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안태원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2015년부터 경기도 내 70여 개 사립 유치원 특정감사에 주력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는 시민감사관들을 두고 있다. 시민사회 전문가들을 교육 현장 감사에 투입함으로써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2015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활동한 시민감사관 15명은 특히 사립 유치원 특정감사에 주력했다. 그 가운데 유일한 상근직으로 지난 2년간 경기도 내 70여 개 사립 유치원의 운영 실태를 세세히 살핀 안태원 시민감사관(전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사진)을 만났다. 안 감사관은 “문제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라고 말했다.어떤 문제들이 있었나?

유치원 통장의 지출 결의서와 금융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곳이 너무 많았다. 어느 유치원은  1월에 갑자기 ‘고춧가루 35만원’을 지출했다. 돈을 받은 계좌번호를 추적해보니 원장의 딸이었다. 원장에게 1월에 왜 딸한테 고춧가루 35만원어치를 샀느냐고 물으니 바로 “죄송하다”라고 하더라. 원장의 85세 시아버지를 환경직원으로 등록시켜 매달 200만원을 지급하는데 월급을 받는 계좌가 또 원장 여동생 명의인 곳도 있었다. 사립 유치원 감사를 나갈 때 족보를 그려보는 일이 필수다. 급식에도 문제가 많다. 교육청에서는 한 끼 급식비로 2400원을 지원하는데, 아이들 식사 한 끼당 고작 880원을 쓴 곳도 있었다.

감사 중단을 요구하는 민원이 많았나?

한 감사관 집에 어느 날 금괴(골드바) 택배가 온 일이 있다. 수취를 거부하고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발송자가 사립 유치원 운영자였다. 그 유치원 운영자는 현재 여러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있는 상태다. 감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경기도 내 정치인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왔다. 왜 감사를 하느냐고 묻고 사립 유치원 입장을 두둔하는 말도 많이 하더라.사립 유치원 감사는 왜 필요한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견디는 선생님들, 작은 유치원에서 몇십 년 동안 유아교육에 헌신하는 원장 선생님들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라도 부적절하게 유치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 지원되는 나라 예산이 유치원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부모들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리 나라에서 유치원에 지원을 늘린다 한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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