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민연금에서 반납·추납 신청자가 늘고 있다. 반납은 과거에 일시금으로 받았던 돈을 되돌려 납부하는 제도이고, 추납은 과거에 내지 못했던 보험료를 이제라도 내는 제도이다. 모두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한 조치이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법정 급여율(2028년 40% 예정)이 그대로라면 개인별로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게 유일한 방안이다.
‘가입 기간’은 현행 국민연금의 계층적 성격을 이해하는 핵심어이다. 국민연금이 복잡한 구조를 지닌 탓에 일반 시민이 제도 성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가입 기간’ 단어를 통해서 보면 기본 특징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국민연금이 민간 개인연금에 비해 유리하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 가입으로 얻는 혜택은 어느 정도일까? 분석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약 2배이다(기금수익도 보험료 몫으로 간주한 수익비). 가입자가 자신이 낸 보험료 대비 2배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가입자가 국민연금에서 얻는 혜택은 모두 같을까? 보통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제도라 소개된다. 국민연금 수익비 2배는 평균소득 가입자가 그러하다는 의미이고, 계층별로 보면 하위 계층일수록 수익비가 높다는 게 그 근거이다. 이에 따르면 하위 계층일수록 국민연금 혜택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국민연금 급여 구조는 외국의 공적연금과 비교해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외국은 대부분 소득비례 연금이라 보험료와 연금액이 정비례한다. 완전비례 연금이라면 모든 계층에서 수익비가 같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비례급여가 절반, 균등급여가 절반으로 구성돼 있다. 연금액의 절반은 자신의 소득과 비례한 금액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과 연동해 동일액을 받는다. 이러니 수익비가 계층별로 다르다. 하위 계층은 균등급여가 자신의 비례급여에 비해 많고, 상위 계층은 거꾸로이다. 자신의 보험료를 분모로 삼았을 때 하위 계층의 수익비는 평균치보다 높고 상위 계층은 낮게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수익비가 높다고 가입자가 얻는 순혜택이 많은 것은 아니다. 평균소득 가입자의 수익비가 2배이고 이 중 절반이 비례급여이므로 비례급여의 수익비는 1배이다. 비례급여의 수익비는 모두에게 동일하므로 모든 가입자가 비례급여를 통해 자신이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남는 건 균등급여이다. 이 몫은 국민연금 가입에 따른 보너스(순혜택)로 볼 수 있다
가입자별로 균등급여의 총액은 어떻게 정해질까? 당연히 가입 기간이 길수록 많다. 대체로 고용이 안정된 가입자는 오래 가입하고 불안정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머물기에 가입 기간이 짧다. 여기서 현행 국민연금이 지닌 역진성이 드러난다. 애초 균등급여의 도입은 소득재분배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급여율에 비해 낮은 보험료율 때문에 효과가 반전돼버린다. 현행 국민연금 체계에서는 가입 기간만큼 균등급여가 주어지므로 상위 계층은 많은 균등급여액을, 중·하위 계층은 조금, 국민연금 밖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혜택을 얻지 못한다.
요약하면, 현행 국민연금에서 가입 기간은 개별 가입자의 연금액을 늘리는 변수이면서 동시에 가입자별 순혜택의 크기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반납·추납 신청해 가입 기간 늘려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해 자신에게 반납·추납의 여지가 있다면 이를 활용하기를 권한다. 불안정 취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가입 기간으로 인한 역진성은? 이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은 결국 보험료율 인상이다. 이러면 전체 수익비가 낮아지면서 미래 세대에 넘기는 재정 몫이 줄어 세대 간 형평성이 개선되고, 상위 계층일수록 보험료 인상액이 크므로 순혜택의 격차를 줄여 세대 내 형평성도 좋아진다.
반납·추납 신청이 는다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이다. 무척이나 소중한 변화이다. 이제 두 번째 산을 대면할 차례이다. 가입 기간으로 풀어본 국민연금의 퍼즐은 우리에게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큰 숙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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