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제92조의 6(추행).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동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 군인이 범죄자가 되었다. 5월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 제92조의 6(이하 추행죄)을 적용해 A대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대위는 함정수사 논란을 일으킨 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조사에 적발된 피의자 중 한 명이다.

추행죄는 한국 동성애 차별의 상징과 같은 조항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폐지를 권고했다. 헌법재판소(헌재)에 세 차례 올라갔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났다. 가장 최근인 2016년 7월에는 합헌 5, 위헌 4로 갈렸다. 군내 동성애자 색출 조사 논란과 A대위 판결을 계기로 추행죄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논란을 문답 형태로 정리했다.

무엇이 논란인가?

군형법상 추행죄가 동성애를 차별하는 법인지, 그렇다면 그 차별이 합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군형법의 추행죄에서 ‘추행’이 강제추행을 뜻하지는 않는다. 일상용어에서 사용하는 ‘성추행’과는 의미가 다르다. 추행죄에서 추행이란 ‘항문성교’에 준하는 성적 행위를 말한다. 적용 대상은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 군무원, 군적(軍籍)을 가진 군학교의 학생·생도와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이들 중 ‘남성 동성 간의 성적으로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을 하면 처벌받는다. 남녀 간에도 항문성교가 가능하지만, 입법과 법 집행의 연혁을 보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남성과 여성 군인이 아닌, 남성 간 성접촉만을 범죄로 본다. 문제는 남성 동성애를 처벌하는 이 법이 군대의 특수성 때문에 용인될 수 있는가이다.

군대는 거의 남성들끼리 모인 공간이고, 상명하복이 철저하며, 강한 규율을 요구한다.

추행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헌재 다수의견의 핵심 논리가 그것이다. 헌재는 추행죄의 보호 법익이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고 봤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군의 전투력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의미다. 2016년 7월 헌재 다수의견은 이렇게 쓴다(2012헌바258). “군대는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으며,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군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로 헌재는, 추행죄가 남성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라 해도,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용인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남성 동성애를 차별해 처벌할 수 있다는 헌재 다수의견은 결국, 남성 동성애가 이성애보다 군의 전투력에 끼치는 손실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논거는 분명하지 않다. 성관계 자체가 전투력 손실이라면 동성애와 이성애의 차별은 근거가 없다. 강요된 동성 간 성접촉이 전투력 손실이라면, 합의된 동성애를 처벌할 이유가 없다. 동성애를 허용하면 동성애가 확산되어 ‘성 군기’가 무너진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동성애는 전염되거나 학습되는 성향이 아니라 선천적 성향이다. 미군은 2011년에 동성애자 강제전역 정책을 철폐했다. 지난해 9월 애슈턴 카터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동성애자 강제전역 조치) 폐지 5년 뒤 우리 군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졌다”라고 말했다. 현재 주한 미8군 부사령관 태미 스미스 준장은 레즈비언이다.

추행죄는 ‘성인의 자유로운 상호 동의’에 의한 병영 밖 성관계도, 남성끼리라면 처벌할 수 있다. 헌재 다수의견이 제시한 논거(“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감행할 가능성”)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관계를 사실상 강요하는 ‘위계 또는 위력’의 문제다. 상호 합의된 성관계에 적용하기 어렵다. 현행 추행죄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두 성적 접촉, ‘위계에 의해 강요된 접촉’과 ‘합의된 접촉’을 같은 조항으로 동시에 처벌한다. 그것도 오직 남성 동성애자에 대해서만 그렇게 한다(폭행 협박에 의한 강제 접촉은 별도 처벌 조항이 있다).

군대에서는 ‘강요된 접촉’과 ‘합의된 접촉’ 사이의 미묘한 상황이 많다. 추행죄가 없으면 ‘미묘한 강요’를 처벌하기 어렵지 않을까?

오히려 그 이유에서라도 추행죄 폐지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추행죄는 ‘강요’인지 ‘합의’인지 묻지 않는다. 오직 동성 간 접촉인지만 따진다. ‘강요된 동성 간 접촉’의 피해자라 해도 추행죄 아래서는 범죄 용의자가 된다. 수사기관 처지에서도, ‘강요’와 ‘합의’가 애매할 때 진실을 끝까지 파헤칠 동기가 적다. 강요된 접촉을 처벌할 동력이 약해진다.

군사법원은 A대위가 “하급자를 수차례 추행”했다고 발표했다. 강요된 접촉 아닌가?

A대위를 변호한 김인숙 변호사는 “군사법원이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비틀어 발표했다”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A대위가 기소된 ‘동성 성접촉’은 데이팅 앱을 통한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그 합의 상대가 계급상 하급자였을 뿐이었다. 협박이나 위계가 없었다는 점은 군검찰도 인정한 사실로, 법정에서 다툼이 없었다.” ‘추행’이라는 용어가 일상용어의 ‘성추행’과 다르다는 사실은 앞서 살펴본 대로다.

군사법원은 A대위가 “일과 시간 중에 병영 내”에서 성접촉을 했다고도 밝혔다. 군의 영내 성접촉은 강요든 합의든 금지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추행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헌재 소수의견도, 그 대목에는 전투력 보호를 근거로 동의한 바 있다. 다만 김 변호사에 따르면, A대위의 기소 사유가 된 성접촉들 중 한 차례만이 영내였다. 영외 접촉들도 함께 유죄 선고를 받았다(영내 접촉은 공동생활 공간이 아니라 A대위의 독신자 숙소였다). 추행죄는 애초에 영내·영외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추행죄 존치 여론은 상당히 높다.

인권법 연구자인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는 이렇게 진단했다. “군대에서 강요된 동성 간 접촉을 당하고 분노하거나, 가족이 그런 강요를 당할까 봐 걱정하는 시민이 상당히 많다. 이 분노와 걱정에 동성애 혐오 진영이 연합한 것이 추행죄 존치론이다. 이 연합을 끊어내야 한다. 동성애 혐오 진영은 설득하기 어렵다면, 분노와 걱정으로 추행죄를 지지하는 전자의 여론과 대화해야 한다.” 추행죄가 ‘강요된 접촉’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위계에 의한 추행’을 처벌하는 대체 입법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며 합의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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