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문재인 케어’를 말한다. 10가구 중 8가구가 민간 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한다면 우리나라 복지 역사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집약된다. 의학적 성격을 지닌 비급여 진료를 모두 국민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온다. 과잉 진료와 고액 병원비를 초래하는 비급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논점이 생긴다. 문재인 케어에서 현행 비급여가 완전 급여가 아니라 ‘예비급여’라는 중간 단계로 편입된다. 예비급여의 본인부담률도 50~90% 수준으로 급여진료의 본인부담률 20~ 30%에 비해 무척 높다. 게다가 예비급여는 본인부담상한제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상한제는 1년간 환자의 본인부담금 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초과분을 환급해주는 제도이다. 문재인 케어에서 소득계층에 따라 80만원에서 514만원으로 설정될 예정이지만, 예비급여는 상한제에서 제외되니 환자는 별도로 예비급여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돼도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2015년 63.4%에서 2022년 70%로,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는 이유이다.
문재인 케어는 보완책으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내놓았다. 개별 심사를 통해 하위 50% 계층에게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는 본인부담금에 대해 20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우선 중간계층 이상의 시민들은 건강보험료를 내고서도 혜택에서 제외된다. 보편적 복지인 국민건강보험에서 이러한 계층화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또한 하위 50%에 속하더라도 연소득의 20~30%까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연봉 3000만원이라면 최소 600만원은 감수하라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병원비 총액이 너무 고액이라 2000만원 전액을 지원받더라도 여전히 본인부담금이 수천만원 나올 수 있다. 정부가 비급여를 완전 급여로 전환하지 않고 예비급여라는 중간 단계를 설정한 핵심 이유는 환자 부담금이 상당히 줄어들면 의료 이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료계 일부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국정 운영자로서 그럴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쉽다. 한 걸음 더 가야 한다.
앞으로 문재인 케어에서는 비급여가 국민건강보험의 관리체계로 들어온다. 국민건강보험의 의료 전문가가 진료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같은 동료 전문가가 진료 내역을 들여다보고, 진료 방식에 대한 규제도 생기니 지금보다는 비급여 진료가 절제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의료기관에 적정 수가를 보전해 협력을 구하면서 비급여 진료 관리에 온 힘을 쏟는다면 의료량 통제에도 긍정적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아픈 어린이는 우리 모두가 돌보는 대한민국’을 만들자
남는 건 고액 환자의 본인부담금이다. 중간 단계로 예비급여를 설정하고 본인부담률을 높게 잡더라도 환자가 과중한 병원비에 직면하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예비급여도 본인부담상한제에 포함해야 한다. 개별 환자별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심사하는 복잡한 대책보다는 아예 예비급여까지 상한제에 포함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 판단한다.
그래도 의료량 관리에 자신이 없는가? 정 그렇다면 어린이 병원비부터 시작하자. 어린이가 받는 예비급여 진료를 본인부담상한제에 포함하고 상한액은 모든 계층에게 100만원을 적용하자. 그러면 아이가 어떤 질환을 앓더라도 한 해 본인부담 병원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으니 병원비로 인한 가계 파탄도, 모금을 호소하는 텔레비전 방송과 신문광고도 사라질 수 있다. ‘아픈 어린이는 우리 모두가 돌보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나는 문재인 케어를 지지한다. 현행 허술한 급여체계를 바로잡으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우선 어린이부터라도 ‘완전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자. 그래야 시민들이 실손의료보험을 해약해도 되는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물론 국민건강보험료도 더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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