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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한국의 ‘촛불 시민’을 ‘2017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독일의 공익·정치 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매년 인권 증진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이 상을 줍니다. 〈시사IN〉은 ‘촛불 시민’들에게 각자의 수상 소감을 물었습니다.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을 통해 받은 글 일부를 편집해 싣습니다.

 

 

조효선

고등학교 때 들었던 촛불을 다시 들게 되어 속상했지만 그래도 내가 든 촛불 하나가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아들. 미안하지만 그래도 좋은 부모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Leona Kim
그 무렵 이민을 가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이 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었는데, 압력이 엄청났던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길을 양보하는 시민들을 보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재발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축하합니다.


김민경
저희는 〈민주코총〉이라는 깃발 아래 반려 웰시코기들과 참가했는데요. 에버트 인권상을 반려견과 같이 받게 돼 더욱 기쁩니다. 이 영광을 우리 공자, 찐빵이, 하루, 희망이에게 돌립니다!


고재빈
200만이 되던 그날, 제 생일이었던 그날. 저는 생일 케이크 대신 자하문의 차벽 앞에서 촛불을 드는 길을 택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무리해서 나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뿌리치고 나갔음에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20대가, 참정권을 가진 시민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이기 때문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김동호
모든 영광을 박근혜씨에게 돌립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 모든 건 불가능했을 터. 감사하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신주열
우선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 아픈 몸을 이끌고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을 들고 함께해준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으로나마 함께한 온 국민께 이 상을 바칩니다. 


Mellany Lee
추운 날에도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꾸역꾸역 나갔던 기억, 아직 어린 아이를 업고 메고 걷던 기억, 지방에 사는 친구를 광화문광장에서 만났던 기억, 색색의 깃발들에 담은 염원들. 모든 토요일이 힘들었지만 아름다웠습니다. 그 길에 섰던 모두가 그때처럼 아름답기를.


이승원

열다섯 번 참석했습니다.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해주시던 어르신, 중년 신사, 중고등학생들께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평생 그분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하용란
지난겨울 광장에서 손발은 시렸지만 가슴은 뜨거웠습니다. 하나의 점이 되어 함께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일으켜준 수많은 이름 모를 동지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우리의 촛불혁명은 적폐 청산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가슴속 촛불은 끄지 맙시다. 또 언제든 우리의 주권이 짓밟힐 때 광장에서 만납시다.


홍수정
같은 뜻으로 모인 시민들은 유쾌하고 날카롭게 무능한 정권을 비판하고 풍자하며 남녀노소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부패한 정부를 몰아내느라 촛불 시민들과 함께한 모든 날들이 좋았습니다.


지연선
줄곧 ‘혼참러(혼자 시위에 참여한 사람)’였지만 처음 본 사람들 속에서 낯설지도 외롭지도 않았던 것은, 오히려 든든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여겨졌던 것은, 촛불을 들었던 모든 분들의 마음이 하나였기 때문이겠죠?


강지호
1회부터 20회 촛불집회까지 모든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집회가 끝나도 우리들은 광장에 남았습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그곳에서 서로 힘을 모아 쓰레기를 수거했습니다. 우린 그렇게 뜨거운 겨울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도착했습니다. 우린 잘 해냈습니다.


이동근
미안함에 촛불이라도 들어야 했기에 분노를 나눌 수 있었고 암울한 미래에 현실의 온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작은 한숨은 노래가 되고 눈물은 환희의 기쁨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덜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최현욱
매주 구미역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박근혜 탄핵이 결정되는 순간, 구미역 대합실에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을 해대는 어르신들을 보았습니다. 구미가 더 이상
 ‘대통령의 고향’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촛불이 대한민국을 바꾸었지만 이곳은 아직도 춥습니다.


이지윤
이런 상은 제 생애 처음 받아보는 거라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가문의 영광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촛불집회 1회부터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서울시민이라 그런지 완전 뿌듯하고 뭉클하네요. 홍종학 전 의원님과 함께 광화문광장 주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빗자루와 집게를 들고 청소도 했답니다. 멋진 상을 받게 돼서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서은미·이은실·곽경아·문성필·조은경
학창 시절 개근상 이후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상입니다. 여러분 축하합니다!!


임종실
촛불혁명은 미완성입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이란 말이 절대적으로 와닿고 있습니다. 적폐 청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촛불이 다시 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류상훈
먼 훗날 후손들은 2016년 겨울 세계에서 가장 멋진 조상들이 있었다고 기억해주겠죠?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Myoung Kyoung-hwa
어디 이력서에도 넣지 못할 수상 경력이지만 너무 기분이 좋고 자랑스럽네요. 촛불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이희찬 
촛불집회는 제가 나간 첫 시위였습니다. 정치·사회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으로서 늘 뉴스를 보며 가족·친구들과 토론했지만 직접 거리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뿐만 아니라 정유라가 부정 입학을 했기 때문에 크게 분노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부당한 사회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아직 숙제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적폐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옹호 세력들은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촛불혁명은 성공으로 끝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정선
추운 겨울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처음 본 사이에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웃고 울고 노래 부르던 그날의 추억이 가끔 그립기도 합니다. 역사적인 순간 그 장소에 제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자 영광입니다. 좋은 날, 좋은 의미로 다시 한번 광화문에 모였으면 합니다.


