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6월16일 막을 내렸다. ‘국민 프로듀서’인 시청자의 투표로 아이돌 연습생 101명 중 11명을 뽑는 보이그룹 프로젝트다.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투표를 부탁하는 팬들의 광고를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갑으로 키운 내 새끼’를 하루빨리 데뷔시켜 널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팬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금으로 키운 내 새끼’가 있었던 모양이다. 검찰이 추가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그녀의 팬심이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한류 관련 사업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 송중기씨(사진 왼쪽)를 부각시키라고 지시했다. 2016년 6월 송중기씨의 발자취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태양의 후예〉 홍보자료를 보완하고, 송중기씨 입간판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실제로 차은택씨가 기획한 한류 체험단지인 K스타일 허브에는 송중기씨 입간판이 들어섰다. K스타일 허브 관련 예산은 26억원에서 두 번이나 증액을 거쳐 171억원으로 불어난 바 있다.


대통령의 팬심을 눈치 챈 보좌진도 있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서 공개된 증거에 따르면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시간 있을 때 〈혼술남녀〉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나 〈삼시세끼〉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태양의 후예〉 종영 뒤 허탈해진 박 전 대통령을 고려한 맞춤 추천이었던 걸까? 〈태양의 후예〉는 새누리당이 대패한 2016년 4월13일 총선 다음 날 종영했다.

또 다른 ‘악성 팬질’은 탄핵과 구속 기소 뒤에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평일 주 4회 일일 드라마처럼 꼬박꼬박 법정에 출석한다. 그때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생팬들이 법정을 채운다. 이들은 법정을 스탠딩 콘서트장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피고인이 입장할 때마다 일어서려다 법정 경위들에게 제지받곤 한다. 6월16일에는 녹음을 하다가 발각된 일반인 여성 방청객이 퇴정당하기도 했다. 판사가 “녹음 파일을 어디에 제공하려고 한 것인가”라고 묻자 사생팬 방청객은 “그건 아니고 집에 가서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했다”라고 대답했다. ‘법정 드라마’는 재방송을 하지 않아 직접 녹음하려고 했던 것일까? 박 전 대통령의 팬 중 일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부당하다며 당시 헌법재판관 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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