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몽환적인 목소리가 포개진다. “하루 멀어도 푸른 노랠 전해주오/ 파란 마을에 푸른 비를 내려다오/ 푸른 소릴 들려다오.” 스무 살 싱어송라이터 예람의 곡 〈나가주오〉. 청춘의 연가처럼 들리는 이 노래는 실은 경북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반대 투쟁을 담은 민중가요다. 예람씨는 “‘사드 나가주오’ 하는 노래가 맞다(웃음). 소성리에 직접 가보니 이 작은 마을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나가야 하는 건 삶과 사람, 마을이 아니라 사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황경하(32)·오재환(35)·예람(19)·이형주(19·왼쪽부터) 젊은 뮤지션 4명은 올해 6월 소성리를 찾았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투쟁 현장과 연대하는 ‘미디어로 행동하라’에서 제안을 해왔다. 5박6일간 저녁에는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하고 낮에는 곡을 만들었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정자가 작업실 노릇을 했다. 그 결과 소성리 주민들의 노래 7곡이 실린 앨범 〈새 민중음악 선곡집-소성리의 노래들〉이 탄생했다.

민중가요라면 흔히 떠올리는 4분의 4박자 군가풍 노래는 없다. 장르를 따지면 블루스와 포크송이 주로 실렸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는다. 〈임을 위한 행진곡〉 〈바위처럼〉이 울려 퍼지던 투쟁 현장에서 잔잔하고 느린 선율이 여름밤을 채웠다. “나는 이곳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아/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고 나면/ 몇 년을 살았는지 대강 셀 수 있지만(오재환 〈그래도〉 중).”

앨범 이름에 굳이 ‘민중음악’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가 아니라 가려지고 지워진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소성리를 시작으로 민중음악 앨범 작업을 이어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들은 스스로를 민중가수라고 규정짓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많은 소재들 중 ‘연대’도 포함되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할 뿐이다.

〈새 민중음악 선곡집-소성리의 노래들〉 앨범 제작을 위해 텀블벅에서 9월19일까지 펀딩을 진행한다. 앨범에 실린 곡은 모두 무료로 공개했지만, CD와 카세트테이프 제작비를 모은다. 소성리에서 판매된 앨범 수익은 투쟁 기금으로 사용된다(tumblbug.com/newprotestsong).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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