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나오는 영상은 욕설로 점철돼 있다. “한국 여자만 ×× 임신하고 생리하냐? ×× 같은 ×들. 우리나라 개 같은 시스템이 ×××갓건배 같은 ×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거예요. 뭔 말인지 아시겠어요?” 채팅방에는 ‘ㅇㅈ(인정)’ ‘개공감’ 따위 말이 넘쳐났다. 영상이 업로드된 지 2주 만에 조회 수는 40만 회를 넘어섰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두 명은 각자 구독자를 수십만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1인 방송 창작자다. 인기 있는 한 1인 방송에서는 ‘장애인 ××’ ‘빨갱이’ ‘걸레’ 따위 표현이 기본이다. 폭력과 막장 행동은 덤이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 플랫폼을 통한 1인 방송은 법적으로 방송이 아닌 정보로 취급된다. 정확히는 정보통신망으로 유통되는 ‘정보통신 콘텐츠’다. 방송이 아니므로 ‘방송법’에 의거한 광고 규제나 내용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정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불법 정보(제44조 7)에 대해서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통신 심의를 받는다. 규제도 방송 제재보다 현저히 약한 ‘시정 요구(해당 정보의 삭제 및 접속 차단,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해지조치 등을 요구)’ 정도다.
혐오 방송을 하는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제재도 불가능하다. 동일 창작자가 잇따라 혐오 표현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도 창작자에게 직접 가할 수 있는 처벌은 없다. 여성 유튜버가 ‘남성혐오’를 한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생중계한 유튜버 ‘김윤태’ 계정은 정지됐지만, ‘김윤태’는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생방송을 계속했다.
‘김윤태’는 정지됐지만 새로운 ‘김윤태’가…
현재 방심위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요원은 15명 내외다. 온라인에 유통되는 수많은 콘텐츠 중 극히 일부만을 모니터링하고 심의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모니터링과 규제를 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업자 나름의 자체 규제 정책과 모니터링 팀은 존재한다. 아프리카TV는 직원 60명 정도가 24시간 모니터링을, 유튜브는 구체적인 구성과 방법을 밝히진 않았지만 글로벌 단위로 조직된 모니터링 팀이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강도 높은 자율 규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수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콘텐츠에 광고 수익 등이 발생하면 그 수익을 창작자와 플랫폼이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구조다. 사업자 처지에서는 자칫하면 창작자 수가 줄어들 수 있는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기 어렵다.
공적 규제와 자율 규제 모두 강도 높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혐오는 ‘재미’로 포장돼 10대들에게 전달되는 중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1인 방송 이용률이 26.7%에 달했다. 유홍식 교수(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연령별 시청 제한이 의미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조건 막는 식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콘텐츠 유통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가 일정 부분 자정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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