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매체 <디인터셉트>, ‘국익 보다 글로벌 공익’
  • 신한슬 기자
  • 호수 527
  • 승인 2017.10.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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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설립된 미국의 인터넷 언론 <디인터셉트>는 정보기관의 범죄와 권력의 오·남용에 관해 독보적인 특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드론 페이퍼스’ 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인터셉트(The Intercept)

설립 : 2014년 2월
규모 : 편집국 43명
출판 방식 : 웹사이트
재정 : 모기업 퍼스트룩미디어(First Look Media) 후원금 운영
수상 : 2016년  내셔널매거진상 칼럼 및 다큐멘터리 부문
               뉴욕프레스클럽상 특별취재 인터넷 부문·다큐멘터리 부문·풍자 부문
               온라인저널리즘상 탐사보도 데이터 부문·중소 언론사 부문
        2017년
        온라인저널리즘상 탐사보도 데이터 부문·중소 언론사 부문
        온라인저널리즘상 피처기사 부문·중소 언론사 부문


미국의 인터넷 언론 <디인터셉트>(The Intercept)는 고급 쇼핑몰 거리로 유명한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건물의 18층과 19층을 쓴다. 18층을 사용하는 퍼스트룩미디어(First Look Media)는 <디인터셉트>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비영리 미디어 기관이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 창립자 피에르 오미디아가 2014년 에드워드 스노든과 함께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프로그램을 폭로한 기자 글렌 그린월드, 제러미 스카힐, 로라 포이트러스에게 2억5000만 달러(약 2835억원)를 투자해 만들었다. 퍼스트룩미디어는 <디인터셉트> 외에도 영상·팟캐스트 매체인 <토픽>(Topic),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사인 <필드오브비전>(Field of Vision), 풍자 만평 매체인 <더닙>(The Nib)을 운영한다. 

창립 멤버 가운데 글렌 그린월드는 현재 <디인터셉트>에서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을 다룬 영화 <시티즌 포>의 감독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로라 포이트러스는 <필드오브비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간 군사기업이 이라크 시민을 학살한 사건을 다룬 베스트셀러 <블랙 워터>의 작가이기도 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제러미 스카힐은 <디인터셉트>의 탐사보도 기자로 활약 중이다.

<디인터셉트>는 설립된 당시부터 권력 감시를 목표로 내세웠다. 글렌 그린월드는 2014년 2월10일 발표한 창간사에서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정보기관의 범죄, 권력 오·남용, 시민의 권리와 자유 침해, 사회적 불평등을 비롯한 모든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부패에 대해 공격적이고 독립적인 보도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 포부대로 <디인터셉트>는 권력기관의 가장 민감한 문서를 폭로하는 특종을 연이어 터뜨렸다. 초반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방대한 비밀문서를 분석해, 미국 오바마 정부가 어떻게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도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는지 폭로했다. 2017년 1월부터 연재된 ‘FBI의 비밀 규정(Secret Rules of FBI)’이라는 11부작 탐사보도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내부 규정 문서를 분석해 이들이 ‘의심 가는’ 종교단체·정치단체·학계·언론계 등에 잠입해 감시해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5월부터 연재된 ‘타이거스완 전략(TigerSwan Tactic)’ 시리즈는 정부가 타이거스완이라는 민간 보안회사를 고용해 송유관 건설 반대 시위자들에게 대테러 전략을 사용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시사IN 신선영<디인터셉트>는 보안을 이유로 편집국 내부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많은 특종 중에서도 2015년 10월25일부터 연재된 9부작 특집 보도 ‘드론 페이퍼스(Drone Papers)’는 특히 빛났다. 방대한 군 내부 문서를 입수해 미군이 공습용 드론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민간인인지 적군인지 파악하지도 않고 ‘적군’이라고 기록했다는 것을 폭로했다. 이들이 보도한 드론 프로그램의 운영 실태는 ‘정밀 공습’을 천명하던 오바마 정부에 타격을 입혔다. <디인터셉트> 편집국장 벳시 리드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드론 페이퍼스’는 편집국장으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사 중 하나다. 그 기사는 드론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사회 담론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미디어지만 가벼운 뉴스는 지양

<디인터셉트>는 디지털 미디어이다. 보통 디지털 미디어는 스낵컬처류의 가벼운 뉴스나 기존 뉴스를 큐레이터해 독자를 끌지만, <디인터셉트>는 이를 지양한다. 철저하게 탐사보도를 추구한다. 벳시 리드 편집국장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무엇을 올렸는지, 어제 뭐라고 말했는지, 북한과 뭐라고 말싸움을 했는지… 우리는 이런 매 순간의 기사보다 더 긴 호흡으로 보도한다”라고 말했다.

