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성 14호 발사’를 둘러싼 물음표
  • 남문희 기자
  • 호수 528
  • 승인 2017.11.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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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의 고각 발사 이후 북·미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의 한계가 밝혀지면서 긴장이 낮아졌다.

사력을 다한 ‘진검 승부’의 결말치고는 허무하다. 7월28일 북한이 화성 14호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을 때만 해도 미국 본토 전체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놓인 것 같았다. 정점고도 3700㎞에 직선거리 1000㎞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1000㎞는 충분해 보였다. 미국 전문가 중에는 화성 14호의 사거리를 1만4000㎞로 보는 이도 있었다. 미국 서부는 물론이고 동부의 뉴욕·워싱턴까지도 도달하고 남을 거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미국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었다”라며 기뻐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7월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오른쪽)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 시험발사 모습을 보고 활짝 웃고 있다.

그런데 미국 본토는 고사하고 알래스카조차 타격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뒤집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이 화성 14호의 사거리와 재진입 기술과 관련해 일련의 눈속임까지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위해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신뢰 위기 상황이다.

지난 5월14일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 12호 발사 성공부터 달아오른 북한과 미국의 진검 승부는 지난해 9차례에 걸친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 실패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1월6일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무수단 발사 시험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대미 결전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옛 소련에서 높은 신뢰성이 입증되어 시험발사조차 생략한 채 2007년 실전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험이 지난해부터 연거푸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게 바로 위성발사체용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80t 추력의 옛 소련제 RD-250 엔진이었다. 북한은 올해 3월18일 이 엔진에 4개의 보조엔진(버니어 엔진)을 결합시킨 개량 실험까지 성공해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 12호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 시대에 껑충 다가선 것처럼 보였다.

무수단 미사일 실패 만회하려 무리수?


“아주 짧은 기간에 무수단의 실패를 만회했다는 점에서 실력뿐 아니라 운도 좋았다.” 미사일 전문가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평가처럼 괌을 겨냥한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 12호의 등장은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안 된 7월4일에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가 고각 발사됐고, 20여 일 후인 7월28일 두 번째 화성 14호가 첫 번째 발사 때보다 훨씬 높은 정점고도와 긴 사거리를 자랑하며 고각으로 발사됐다. 특히 두 번째 발사된 화성 14호부터 미국의 대응 태세는 그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신미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북한의 화성 14호 2차 발사로 미국은 김정은으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을 축적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 간 진검 승부의 시작이었다. ‘미국 본토를 불시에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여겨진’ 북한 화성 14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선제타격과 예방전쟁의 준비였다. 8월5일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제거를 위해서는 예방전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준비하겠다”라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8월8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AP PHOTO9월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예방전쟁에 대해 ‘정의의 전쟁’으로 맞서겠다던 북한은, 한·미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직후인 9월3일 예고한 괌 포위사격 대신 6차 핵실험으로 맞섰다. 지난해 9월9일 5차 핵실험(10kt)에 비해 25배가량 위력이 증가(250kt)했다. 화성 14호에 수소폭탄이 장착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미국 사회가 패닉에 빠질 만했다. 9월3일 당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9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우리나 우리 동맹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9월23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전체 작전을 지휘·통제한 가운데 미국 전략 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 공중급유기, 수송기, 헬기까지 포함한 30여 대의 전략 폭격 편대가 야밤에 북한 신포 앞바다 공해상에서 ‘참수작전’의 예행연습을 거행했다.

ⓒU.S. Air Force6월20일 출격한 미 공군 B-1B 폭격기 2대(위)를 우리 공군 F-15K가 엄호 비행하는 모습.

