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리는 ‘핵 보유국 인정’이 과욕인 이유
  • 남문희 기자
  • 호수 528
  • 승인 2017.11.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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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양측은 꾸준히 접촉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동선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관건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여부다.

북한과 미국이 ‘말 폭탄’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양측이 꾸준히 접촉했다는 징후가 계속 잡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동선이 대표적이다. 최 국장은 지난 9월 말 모스크바를 방문해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한반도 담당 특임대사와 회담한 바 있다. 이후 20일 만에 또다시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러시아 외무성 주최로 10월19~21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 ‘(핵)비확산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웬디 셔먼, 로버트 아인혼, 로버트 칼린 등 미국 전직 관료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1.5트랙 대화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은 그동안 핵 개발에 성공한 국가들의 전략 중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해왔다. 인도와 파키스탄한테서 핵실험의 반복과 핵능력 고도화를 통한 국제적 핵보유국 인정을 벤치마킹했다. 중국 핵 개발 과정에서는 ‘양탄일성(원자탄·수소탄과 인공위성)’ 이후를 벤치마킹했다. 바로 미국과 관계 개선 및 경제개발, 미국과 타이완 간의 중·미 공동방어조약 파기 및 타이완 주둔 미군의 철수 등이다. 북한은 순서상 핵무기 고도화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인정, 북·미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북·미 수교, 주한미군 철수 등을 바란다.

ⓒ연합뉴스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와 관련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과욕이다. 첫 관문인 핵보유국 인정부터 쉽지 않다.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이었던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의 핵 개발과 1985년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를 선언한 북한의 경우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NPT에 가입하면 핵 개발 포기의 대가로 핵보유국의 원자력 기술과 물질을 제공받는다. 북한은 옛 소련의 지원을 받았다. 이런 관계가 성립된 뒤 NPT를 탈퇴하고 핵 개발에 나서면 당연히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된다. 인도·파키스탄 등은 미가입국이었기 때문에 유엔 제재를 받지 않았던 데 비해 북한이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핵 개발은 대미 적대 관계의 소산이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이 모두 친미 국가인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미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이유가 없다. 미국이 1972년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하면서 중·미 공동방어조약을 파기하고 타이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발표한 것은 중국과 손잡고 옛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즉,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 사안이다. 궁극적으로 주일 미군의 지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

주한미군 철수? 김정은이 존재하지 않으면!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핵 문제 해법의 하나로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되기는 한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 바로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하며 타이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추진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다. 그래서 기시감이 생길지 모르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경우는 정반대다. 키신저의 주한미군 철수론은 북한과의 어젠다가 아니라 중국과의 협상 어젠다이다. 키신저는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북한 위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미·중의 빅딜(대타협)’을 제안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키신저는 틸러슨 국무장관에게도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중이 사전 합의하면 북핵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키신저 솔루션’은 한반도를 핵도 없고 주한미군도 없는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게 핵심인데, 거기에는 당연히 김정은 정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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