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노회찬 의원(정의당)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점이 무엇일까?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기자들이 대신 묻는 〈시사IN〉 인터뷰 쇼 신청 홈페이지에는 두 가지 질문이 제일 많았다. 첫 번째 질문은 ‘만약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다면?’이었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노회찬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추천한다는 SNS 글을 올린 게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많은 질문은 ‘말을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가?’였다.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정치인답게 노회찬 의원의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이 이어졌다.

독자와 함께하는 ‘〈시사IN〉 인터뷰 쇼 시즌 2’의 인터뷰이로 노회찬 의원이 나섰다. 정치 개혁에서 화술까지 질문은 다양했다. 6월28일 서울 홍대 앞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시사IN〉 인터뷰 쇼 내용을 정리했다.

 

 

 

 

 

 

‘만약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다면’이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이미 박상기 교수가 후보로 정해져서…. 물론 저도 법조 가족이다. 예전에 국회 법사위에서 일할 때 판검사·변호사 출신이 아닌 법사위원이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유명한 법대 교수였고, 다른 한 명이 저였다. 그때 한 법원장이 ‘법조인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며 덕담을 하기에 제가 정정해주었다. ‘저도 사실 법조인입니다. 다년간 법무부의 보호와 관찰을 받아온 법조 가족입니다. 또 제가 한때 여러 법조인의 고객이기도 했습니다(방청객 웃음).’

박상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무엇을 꼭 했으면 싶은가?

과도하게 비대해진 검찰의 권력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검찰과 경찰이 비슷하게 보이지만 차이가 크다. 가령 경찰에는 차관급 인사가 1명이고, 검찰에는 46명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정치권에서 검찰을 권력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직위를 대가로 주면서 검찰이 비대한 괴물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법무부를 검찰이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법무부의 문민화가 필요하다. 검찰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 수사를 별도로 가고, 정치 검찰을 막는 일 등을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서 했으면 한다.

새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정권 초반인데, 권력을 잘 쓴다. 적재적소에 권력을 배분해서 잘 쓰는 게 대단히 돋보인다. 예를 들어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앉히는 것을 들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을 잘하면 사회가 얼마나 잘 돌아갈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 또 피우진 보훈처장은 관료적 행정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다. 그를 최악의 인물이 앉아 있던 보훈처장 자리에 앉혔는데, 그런 모습을 보는 쾌감이…(방청객 웃음). 보통 공약을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데, 새 정부는 국정 운영 철학이나 중심 방향을 잘 잡고 있다. 그런 게 각종 기념사에서 잘 드러났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비정상적으로 살다보니까 상식적인 거에 감동하게 된다. 소통 문제다. 제가 한 달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일곱 번 만났다. 아내보다 더 많이 만났다(방청객 웃음). 아내는 (지역구인) 창원에 있어서. ‘이명박·박근혜’ 두 분을 9년 동안 이렇게 못 만났다. 언제까지 잘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역대급’이다.
 

ⓒ시사IN 조남진노회찬 정의당 의원(가운데)은 “한 달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일곱 번 만났다. 아내보다 더 많이 만났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협치란 무엇인가? 여당과 야당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이 대목에서는 우리가 냉정해져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은 안 통한다. 여야가 분명히 다르다. 국민은 ‘힘을 합쳐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누구 한 명 장관에 앉히고 사이좋은 관계로 가자는 건 협치가 아니다. 이렇게 모호하고 낭만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협치를 하려면 문서화해야 한다. 독일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같이한다고 약속하고 이를 문서로 만든다. 책임을 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문서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운전면허를 딴 지는 오래되었는데, 직진 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상태다. 협치를 하는 나라 중에서 우리와 근접한 나라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대선 과정에서 문준용씨에 대한 국민의당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생각은?

일단 많이 놀랐다. 국민의당 발표처럼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인지 아닌지는 수사에서 진실이 규명되지 않겠나. 당에서 누군가 연루되어 있다면 당의 존폐를 흔들 만큼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단독 범행이라고 해도 이유미씨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이 건을 심의하고 그 기구의 대표들이 발표했기 때문에 조직이 공식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납득이 안 가는 게 문준용씨 채용 비리 의혹까지 묶어서 특검을 하자고 국민의당 일부가 주장했다. 도둑이 도둑질하다 잡혔으면 공범 유무를 수사해야지, 도둑맞은 사람의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조사하자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방청객 웃음).

하반기에 수면 위로 올라올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정의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의당은 개헌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흔히 권력 구조 개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떤 구조로 해도 지금보다는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더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제대로 구성되었느냐’ 하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한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이 정당득표율 7%대를 얻었는데 국회 의석수 비율은 2%대였다. 정의당을 지지한 5%의 목소리는 사라진 것이다. 지지율 10% 정당은 10% 결정권을, 지지율 51% 정당은 51% 결정권을 가져야 대의기구인 의회가 국민의 의견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선거구제를 바꾸지 않은 채 국회 권한만 키우면 뒤룩뒤룩한 괴물이 돼 개헌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하반기부터 이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그때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대의를 중시할지 정치집단의 야욕을 더 중시할지 적나라하게 나타날 것이다. 선거제도 문제가 복잡하긴 하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논의를) 더 어렵게 만들 거다.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들끼리 알아서 해라’ 하면, 정치인들은 ‘따봉’ 할 거다(방청객 웃음).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

 

 

 

 

그래서 쉬운 말로 풀어내는 게 더 필요할 것 같다. ‘언어의 귀재’라고 불릴 만큼 말을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궁금해한다.