7월28일부터 9월 말까지 북·미 간에 진행된 일련의 움직임은 ‘말의 전쟁’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전쟁 이래 최악의 긴장 상황이었다. 이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긴장의 강도는 현격히 떨어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미국과 북한에서 거의 동시에 나온 발언에 그 해답이 있다. 10월12일 백악관 기자실을 찾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현 행정부를 대변한 발언”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능력이 못 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때 선제타격 내지 예방전쟁까지 언급하던 긴박감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나흘 후 이번에는 북쪽에서 비슷한 맥락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10월16일자 미국 CNN 방송은 평양 현지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 동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전념’할 것이며 이 목표가 달성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라는 북한 관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겉으로 보면 호전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북한 관리가 미국 언론과 공식 인터뷰에서 “ICBM 개발에 전념”이라는 말을 하며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그렇다면 사거리가 1만1000㎞에 이른다던 화성 14호 미사일의 실체는 뭘까? 미국 전역이 북한 미사일 사정거리에 들어왔다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언장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 의문의 해답은 한국과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이 내놓았다. “미국 본토에 핵 위협을 가하는 ‘유사 ICBM (near-ICBM)’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주기 위해 면밀하게 짠 북한의 기만극”이라는 것이다. 바로 미사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하는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의 진단이다. 포스톨 교수 등은 지난 8월11일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AS)에서 “7월4일과 7월28일 두 차례 고각 발사된 화성 14호로는 핵무기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조차 떨어뜨리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문가들은 고도 2720㎞까지 올라간 1차 발사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북한이 모의 탄두 중량을 줄임으로써 그런 고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핵심적인 사실을 간과한 채 보도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1세대 핵탄두(500~600㎏)와 같은 중량을 실었다면 그렇게 올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높은 3725㎞까지 올라간 2차 발사도 “우리의 계산에 의하면, 1차 때보다 더 가벼운 모의 탄두를 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포스톨 교수가 분석한 상단 로켓의 연소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탄두부 무게가 500~550㎏이면 최대 앵커리지까지만 닿을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 시애틀까지 도달하려면 300㎏ 이하여야 하는데 현재 북한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미사일 전문가 존 실링 박사 역시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기고문에서 “7월4일 1차 발사 때 500㎏의 핵탄두를 사용했다면 7월28일 2차에는 300~350㎏으로 감량한 탄두를 쓴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그보다 훨씬 작은 모의 탄두를 장착했을 것으로 보았다. “미사일의 사거리는 추력과 구조 중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탄두 중량을 줄일수록 사거리는 대폭 늘어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탄두 중량 줄여서 사거리 늘리고 눈속임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눈속임을 했을까? 미사일 전문가 장영근 교수는 그 이유를 RD-250 엔진에서 찾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RD-250 엔진은 추력이 80~90t 가까이 나오는 대신 직경이 3m에 이른다. 대포동 미사일처럼 사일로에 숨겨놓고 발사하는 것으로 북한이 추구해온 이동식 미사일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RD-250의 연소기 두 개 중 하나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부피가 줄어든 대신 추력도 40~45t으로 절반이 된 셈이다. 이런 경우 최대 사거리는 5500~ 6000㎞로 괌까지는 충분하지만 미국 본토 타격은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고체연료 기반 화성 13호로 ICBM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대용량 고체연료 추진체를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다. 북한 ICBM 개발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상민 국방연구원 박사는 <주간 국방논단>에서 화성 14호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체와 관련해 북측이 사용한 속임수를 밝혔다. 5월14일 발사한 화성 12호의 탄두는 끝이 뭉툭하고 가운데가 볼록한 ‘젖병 형’이었다. 고속 대기권 재진입이 불가능한 형태다. 그런데 7월4일 발사한 화성 14호는 끝이 뾰족한 원추형으로 바뀌었다. 북측은 대기권 재진입을 위해 탄소복합체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 텔레비전이 실수로 보도한 탄두부 촬영 영상에서 원추형 껍데기가 벗겨져 날아가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방영됐다. 즉 화성 14호 역시 화성 12호나 마찬가지로 젖병 모양의 탄두에 원추형의 위장막을 씌운 꼴이었다고 이 박사는 지적했다. 이 박사는 “고속 재진입 기술을 발전시키기에는 시간과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을 북한의 미사일 개발자들이 어차피 실거리 시험발사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만들어봐야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것도 아니므로 이번 한 번만 제대로 속이고 실전 배치해버리면 끝난다고 생각해 이런 희대의 사기극을 준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7월28일 고각으로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의 모습.

그렇다면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CNN과 인터뷰한 평양의 관리 얘기에서 추론해볼 수 있다. 미국의 동부 해안을 타격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핵미사일 개발에 진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그 기간을 감내할 수 있을까? 주목할 것은 미국 역시 총력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8월15일 베이징에서 팡펑후이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만나 ‘양국 연합참모부 대화체계 문건’에 공동 서명하는 등 한반도 유사시 미·중 간 군사협조 체계를 구축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9월26일 미국 상원 재인준 청문회 때  “북한은 시급성 측면에서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을 제기한다”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는 “중국은 2025년까지 우리나라에 최대 위협이 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북한이라는 것이다. 대중국 봉쇄 정책과 대북 제재 정책의 혼란을 교통 정리하는 발언이다. 

그의 발언 이틀 후인 9월28일 중국 상무부는 중국 경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을 포함해 북한 관련 기업들에게 120일(4개월 후인 내년 1월 말) 내에 폐쇄할 것을 통보했다. 북한 식당들이 전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8월5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71호와 9월11일의 제2375호를 합치면 연 30억 달러에 불과한 북한의 대외 수출액 중 연 18억2000억 달러가 사라지게 된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25년간 북한이 확보한 외화수지 흑자를 전부 합쳐봐야 126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재가 지속되면 단순 계산해도 7년이면 소진된다. 이미 북한 내 석유 가격이 3배 가까이 올랐고 주민들이 주식으로 사용하는 옥수수 가격 역시 2배가량 뛰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에서 30여 년간 일하다가 2014년 탈북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리정호씨는 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노력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비관론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백악관이 북한에 부과한 제재는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북한은 이번처럼 강력한 제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1년이라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조기에 담판을 짓겠다는 북한의 어설픈 정면 승부가 역으로 북한을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한 셈이다. 아무 대책 없이 미국이라는 잠자는 사자의 콧잔등만 세게 후려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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