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뒷이야기는 개운치 않았다. 2004년 그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는데, 사실혼 관계로 평생 함께 살아온 에바 가브리엘손은 스웨덴 가족법상 유산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가 남긴 인세와 판권은 의절하다시피 했던 아버지와 동생에게 돌아갔다.

분쟁이 이어졌다. 가브리엘손이 보관하고 있던 스티그 라르손의 미완성 유작 원고가 쟁점이었다. 끝내 유작 원고를 확보할 수 없었던 스티그 라르손의 형과 아버지는 결국 출판사와 함께 밀레니엄 시리즈의 후속작을 쓸 인물을 찾아 나섰다. 그 주인공이 〈나는 즐라탄이다〉 〈엘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등 전기 작가로 성공을 거둔 저널리스트 출신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다.

라게르크란츠가 만들어낸 ‘밀레니엄’의 세계는 나름 전작의 미덕을 충실이 이어간다. 인물은 매력적이고, 사건은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라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한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리라. 주인공 미카엘의 푸념처럼 지난 10년 사이 저널리즘은 더욱 허약해졌고, 국가 정보기관의 인터넷 감시는 일상이 되었다. 읽는 재미는 있지만, 문학 외적인 반감 또한 어쩔 수 없다. 인세가 스티그 라르손의 아버지와 동생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집중력이 흐려진다.

2015년 출간 직후 라게르크란츠의 4부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미 1부를 영화화 한 소니픽처스는 이 작품을 곧 후속작으로 영화화할 계획이다(2·3부는 건너뛴다). 다만 지난달 출간한 5부는 반응이 영 시원찮다. 부디 ‘망작’ 없이 6부까지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원작 팬의 소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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