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1일, 미국 뉴욕의 〈쿼츠〉 사무실을 찾았다. ‘qz.com’이라는 〈쿼츠〉 웹사이트 주소가 적힌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한 남자가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케빈 딜레이니 편집국장(사진)이었다. 딜레이니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6년간 기자로 일하며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 인터넷 회사를 주로 취재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WSJ.com’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시사IN 신선영

그동안 〈쿼츠〉가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쿼츠〉의 창립 목표는 질 좋은 저널리즘과 수익 사업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 〈쿼츠〉만의 저널리즘 모델을 창조했고, 지난 5년간 이 모델의 수익성을 증명했다. 미국 언론계 전체에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면서도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기분 좋은 일이다.

모기업 ‘애틀랜틱 미디어’가 소유한 또 다른 대표 언론 〈애틀랜틱〉은 종이 기반의 전통 매체다. 〈애틀랜틱〉과 〈쿼츠〉의 관계는?

우리는 하나의 모회사가 소유한 별도의 두 회사다. 법무·인사·홍보·재정 부서만 공유한다. 〈애틀랜틱〉은 미국 국내 정치·문화 보도에 집중하는 반면 〈쿼츠〉는 글로벌한 비즈니스·학문 주제를 보도한다. 프린트 미디어 〈애틀랜틱〉은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한 전통적인 뉴스 조직이다. 그런 점을 눈여겨보았다. 내가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나 〈쿼츠〉를 만들기로 결심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이 저널리즘을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약화시켰다고 생각하나?

저널리즘에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이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권력 견제와 알권리 충족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오락의 기능도 있다. 전통적으로는 종종 후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쿼츠〉의 기자들은 조금은 장난스럽게 글을 쓴다. 모바일에서는 양쪽을 모두 추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디지털 저널리즘을 보면 별로 좋지 못한 피상적인 기사도 분명 많지만, 훌륭한 기사도 있다. 우리가 지금 가진 도구는 20년 전 내가 기자로 일하기 시작할 때 썼던 도구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런 훌륭한 도구와 좋은 콘텐츠가 결합되면 정말 멋진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쿼츠〉 커브’는 400단어 이하의 짧은 기사나 1000단어 이상의 긴 기사가 독자를 사로잡는다는 원칙이다. 〈시사IN〉은 주로 1000자 이상의 기사가 많은데, 긴 기사가 정말 더 많이 읽히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실제로는 기사 내용에 따라 다르다. 가장 많이 읽히는 기사는 짧든 길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포착한 기사다. 인터넷은 변덕스럽다.

프린트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쇄 기반 언론사들에겐 정말 힘든 시기다. 높은 제작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디지털 출판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아가는 상황이다. 나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이런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봤다. 그러나 제품으로서 인쇄물은 아직 수명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인쇄물을 읽는 걸 좋아한다. 우리가 발간한 책은 그런 부분을 겨냥한 상품이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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