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과 반전의 대륙박정훈 지음, 개마고원 펴냄

“혁명은 끝이 없다.”

라틴아메리카야말로 한국에서는 ‘암흑의 대륙’ 아닐까? 한국인들은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다가 부정축재 범죄자로 나락에 떨어졌다는 일간지 기사를 읽지만 그 내막을 유기적으로 이해하진 못한다. 라틴아메리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한국어로 풀어 설명할 능력을 가진 해설자가 너무나 귀한 탓이다. 라틴아메리카에 궁금증을 품은 독자들에게 이 책의 출간은 기적 같은 행운이 될 것이다. 현지어 독해 능력은 물론이고 라틴아메리카 이해에 필요한 인문 지식까지 갖춘 저자가 애정과 객관성 사이에서 민주주의와 복지, 페미니즘, 국제관계 등의 주제를 내걸고 ‘암흑의 대륙’을 훑어간다. 복잡하고 낯선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 같은 책이다.

인간 증발레나 모제 글,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책세상 펴냄

“약한 불 위에 올라간 압력솥 같은 사회. 그러다 압력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다.”프랑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어느 날 친구에게 일본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듣는다. 일본에서는 매년 수천명이 가출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사진작가인 남편과 일본으로 향했다. 이들은 5년간 일본 전역을 돌며 증발한 사람들의 실마리를 찾았다. 야반도주를 돕는 업체의 사장, 아들을 버리고 도쿄의 유흥가로 들어간 여자,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보고 사라진 교사, 병든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친 자식 등 기구한 사연이 가득하다. 더 잃을 것 없는 이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 중 야쿠자가 있다. 그들의 소개로 일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거리를 청소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게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하는 사람들. 과연 일본만의 일일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 편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서울을 쓰지 않고는 우리나라 문화유산 답사기를 썼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에는 서울 편이다. ‘조선 3대 구라(백기완·황석영·방배추)’를 잇는 이야기꾼 유홍준이 남도와 이북, 제주를 거쳐 서울의 문화유산을 글로 풀어냈다. 600년 넘게 수도 노릇을 하며 스며든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펼쳐진다. 무표정한 서울의 진짜 얼굴을 마주한 느낌이다. 저자는 총 4권으로 서울 답사기를 구상 중이다. 1·2권이 먼저 나왔다. 궁궐과 한양도성 등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에 대해 썼다. 시간이 없다면 종묘 편과 성균관 편을 먼저 읽으라며, 책장을 덮으면 그곳을 들를 거라는 자신감 넘치는 예언도 남겼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명언은 서울 편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독서와 산책을 함께하기에 제격인 계절에 나온 책이다.

지적성숙학교
우치다 다쓰루 지음, 서혜영 옮김, 에스파스 펴냄

“정말로 새로운 것, 획기적인 것을 가져다주는 것은 ‘뜻밖의 것’입니다.”

저자 이름을 보고 곧장 집어 들었다. 일본의 대표 사상가로 알려진 우치다 다쓰루가 〈거리의 우국주의〉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에 이어 발표한 세 번째 문집이다.그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기존 질서가 와해되거나 새로운 상황에 부딪쳐 극적으로 변모하는 ‘지금’을 전환기라고 명명하며 세상과 사물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오카다 겐지, 시라이 사토시 등 전환기 시대에 필요한 지혜와 기술을 알려줄 필자 11명을 직접 섭외했다. 헛된 희망과 절망에서 ‘조금’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소비주의, 핵 문제, 출산율, 헌법 등 11가지 분야로 나눠 담았다.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모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MCN 비즈니스와 콘텐츠 에볼루션금준경 지음, 북카라반 펴냄

“더디긴 하지만 B급, C급 취급받던 디지털 콘텐츠가 어느새 시장의 ‘중앙’까지 흔들고 있다.”

MCN(Multi Channel Network)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도티&잠뜰, 캐리 언니, 영국 남자, 대도서관 같은 인기 채널과 BJ는 여느 연예인보다 영향력이 강하다. 발 빠른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한때 MCN에 대한 투자 붐이 일어났다. 이 모든 일이 지난 2~3년 내에 벌어진 사건이다.〈미디어 오늘〉 기자인 저자는 낯선 관찰자의 눈으로 이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진화(Evolution)’라 규정한다. 깊은 통찰을 얻기보다는, 2017년 현재 MCN 판에서 활동 중인 유명 플레이어를 한 지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다. 진화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변화의 현주소를 파악하기에는 적절한 책이다.

독보적인 저널리즘뉴욕타임스 2020그룹 보고서 지음, 강진규 옮김, 스리 체어스 펴냄

“월등히 뛰어난 콘텐츠를 제공해서 독자들이 모여드는 뉴스의 종착지가 되는 것이 목표다.”

2014년 디지털 중심 저널리즘을 미래 전략으로 제시한 〈뉴욕타임스〉가 올해 1월 〈2020 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디지털 시대 혁신의 방향으로 ‘구독자 중심의 저널리즘’을 지향하겠다는 내용이다.사이트 접속 클릭 수를 높이거나 소액 광고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강력한 저널리즘 콘텐츠를 공급해 전 세계 독자 수백만명이 기꺼이 돈을 내고 기사를 읽게 하는 것이 바로 〈뉴욕타임스〉가 표방한 ‘구독자 중심의 저널리즘’이다. 회사를 창립한 1851년부터 지켜온 저널리즘의 가치를 디지털에서 더욱 강력히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기사 작성 초기부터 그래픽 디자이너와 에디터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입체적이고 시각적인 효과를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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