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횟수를 묻자 기억을 못할 정도라고 했다. 교사를 하다 환경운동가의 길로 접어든 지 20여 년, 중국의 1세대 NGO 활동가인 릴리(李力·59) 씨는 1997년 ‘한·중·일 환경교육네트워크’에 교육 전문가로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 네트워크 활동을 이어왔다. 그가 대표로 있는 환우과학기술연구센터는 2006년 만들어진 중국 환경단체로, 베이징시 자오양구에 위치해 있다. 6월2일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 대기·환경 협력을 위한 시민과 지방정부의 역할’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그녀를 만났다.
중국에서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소개해달라.
국제 교류가 첫 번째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과 공연도 한다. 중국 50여 개 환경단체가 모여 만든 ‘녹색선택연맹(Green Choice Alliance)’에서 기업 감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정부 자료를 기반으로 기업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체크해 개선을 촉구하는 일이다. 동북지방에서 농작물 쓰레기를 태우면 연기가 한국과 일본에까지 피해를 주는데, 그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서울은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높았다. 중국은 어떤가?
요 며칠 베이징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포럼(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열렸는데 미리 공장 문을 닫는 등 사전 준비를 한 결과다. 베이징 아래 허베이성이라는 지역은 베이징보다 대기오염이 심하다. 베이징 시내에서만 하던 미세먼지 정책을 확대해 좀 나아졌다. 심할 때는 앞이 안 보일 정도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진이 과장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석탄 비중을 65%로 낮춘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70%가량 된다. 예전에는 관련 벌금이 낮기도 했고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다. 지금은 법정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강화되었다. 오염물질 배출 기준도 마찬가지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과거보다 석탄 질이 나아졌다. 가장 큰 건 난방 연료를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 바꾼 점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철, 그로 인해 대기 질이 예전보다는 개선되었다.
중국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
앞서 말한 ‘녹색선택연맹’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IT·전자 분야 기업에서 시작해 방직·건축업계까지 감시 활동을 늘렸다. 건축자재로 쓰이는 석회나 시멘트 만드는 회사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개별 NGO들은 대기오염에 큰 관심이 없었다가 일상생활과 밀접한 이슈라는 판단에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익 소송을 통해 기업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오염 부분에 대한 배상이나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의 미세먼지 농도에 중국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한·중·일이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걸 막을 수 없다. (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중국은 ‘세계의 굴뚝’이고 다국적기업이 중국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나온 저렴한 상품을 사용하는 건 한국·일본 소비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매체를 만난 김에 이야기하자면, 중국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국적의 기업 중 한국 기업이 (오염물질 관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과 독일 기업에 비하면 그렇다.
한국에 바라거나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중국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기업이 환경 법규를 잘 지켜줬으면 하고 가능하면 한국 업계나 정부, NGO에서도 이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항상 NGO들끼리만 관련 활동을 해왔는데 이번 국제회의에선 서울시가 함께하고 있다. 서울시와 베이징시가 협력해 다국적기업의 오염 문제를 개선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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