‘토론회 발언을 미리 생각해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텔레비전 토론에서 이 이야기를 꼭 써먹어야겠다고 하면 그날 토론은 망친다. 그 말을 할 기회를 엿보다 딴 거 대응을 잘 못한다. 음식에서 재료가 70, 요리사 솜씨가 30이라고 하지 않나.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결정적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화술은 30밖에 안 된다. 더 중요한 건 말의 재료, 즉 생각이다. 생각의 원천은 경험과 독서, 소통이다. 책을 안 읽고 웅변학원만 다니면 아무 소용 없다. 무엇보다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는 게 중요하다. 또 말이 쉬워야 한다. 쉽게 하려면 (말의 길이가) 짧아야 한다. 이 길이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내 인생을 이야기하려면 사흘 밤 사흘 낮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3분 안에 말할 수 있어야 한다. CM송이 보통 19초다. 19초 안에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줄이려면 비유를 많이 쓰게 된다. 그럴 때는 서로 아는 비유를 써야 한다. 제가 지금 스피치 학원 원장처럼 말하는데…(방청객 웃음).

ⓒ시사IN 조남진6월28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시사IN〉 인터뷰 쇼를 마치고 청중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조원진 의원을 ‘노룩 촬영’ 했다. 어떤 생각을 했나?(독자 질문)

제가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았는데, 운 좋게 촬영이 잘되었다. 스티브 잡스에게 고마웠다(방청객 웃음).

정의당의 공약이 슈퍼우먼 방지법이었다. 집에서 가사 분담을 어느 정도 하나?

처는 저와 같은 활동을 하던 사람이다. 먼저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청소든 빨래든 요리든 한다. 결혼 초에 김치가 떨어졌기에 총각무를 사다 담그고 있는데 처남이 와서 제가 혼자 김치 담그는 것을 보고 갔다. 그게 3년 가더라(방청객 웃음). 저는 장보는 걸 좋아한다. 외국 가도 재래시장 가서 ‘쌍둥이표 회 뜨는 칼’ 같은 것을 사와 자랑한다. 처음에는 가사 분담을 반반 하기로 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아내가 하는 일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한 계기는?(방청객 질문)

광주민주화운동이 총칼로 진압당하는 걸 보면서 학생운동·지식인운동으로는 민주화가 어렵겠구나 싶었다. 용접공이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빨리 안 변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 예상보다는 더 빨리 민주화가 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제가 했던 위장취업 방식은 소용이 없게 되었고, 노동운동 조건이 달라졌다. 유럽식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진보 정당이 한국에 없어서 당을 만드는 데 나섰다.

직접민주주의와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은? (방청객 질문)

5월9일 우리는 도장을 한 번만 찍었다. 지난해 11월8일 미국 캘리포니아 유권자는 27번이나 도장을 찍어야 했다. 그중 18개인가 19개 칸은 특정한 법률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는 국회의원, 도의원, 기초의원에게만 이런 권한이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너무 부족하고 더 늘려가야 한다. 기본소득은 해볼 만한 실험이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이 확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좋을 길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정의당이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잃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덜 알려져 있고, 때로는 의심받기도 했던 정체성이 확인되었다. 당장 지지는 하지 않더라도 저 당이라면 지지할 만하다 혹은 지켜볼 만하다는 수준의 호의적 반응을 많이 얻었다.

진보 정당이 이상주의적이고, 엘리트 계몽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방청객 질문).

뼈아픈 지적이다. 하지만 정의당의 정책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세상 속으로 많이 들어왔다. 언젠가 스웨덴 우파 정당이 집권하니까 국내 보수 언론이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는 끝났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구해 보니 정의당보다 더 급진적이더라. 실제로 정의당은 유럽에 가면 좌파라고 분류되기 어렵다.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사이 정도다.

정의당에서 당 대표 선거를 하고 있다.

정의당의 리더십에 대해 그간 ‘왜 두 사람(노회찬·심상정)밖에 없나’ 하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정의당의 리더십을 두툼하게 만들겠다는 분들(박원석·이정미)이 출마했다. 정의당의 리더십이 커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많이 도와달라. 제가 하는 말은 맞는데 그거 꿈 아니냐,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으면 현실이 된다. 구체적 방법은 ‘가입’이다. 정의당에 가입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녹색당, 노동당, 민주당에 가입해달라. 자유한국당은 빼고. 가입이 힘들다 싶으면 당을 후원해주시고. ‘후원도 좀 그렇다’ 싶으면 〈시사IN〉 같은 매체를 구독해달라(웃음). 그러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 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차형석·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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