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자리를 없애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파리협약 탈퇴 이유다. 심지어 그는 파리협약을 준수할 경우 “미국은 204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서 3조 달러가 날아가고 65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라고 경고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에 따르면, 미국은 탈퇴로 인한 경제적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크다. 우선 트럼프가 언급한 경제 손실 수치는, 파리협약 잔류에 따른 기업들의 이득이 빠진 엉터리 통계다. 캘리포니아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의 공동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보고서는, 파리협약 탈퇴로 미국의 GDP가 36%까지 추락(2016~2099년)할 것으로 내다봤다.

ⓒAP Photo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 ‘이반파 발전소’의 모습.

트럼프가 파리협약이 일자리를 없앤다고 언급한 산업은 석탄 및 화력발전 부문이다. 이 분야 종사자들은 파리협약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를 지난 대선 때 지지했다. 대다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석탄 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해 석탄 산업 및 관련 종사자들을 보호하려 해도 에너지 산업의 중심축은 이미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이동했다. 에너지 산업 각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만 따져봐도 그렇다. 지난 1월 발표된 미국 에너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석탄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16만명, 화력발전소 종사자는 110만명 정도다. 반면 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미래 에너지 부문 종사자는 이미 400만명 수준인 데다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 자산전략가인 에바 즈로트니카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 결정과 상관없이 화석연료 산업 분야 노동자들의 실직은 가속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석탄은 천연가스 혹은 재생 가능 에너지와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라고 전망했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역시 2007년 이래 감소하는 추세다. 2003년 한때 미국 전력 생산의 50%를 담당하던 화력발전은 지난해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향후 5년 동안 미국 50개 주 가운데 16개 주에서 화력발전소 25곳이 문을 닫는다. 〈뉴욕타임스〉는 9월18일자 사설에서 “트럼프는 설령 관련 환경 규제를 푼다 해도 석탄업계의 암울한 전망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무시한 채 실직한 석탄 근로자들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고집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