(토요일)부터 가판대를 비롯한 유통망에 오늘 인쇄된 〈슈피겔〉이 깔리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새 독자를 발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주로 〈슈피겔 온라인〉이 주도한다. 최근 론칭한 〈벤토(Bento)〉라는 서비스는 10대 청소년 독자를 위해 새로 만든 뉴스 서비스다. 〈슈피겔 온라인〉 구성원 평균연령이 30대 초·중반이라면, 〈벤토〉는 20대 구성원이 대부분이다. 새 독자를 끌어오기 위한 방안은 다양하게 시도 중이지만, 정답이 나오진 않았다. 외르크 슈미트 기자는 “불과 10~15년 전까지만 해도 탐사보도 기사는 지면에 최대한 많은 증거를 제시해야 했다. 하지만 젊은 독자들은 점점 쉽게, 스토리텔링 위주로, 더 부드럽게 설명하는 기사를 요구한다. 이 세대 공략을 위해서라도 우리만 쓸 수 있는 탐사보도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수익 늘리고 본질 지켜야”


〈슈피겔 온라인〉에서 정치와 국제 뉴스를 담당하는 요하네스 코르게 기자(사진)는 주간지와 온라인의 갈등에 대해 “일하는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여러 가지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피겔〉과 〈슈피겔 온라인〉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주간지 마감 다음 날인 금요일에 협업이 가장 활발하다. 지면 예고 기사를 올리기 위해 서로 논의한다. 지난해부터 협업이 많아졌다. 지면에 등장한 기사 가운데 급한 경우 온라인에 바로 풀기도 하지만, 대개 ‘슈피겔 플러스’라는 유료 구독 사이트로 넘어간다. 〈슈피겔 온라인〉의 수익은 온라인 광고와 유료 온라인 구독에서 나온다. 

ⓒ시사IN 조남진

〈슈피겔〉과 〈슈피겔 온라인〉 간 협업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같이 일한 지 오래돼서 딱히 갈등은 없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니 힘든 면은 있다. 주간지와 온라인은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우리는 24시간 가동된다.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는 시드니 특파원이 온라인 사이트를 담당한다. 전 세계에 파견된 〈슈피겔〉 특파원이 〈슈피겔 온라인〉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고, 점점 협업이 늘어가는 추세다. 

젊은 독자를 포섭하려는 노력은? 

스냅챗 디스커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6~25세 독자들이 슈피겔 기사를 읽는다. 이들을 어떻게 유료 독자로 끌어올 것인지가 숙제다. 

온라인 광고 외에 다른 수익모델도 모색 중인가? 

우리로서는 애드블록(광고를 차단하는 기능)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웃음). 네이티브 애드도 이제 막 시작 단계다. 하지만 아직 부서 내에서 의견 통합이 안 됐다. 오래 일한 사람들은 네이티브 애드에 부정적이다. 수익을 늘리면서도 본질을 지킬 수 있는 경계선을 잘 만들어야 한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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