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한 지 고작 16분 지났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심지어 집에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조차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집’이 실제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뜻한다기보다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 가깝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을 편집하기 전까지 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누구와 언제, 어떤 이유로 이야기하든 집은 기-승-전-‘너무 비싸다’로 요약되는 무엇에 불과했다. 서른이 훌쩍 넘도록 부모와 함께 살면서 불필요한 갈등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두 시간에 육박하는 거리를 통근하면서도 감히 독립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무엇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벨라 드파울루 지음
박지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이 책에는 이렇게 돈도 시간도 체력도 부족한, 다시 말해 거의 모든 게 제한된 환경에서 나에게 맞는 공간적 대안과 생활방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집세 같은 실존적 문제부터 사생활과 사회생활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심리적 문제까지 고려해 어디서 살고, 누구와 살고, 어떻게 살지 결정한다. 남성 없이 여성 4대만으로 이루어진 대가족도 있고, 결혼을 했으며 둘 사이에 아무 문제도 없지만 각자의 집에 사는 부부도 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과, 집과 일이 필요한 노인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나 싱글맘들의 셰어하우스 또한 인상적이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집값이 내려가지도 않고, 당장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지 결정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명제를 증명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돌아가고 싶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무한히 상상하게 해준다. 진부하지만, 현실은 상상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오늘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기자명 강설빔 (알에이치코리아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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