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비판적 자세를 유지하던 KBS와 MBC는, 겨우 1년 만에 정권 입맛대로 ‘점령’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안들을 KBS·MBC가 어떻게 왜곡하고 축소했는지 ‘최악의 보도’를 살펴보았다.
 

ⓒMBC 화면 갈무리MBC는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보다 ‘최순실 태블릿 PC 흔들기’에 더 매진했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2008~2009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008년 당시 KBS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관련 보도를 높이 평가했다. “KBS는 정부의 졸속적인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광우병 우려와 대책을 다각도로 짚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힌 2008년 5월6일, KBS는 〈뉴스9〉의 절반가량인 16꼭지를 관련 보도로 채웠다. ‘입김 따라 기준’이라는 제목의 꼭지에서 미국의 입김에 따라 바뀌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비판하고, ‘확률 낮아도 대비’에서는 영국의 광우병 예방 조치를 크게 다뤘다. 5월 한 달간 KBS는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2008년 8월11일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는 진통을 겪은 뒤 상황은 달라졌다.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명박 취임 1년을 앞둔 2009년 2월24일 〈뉴스9〉는 “광화문에 세워졌던 벽처럼 촛불 정국을 보는 시각은 아직 양분돼 있다”라고 평했다. 2009년 6월18일에는 검찰이 MBC 〈PD수첩〉을 기소했다고 보도한 뒤, ‘정부의 쇠고기 이력 추적제’를 전했다. “이제 우리 쇠고기를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됐다”가 첫 멘트였다.

■ 4대강 사업(2009~2012년)

2009년 6월29일, KBS와 MBC 양사는 모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정례 연설을 저녁 뉴스 첫 꼭지로 올렸다. 같은 소식이지만 보도 내용은 달랐다. KBS 〈뉴스9〉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명백한 입장 발표로 논란은 빠르게 수그러들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4대강 사업이 곧 대운하를 위한 포석’이라는 야권의 반발을 전했다. 이어진 ‘4대강 살리기 사업, 끝나지 않는 대운하 논란’ 꼭지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보도했다. 이후에도 MBC는 몇 달간 4대강 사업 예산, 업체들의 담합·특혜 정황, 강 범람 피해를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2010년 파업이 끝난 뒤 MBC의 4대강 보도 논조는 빠르게 변했다. 2011년 10월22일 보도한 ‘4대강 16개 보 가운데 4개 보 오늘 동시 개방’은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 ‘축제 형식’의 행사들, 현장을 찾은 시민의 긍정적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듬해인 2012년 6월21일 보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 전도사로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KBS의 광우병 보도가 그랬던 것처럼, 4대강 보도는 변해가는 MBC 뉴스의 시금석이었다.

 

 

ⓒ시사IN 조남진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위)을 KBS와 MBC는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 국정원 대선 개입(2013년)

2013년 4월18일 경찰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혐의 없음’이라고 경찰은 결론지었다. 검찰은 윤석열 검사를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4월19일 경찰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수사과장이 경찰 수뇌부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폭로했다.

KBS와 MBC는 이 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 4월18일 KBS 〈뉴스9〉는 9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정치 관여는 맞지만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운동에 이르지는 않았다”라는 경찰 발표를 삽입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3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세탁물 분실, 싸이 신곡, 꽃가루 알레르기 등에 밀렸다. KBS와 비슷하게 ‘정치 개입, 대선 불개입’이라는 제목을 썼다.

이후 사건의 전개를 양 방송사는 ‘여야 공방’으로 치부했다. KBS는 2013년 6월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민주통합당 의원의 문제 제기를 ‘야당의 공세’로 평했고, MBC는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국정조사에 대해 “날선 신경전과 고성”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해 8월 MBC는 “국정원 국정조사 등 여야의 힘겨루기로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고 논평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팀장이 외압을 폭로하자 KBS와 MBC 뉴스는 ‘항명 사태’에 초점을 맞췄다.

■ 세월호 참사(2014~2015년)

KBS와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는 시작부터 오보였다. 2014년 4월16일 속보 경쟁에 뛰어든 양사는 ‘승객 전원 구조’라고 보도했다.

MBC 박상후 전국부장은 5월7일 〈뉴스데스크〉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비판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고 압박했다”라며 잠수부의 죽음에 책임을 물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쌌다. KBS는 참사 다음 날 팽목항에 간 박 전 대통령에게 실종자 가족들이 “박수로 호응했다”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5월18일, KBS와 MBC는 ‘대통령의 눈물’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유가족의 반응은 전하지 않았다.

1주기 추모집회는 비판적으로 다뤘다. 2015년 4월19일 KBS는 “어제 시위에서 경찰 70여 명이 다치고 차량 70여 대가 파손됐으며 장비 300여 점이 파손되거나 시위대에 빼앗겼다”라는 경찰 의견을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꾸준히 ‘세금 도둑’으로 몰았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조위의) 세금 도둑적 작태는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발언한 2015년 1월16일, MBC는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았다. 앵커는 “특조위가 정부 직원 120명과 200억원 넘는 예산을 요구했다. 규모가 지나치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6월30일에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당시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세월호 보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신보도지침’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이었다. KBS는 이를 전혀 다루지 않았고 MBC는 단신에 그쳤다. 단신에서도 녹취록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박근혜 게이트(2016~2017년)

KBS와 MBC는 박근혜 게이트 보도에 소극적이었다. 2016년 9월21일 MBC는 ‘800억원 모금 의혹…사실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에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여당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국정감사 기간인 10월4일부터 10일까지 양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쟁점을 단 한 차례도 정면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정쟁’의 측면에서만 두 차례씩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KBS와 MBC는 ‘현실 부정’에 들어갔다. KBS는 2016년 12월15일 ‘최순실 육성 추가 공개… 오류 논란도’에서 최순실의 발언 중 “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라는 대목은 “대의를 안 지키면 다 죽겠어”라고 들어야 옳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MBC는 ‘최순실 태블릿 PC 흔들기’에 매진했다. 〈뉴스데스크〉는 12월18일 국정조사의 아쉬움으로 “증인들의 불출석과 위원들의 모욕” 따위를 든 반면, 성과로는 “최순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고영태씨의 증언”을 들었다. 이 밖에도 MBC는 12월 한 달간 태블릿 PC 보도 11건을 내놓았다.

탄핵 일주일 전 MBC의 왜곡 보도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 3월3일 〈뉴스데스크〉는 당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발언을 소개했다. “미친개들은 사살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XX들이 있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김진태 의원 그 사람도 그 일종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편집했다. 하지만 ‘미친개’ 발언은 탄핵 반대 집회의 풍경을 전했을 뿐, 김진태 의원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참고 자료:민주언론시민연합 〈2008-2017 왜곡· 편파보도 백서〉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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