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들었다. “미디어가 위기다” “뉴스가 위기다”. 200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파도가 언론사를 덮쳤고, 각 언론사는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디지털 혁신 몸부림은 해외 언론사에서 더 활발했다. 취재기자를 감축하는 대신 디지털 인력을 늘리는 등 투자를 강화했다. 각종 실험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수익이 잘 나지 않았다. 이 방향이 맞을까?
최근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분석을 접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사이트 최초 접속자 수는 매일 150만명 이상이다(접속자 한 명이 동일 사이트를 1회 이상 방문할 수 있기에 최초 접속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매일 최초 접속자가 700만명 정도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경영진은 디지털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것이 착시이고, 팩트가 아니라면? 계산을 다시 해보자. 발행부수로 종이 신문 독자 수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1부당 평균 독자 수를 곱해야 한다. 〈르몽드〉는 1부당 평균 독자가 6명, 〈뉴욕타임스〉는 6.5명이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종이 신문 하루 평균 독자는 〈르몽드〉가 180만명, 〈뉴욕타임스〉는 420만명이나 된다. 디지털 접속자에 비해 양적으로 밀리지 않거나 그 격차가 줄어든다. 질적으로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접속자 한 명이 〈뉴욕타임스〉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6분 정도다. 〈르몽드〉 사이트도 비슷해 5분 미만이다. 하지만 종이 신문은 제목만 훑어봐도 하루 25~35분이 걸린다.
‘반전 분석’을 한 주인공은 줄리아 카제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다(이 같은 내용을 담아 지난해 펴낸 〈Sauver les médias〉는 프랑스 저널리즘 총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미디어 구하기〉(글항아리 펴냄)로 최근 번역 출판되었다). 카제 교수는 1880년부터 2013년까지 프랑스 기자의 증감을 추적했다. 위기의 본질은 취재기자의 감소이며 뉴스 생산자의 감소가 궁극적으로 심층 기사의 축소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최근 언론사의 혁신도 양질의 뉴스 생산자를 보완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분야로 인력을 빼가는,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의 기본 관점은 심층 뉴스를 ‘공공재’로 본다. 신선한 접근법이었다. 하지만 이 저명한 프랑스 학자의 견해도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바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이후 벌어진 파업 참가 기자들의 격리와 배제다. 이번 호에 지난 9년간 KBS와 MBC 공영방송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부자들의 글을 받았다. 이들이 당한 잔혹사를 카제 교수가 읽는다면, 2010년대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까?
KBS·MBC·YTN 구성원들에게 지난 9년간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현장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이용마 MBC 기자의 독종 취재와 특종 기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도 오래 버텨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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