탐사보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디인터셉트>는 시큐어드롭(SecureDrop)이라는 내부 고발을 하는 취재원들이 접속해 제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시큐어드롭은 고도로 암호화된 서버를 이용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포브스> <프로퍼블리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도 이것을 사용한다. 물론 취재원을 통해 직접 정보를 입수할 때도 있다. <디인터셉트>가 내부고발자를 통해 입수한 정부나 기업의 디지털 문서는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고유 표시인 ‘워터마크’가 붙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면서도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디인터셉트>는 전문가를 불러 이 디지털 문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한다(<디인터셉트>는 모든 탐사보도 연재 시리즈 마지막에 관련 문서 원본을 공개한다).

정치적 압력을 받을 때도 있었다. 특히 <디인터셉트>가 창간 초기부터 집중 보도했던 국가 안보 분야의 경우 에드워드 스노든을 비롯한 내부고발자들이 간첩 행위로 기소되기도 했다.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자유·권리가 충돌할 때 <디인터셉트>는 항상 시민의 편에 섰다. 편집국장 벳시 리드는 “<디인터셉트>가 대중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한 정보들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국가를 더 건강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디인터셉트>는 자국의 이익보다 전 세계의 공익을 우선시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내세운다. ‘드론 페이퍼스’가 대표적이다. 유일하게 비(非)보도를 결정할 때는 <디인터셉트>의 보도가 특정한 개인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다. 벳시 리드 편집국장은 “만약 정부가 우리 기사를 두고 잠재적으로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명백하게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거대 후원자에서 소액 후원자로 체질 개선 중

ⓒ시사IN 신선영<디인터셉트> 로비의 모니터에는 모기업 퍼스트룩미디어와 <디인터셉트> 로고가 나란히 나온다.

‘모든 경제적·정치적 부패에 대해 공격적이고 독립적인 보도’를 지향하는 <디인터셉트>는 언뜻 보기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디인터셉트>는 단 한 명의 억만장자가 후원한 자금으로 탄생했다. 지금까지도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수익을 내지 않는 비영리로 운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한 편집권 독립이 가능할까? 2014년 5월 창간 초기에 글렌 그린월드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평소 거대 자본에 대한 준열한 비판을 가했던 당신의 가치관과 맞는가?” 그는 답했다. “어쩌면 내 판단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더 가졌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후원자인 오미디아를 포함해 누구라도 편집권에 개입한다면 당장 그만둘 것이다.” 아직까지 그의 걱정은 기우에 그치고 있다.

구조적으로 후원자와 <디인터셉트> 편집국은 분리되어 있다. 피에르 오미디아는 모회사인 퍼스트룩미디어의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한다. 이사는 모두 4명. 오미디아는 4명 가운데 한 명의 이사일 뿐이다. <디인터셉트>의 편집국장은 이사회에 연간 보고를 한다. 홈페이지 트래픽과 기사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1년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설명한다. 이외 편집국 일에 대해 이사회는 개입하지 않는다. 벳시 리드 편집국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모회사 퍼스트룩미디어가 운영하는 <토픽> <필드오브비전> <더닙>에서 돈을 벌어 <디인터셉트>의 저널리즘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 독자들이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편이 좀 더 건강한 수익구조라고 생각한다. 단 한 명의 거대 후원자보다 수많은 소액 후원자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만간 <디인터셉트>는 후원회원제를 운영할 예정이다. 구독 모델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뗀 셈이다. 거액의 후원자에게 의존하는 모델로 지속하기보다 독자 기반 모델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권력을 감시하는 탐사보도가 독자들의 후원과 구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디인터셉트>는 미국 내에서 흔히 진보·좌파 성향 언론사로 분류된다. 편집국 내부에서는 정치적으로 공화당이나 민주당 중 어느 한쪽에 기울어졌다는 평가를 거부한다. 실제로 ‘스노든 문서’를 비롯해 <디인터셉트>의 주요 특종 기사는 오바마 정권이 대상이었다. 물론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탐사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17일 <디인터셉트>가 집중 보도한 ‘골드만의 정부(Government by Goldman)’라는 기사는 금융회사 골드만삭스가 트럼프 정부의 개리 콘(전 골드만삭스 사장,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이용해 어떻게 미국 경제정책을 지배하고 있는지 파헤쳤다.

<디인터셉트>의 목표는 미국을 벗어나 세계에서 대형 취재 프로젝트를 벌이는 것이다. 지난 4월24일 일본 NHK 방송과 <디인터셉트>는 함께 ‘스노든 문서’를 분석해, 일본 정부기관과 NSA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청을 더욱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비밀 거래를 했다고 보도했다. NHK가 이를 저녁 뉴스에 보도하는 동시에 <디인터셉트>는 홈페이지에 뉴스를 게재했다. <디인터셉트>는 이와 같은 국제 합작 프로젝트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국제 문제에 대한 복잡한 탐사보도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배우고자 한다. 기자들의 국제협력을 통해 디지털 세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탐사보도의 장을 열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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