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아나운서로 사역하고 있는 몇몇 성도들에게 시련이 닥쳤다. 2012년 총파업에서 이탈한 이유가 뒤늦게 다시 주목받으면서다. 양승은·최대현 아나운서가 파업 중단 이유로 ‘신의 계시’를 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계시는 십계명처럼 명료했다. 양승은 아나운서에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방송을 할 것이다’, 최대현 아나운서에게는 ‘권위에 복종하라’는 말씀이 내려왔다고 한다. 당시 해당 보도를 부인한 양 아나운서에게 동료들은 “우리가 환청을 들었다는 말인가?” “나는 무신론자라서 다행이다”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연합뉴스

목사들에게도 고난은 찾아왔다. 종교인 과세 때문이다. 2015년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는 종교인들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김진표 의원은 8월9일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종교인들이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였다. 여론이 악화 일로로 치닫자 김진표·조배숙·이혜훈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에 ‘조건’을 달았다. 교회나 사찰에 대한 세무조사 금지를 명시하라는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다수 종교인들의 상처”를 언급했다. 인터넷 포털에는 “종교인이 상처받았으면 일반 영세 자영업자들은 뇌사 상태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신실한 의원들이 여론의 포화를 맞는 동안 목회자들은 ‘세리’들에게 맞서 이론적 배경을 세우고 있다. 목회자납세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소강석 목사가 분연히 앞장섰다. 8월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정부가 졸속으로 법을 만들어 따르라고 하면 소탐대실을 낳는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기고에서 소 목사는 기획재정부 조세담당정책관의 박해에 당당히 맞선 일화를 들려줬다. ‘2년 동안 (종교인 과세에) 준비하지 않고 뭘 했나?’라는 정책관의 우문에, “한국 교회는 국정 농단 사태와 촛불·태극기를 아우르고 탄핵 정국의 국민 상처를 보듬느라 정신이 없었다”라고 현명히 맞섰다고 한다.

‘상처’입은 것은 소 목사 본인 아닐까? 그는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기도회(사진)에서 “해외 여성 정치인들은 대부분 육중한 몸매를 자랑한다. 우리 박 대통령님께서는 여성으로서의 미와 덕,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시다”라고 추켜올린 바 있다. 이제 ‘대통령님’께서는 옥에 계시지만, 대한민국에는 반공·절세·여혐 삼위일체를 갖추신 목자가 건재하시다. 아아, 카이사르의 것을 목사님에게. 신의 것도 (일단은) 목사님에게….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