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내년 지방선거도 보수는 어려울 것”
  • 차형석 기자
  • 호수 504
  • 승인 2017.05.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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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우리가 진정으로 왕정을 종식하고 민주정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보수의 재구성을 위해 보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무소속이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바른정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남경필 후보를 도왔지만 입당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새누리당 등 옛 여권 정당에 몸담았을 때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꼽혔지만 이상득 전 의원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다. 그 뒤 권력 사유화를 앞장서 비판하며 미운털이 박혔다. 또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일가’ 문제를 맨 앞에서 지적했다. 그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 내내 유령 취급을 받았다”라고 했다. 한때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정치평론가 노릇도 했다. ‘선수’일 때보다 ‘해설자’일 때 ‘판’을 더 잘 볼 수도 있다. 그에게 보수의 쇠퇴 그리고 보수의 재구성을 물었다.


보수가 왜 쇠퇴했다고 보는가?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자.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할 때 항상 뭐라고 시작했냐면 ‘정통 보수 야당인 우리 민주당은’이라고 했다. 3당 합당 이후부터 이런 말이 사라졌다. 과거 자유당이나 공화당은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독재를 하는데 어떻게 보수 정당인가? 1987년 민주화 이후 극우적인 성격을 띠었던 정당이 민자당, 신한국당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보수정당화한 것이다. MB 정부도 보수가 쇠퇴·몰락하는 데 기여했다. 권력은 공공재인데, 이를 사유물로 여겼으니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옛날로 회귀해 새누리당이 극우 정당, 수구 우파가 되어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독재이고 전제주의다. 새누리당은 거수기 노릇을 하는 극우 정당으로 전락했다. 보수층이 박근혜 하는 짓을 보니까, ‘보수가 아니네’ 하고 떠났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몰락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어떤 정책이 가장 문제였나?

냉전 시대의 흑백논리, 매카시즘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것 말고는 한 게 없다. 박근혜는 정책을 집행할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구멍가게도 운영 못할 사람에게 나라를 맡긴 것이다. 그 사람의 정책을 말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박근혜가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새누리당 소속이었지만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를 찍지 않았다. 선대위에 들어오라는 것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거절했다.

ⓒ시사IN 윤무영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정두언 전 의원은 “정치를 하려야 할 재간이 없다.
둥지가 없어졌는데 어디에서 정치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최근에 낸 책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시간>에서 박근혜 게이트를 ‘조선역사 일천 년래 제일대 사건’이라고 했는데.


민주공화국을 설립했지만 한국에는 왕정의 잔재가 짙게 남아 있다. 국민 가운데 민주국가의 시민이라기보다는 왕정주의 시대의 신민이라고 할 사람들이 많다. ‘태극기’ 든 사람들이 그렇다. 군정은 종식되었는데 왕정은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우리가 진정으로 왕정을 종식하고 민주정으로 들어가리라고 본다. 역대 정부에는 친인척의 법칙이 있다. 항상 대선 자금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위험하니까 그 관리를 친인척에게 맡긴다. 친인척한테 맡기면 떼어먹어도 덜 아까우니까. 위험한 일을 맡으니 실세가 되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거기에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붙고 국정 농단을 하게 된다. 나는 이상득 전 의원이 최강의 친인척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역대 최강 최순실이 나타난 거다. 권력자보다 더 높은 지위에서 권력자를 부린 거다.

몰락한 보수, 재건할 수 있을까?

대략 6대4 비율로 나누면 된다. 36은 보수 우파, 24는 야당 세력, 16은 좌파·극좌, 24가 중도라고 본다. 지금까지 대선은 중도 빼앗기 싸움이었다. 지금은 이 구도가 깨져버린 것이다. 사회는 뭐든지 균형을 이루게 만든다. 국민들이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우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보수가 복원되긴 될 텐데 이번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른바 좌파 정권이 한두 번 정도는 한 후에나 복원될 것 같다.

보수의 재구성, 어떻게 해야 하나?


딱 집어서 미안한데, 김무성 의원을 대표로 하는 구태 정치인은 좀 사라져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그런 구태 정치인이 사라질 때 복원이 시작되는 거다. 구태 정치인들, 한 세대가 없어져야 한다. 아마 다음 총선 때는 사라질 것이다. 인적 청산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자유한국당도 최경환 의원이니 다 그대로다. 아직 매를 덜 맞은 거다. 잘못했으면 뒤로 빠져야 하는데 총선 이후에 친박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렇게 후안무치하고 질긴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내가 김종인 대표한테 물어봤다. 자유당 때도 저런 인간들이 있었느냐고. 그랬더니 ‘그때도 저렇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더라(웃음). 그 세대가 물러나면 보수가 뭔지, 보수에 대한 이론적 논쟁도 필요하다.

보수에 대한 이론적 논쟁이란 게 뭔가?


영국의 보수당을 볼 필요가 있다. 영국 보수당은 지주계급과 귀족계급의 정당이었다. 곡물법 파동을 계기로 부르주아 정당으로 변신한다. 수입 밀에 관세를 늘려 지주계급의 이익을 보호했는데, 나중에 도시 노동자들 삶이 어려워지니까 관세를 철폐했다. 사회 변화에 맞추어서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했다. 시대 변화에 맞추어서 증세가 필요하면 증세도 하고, 감세를 철회할 일이 있으면 철회하는 것이다.

보수를 재구성할 때 반드시 지켜내야 할 보수의 가치가 있다면?


보수는 시장·성장·자유를 중시한다. 민주국가의 4대 요소가 법치주의 확립, 자유경제 실현, 기회균등의 보장, 취약계층의 보호다. 이게 되어야 민주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선순위가 앞에서부터 이렇게 될 때가 보수이고, 뒤(취약계층의 보호)에서부터 우선순위를 둘 때 진보다. 법치주의는 권력을 쓸 때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외고 문제’ 같은 경우는 경제로 치면 고약한 독과점에 해당한다. 자율 경쟁에 맞지 않는 거다.

왜 바른정당에 합류하지 않았나?


창당 작업을 같이하려고 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이 오는 것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옥쇄 들고 나르샤’ 한 구태 정치인의 표상이 오면 그게 무슨 개혁보수 신당이냐? 또 바른정당이 새누리당, 자유한국당과 뭐가 다른가? 선거연령 인하를 반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도 반대하고. 그러니까 지지율이 5%도 안 되는 거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두 보수 정당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대로 갈까?


못 갈 것 같다. 일단 바른정당에서 뛰쳐나올 것 같다.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김무성파’니 ‘유승민파’니 하고 싸우다 공중분해될 것이다. 아주 일부는 국민의당으로 가고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컴백할 것이다(편집자 주:이 인터뷰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선언 이전에 이루어졌다). 지금 이대로라면 보수 처지에서 내년 지방선거도 굉장히 치르기 어려울 것이다.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가 이후 보수를 재건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홍준표 후보는 21세기 지도자로서는 촌스러운 사람이다. 지도자 될 가능성도 전혀 없으니까 거론할 필요도 없다. 아마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를 다시 하려고 할 수도 있다. 유승민 후보는 덕이 없다. 재승박덕의 전형이다. 제2의 이회창이다. 똑똑하긴 한데 덕이 없어서 주변의 호감을 못 얻는다. 그러고서 국민 호감을 어떻게 얻겠나.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은 보수 정당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없나?


거기는 지지층이나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지역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다. 한쪽에 맞추면 다른 쪽이 운다. 안철수 후보가 그런 걸 통합해낼 카리스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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