양영식
21세기의 진보한 민주시민들이 가장 세련되고 질서 있는 방법으로 19세기형 독재자를 몰아냈습니다. 우리 모두가 승리자입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그때 그 추운 날 촛불 정신을 되새기면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기준을 다시 만들고 정말 사람 냄새 나는 나라를 만들어갑시다.

Hyewon Jeong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가지 못했지만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생중계도 보여주고 언론의 반응과 진행 상황을 알리며 가르쳤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던 시위 기간에 직접 고생하신 촛불시위대와 숨은 공로자였던 김정숙 부장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Juwon Kim
분노가 모여서 공유될 때 세상이 더 좋은 쪽으로 진보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숫자로 보는 촛불집회

 

 

1700만명

총 23차례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 누적 인원. 주최 측 추산 전국 기준으로 1685만2360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평일 집회 참가자까지 하면 1700만명을 상회한다. 이들이 모두 촛불을 들었다고 가정하고 촛불 한 개당 에너지를 80W로 잡았을 때 총 1360㎿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건설 재개를 결정한 신고리 5호기의 설비용량(1400㎿)과 맞먹는다. ‘촛불집회의 진화’로 LED 촛불 사용량 역시 증가했는데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2016년 11월 양초 모양 LED 전구의 판매량이 한 주 만에 875%나 증가했다.
 

 

2만4000명 VS 3만7000명

경찰이 발표한 11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 vs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수. ‘퇴진행동’ 측은 집회 참여 인원 전체를, 경찰은 특정 시각의 최다 인원을 측정한다. 주최 측과 경찰 추산치의 괴리는 늘 컸지만 탄핵 반대 집회 인원이 앞선 건 처음이었다. 경찰은 3.3㎡당 앉으면 5명 들어갈 수 있다는 가정하에 면적당 인원을 추산하는 페르미법을 쓰고 있는데 이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캔들카운터, 와이파이 사용 비율 등의 추산법이 제시됐다. 훗날 그날의 탄핵 반대 집회에 투입한 경찰 병력이 촛불집회의 12분의 1 수준(1200명)이었던 점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11차 이후 참가 인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80분

광화문광장 일대 집회 참가자들의 평균 체류시간. 방문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조이코퍼레이션이 광화문광장 일대 휴대전화 무선 신호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1월19일 4차 집회 참가자 53%가 1시간 이내 집회 장소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평균 80분이고 2시간 미만이 74%였다. 〈탄핵 광장의 안과 밖〉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광화문광장에 있던 사람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정 단체들에서 동원된 이들이라면 더 긴 시간 체류했을 것이다. 2017년 2월 공공의창·우리리서치·참여연대가 공동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32.4%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국민 3명 중 한 명꼴로 촛불을 든 셈이다.

 

0명

시위로 인한 구속자 수. 연행자는 있었지만 사법처리 대상은 없었다.

 

 

 

 

 

 

 

100m

 


촛불 시민과 청와대까지 최단 거리.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100m 밖에서 집회나 시위가 가능하지만 실제 100m에 접근한 건 2016년 12월3일이 처음이었다. 앞선 집회에서 청와대 200m 앞까지 행진을 허용했던 법원은 6차 집회 하루 전인 12월2일 밤, 100m 거리인 효자치안센터까지 집회 행진을 허가했다. 
 

 

 


 

103+α

11월 넷째 주, 집회가 열린 전국 지역 숫자. 10월29일 1차 집회 때는 서울 청계광장, 부산역 광장, 광주 518광장 등 시 단위의 집회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창녕, 의령, 고성, 진도, 구례 등 군 단위가 늘어갔다. 해외 교민들의 촛불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전 세계 26개국 70개 도시 이상에서 집회가 열렸다.
 

 

 

 

4%

한국갤럽 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11월 말부터 4%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동 같은 사건을 지나면서도 깨지지 않았던 콘크리트 지지율 30% 벽이 10월 첫째 주 29%를 시작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12억원

3월15일 ‘퇴진행동’이 어려운 재정 상황을 페이스북에 공유하자 5일 동안 약 12억원이 모였다. 소액 다수의 후원이었다. 현장 모금액, 단체부담금, 계좌 후원 등 5월12일까지 총 39억8315만7374원이 모였다. 무대 및 음향 설치, 행사진행비, 물품구입비 등에 쓰였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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