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기우’ 반
  •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호수 511
  • 승인 2017.07.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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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시장 분배의 개선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하지만 자본소득, 특히 부동산 소득을 억제하는 것 또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며칠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오랫동안 소액주주운동을 같이 이끌어온 장하성 실장과 김상조 위원장은 말할 나위도 없고, 김동연 부총리의 이력이나 발언으로 봐도 세 사람은 말 그대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듯하다. 15년 전 참여정부 시절, 사진으로는 화합이었을지 모르나 이헌재 당시 부총리와 이정우 정책실장 사이에는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공방은 외부로 드러났고 당시 언론들은 이 실장에게 ‘세금폭탄’이라는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금융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언론 보도대로 이 세 사람이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세 사람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합의했다. 1980년대 말께 재벌에 의한 하청구조가 완성된 뒤 산업 간 불평등이 심해졌고, 이에 상응해서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날로 벌어졌다. 만일 모기업 안에 쌓여 있는 현금 유보금의 일부라도 하청기업이나 일선 편의점에 돌아갈 수 있다면 임금 불평등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과 보수 언론, 그리고 관료들 내부의 저항을 넘어 ‘삼총사’가 국민의 힘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낸다면 우리는 이들을 길이 칭송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또 다른 측면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포스트케인지언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주목하는 최우선 지표는 노동분배율이다. 새로 잉여가치가 창출됐을 때 그중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국민소득계정의 피용자 보수)을 빼면 나머지는 자본가(정확히 말하면 모든 종류의 자산가)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이 노동소득분배율(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을 고려한 분배율)은 지난 20년간 계속 떨어졌고 그 결과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밖에 안 되는, 선진 경제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기묘한 경제가 탄생했다. 그러므로 재분배가 아닌 분배에서부터, 즉 시장에서 임금 몫이 커져야 한다는 장하성 실장 등의 주장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본령이다. 재벌 개혁과 갑질의 근절, 즉 경제민주화를 실천해서 중소기업이나 편의점에 고용된 하층 노동자의 몫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도 지극히 옳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 논의를 위해 만나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2017.6.21

 

하지만 세 사람은 자본 몫 중에서, 특히 비생산적 자산(부동산)의 몫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특히 장하성 실장은 과거에 쓴 책에서 한국의 자산수익률이 낮다거나 재산소득 비중이 적기 때문에 자본소득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저 통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일 뿐이다. 만일 이런 인식 때문에 부동산 대책을 소홀히 한다면, 예컨대 차관들이 발표한 6·19 대책이 미흡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앞날에는 짙은 구름이 덮칠 것이다. 국민의 절반이 과도한 임차료 때문에 한숨을 쉬고, 집을 사느라 빚을 내고 그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는데 어찌 문제가 없겠는가?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서서히 떨어지지 않으면(속도가 문제 되는 것은 금융위기의 가능성 때문이다) 애써 이룬 임금 상승 효과도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 것이다.

부동산 대책 소홀히 하면 새 정부 앞날에 먹구름 덮칠 수도

또한 세 사람 중 김동연 부총리만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만 놓고 본다면 지난 20년간 주야장천 기획재정부가 외친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육성,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경제부처에 고착된 낡은 관념일 뿐이다. 국가는 시장의 교정을 넘어, 때에 따라 시장 창출도 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산업, 예컨대 생태경제의 인프라를 까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로지 정부가 했다. 제아무리 모험자본이라도 인프라에 투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중소기업과 사회적 경제의 네트워크라는 인프라(공유자원)를 만들어내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경제민주화와 시장 분배의 개선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의 다른 측면인 자본소득, 특히 부동산 소득을 억제하는 것 또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하는 것 역시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행정부의 조각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기우’를 주저리 늘어놓는 건 이 정부가 세계가 주목하는 촛불혁명을 완성시키는 데 기필코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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