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4월25일 ‘JTBC 주관 후보자 토론회’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창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이 받은 640만 달러는 뇌물이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팩트 체크’했다.

“동성애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에 1만4000명 이상 에이즈가 창궐하는 것 아십니까?”

사실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 바로알기’를 보면, 에이즈는 동성애가 아니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일으키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HIV는 사람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인데, HIV에 감염되었다고 바로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는 HIV 감염인이 많다. HIV 감염인 중에서 면역체계가 일정 수준 이하로 손상된 사람과 그로 인해 여러 증상이 나타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른다. 1981년 첫 에이즈 환자가 보고된 이래 연구와 치료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HIV 감염은 의학적으로 더 이상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라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동성애가 HIV 감염의 원인인 것도 아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의 성 접촉 △HIV 감염인의 혈액 △HIV 감염인 산모의 출산을 통해 HIV에 감염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인가?’라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이 같은 오해는 에이즈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애자들에게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또한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설명한다.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취약한 집단인 이유는 “그들이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동성 간의 성관계를 갖기 때문이 아니다”(질병관리본부). 예를 들어 항문성교를 콘돔 없이 하는 경우,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게 되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된다. 비동성애자보다 항문성교를 더 빈번하게 하는 동성애자가 HIV 감염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즉 “HIV는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된다”(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8월 펴낸 ‘2015 HIV/AIDS 신고 현황’을 보면, 2015년 현재 내국인 HIV 감염인 1018명 중 감염 경로를 이성 간 성 접촉이라고 답한 이는 364명, 동성 간 성 접촉이라 답한 사람은 288명, 무응답은 366명으로 조사됐다.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맺는 경우 똑같이 HIV에 감염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전체 HIV 감염인의 98% 정도가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므로, 콘돔 등을 사용한다면 HIV는 효과적으로 예방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동성애를 HIV 감염과 연관 짓는 것은 HIV나 에이즈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감염 위험 집단이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나 검진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고, 위험 집단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HIV 감염 가능성이나 안전한 성관계의 중요성을 경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비위원회),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2016).

“지금 대한민국에 1만4000명 이상 에이즈가 창궐한다”라는 홍 후보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현재 HIV에 감염되었거나 그로 인해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는 생존 내국인은 1만502명이다. 홍 후보가 말한 1만4000명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연도별 신규 내·외국인 HIV/에이즈 신고 수를 모두 더한 수치인 1만3909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망자를 포함한 수치일 뿐 아니라, 에이즈 환자가 아닌 HIV 감염인도 포함한 수치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신고도 집계하고 있지만, 누락 사례가 많아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이 수치를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640만 달러는 뇌물이니까 환수해야 할 것 아닙니까?”

640만 달러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로 받았다고 주장한 금액이다.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각종 비리를 수사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박 회장한테 받아내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그해 6월12일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사 종결(공소권 없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서는 내사 종결(입건 유예) 처분했음을 밝혔다. 검찰은 “박연차의 자백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진술, 송금 자료, 환전 자료 등 제반 증거에 의하면 피의사실은 인정된다”라고 발표하면서도, 관련 참고인들의 사생활과 명예가 훼손된다며 구체적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640만 달러는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박 전 회장 측에서 받아 전달한 100만 달러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 △박 전 회장의 홍콩법인 APC 계좌에서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 측 계좌로 건네진 40만 달러를 합한 금액이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주겠다는 취지로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애들(아들 건호씨·조카사위 철호씨)을 도와주라고 해서 500만 달러를 보냈다” “정 전 비서관이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주며 ‘집 사는 데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어른께서 전하셨다’고 말해 40만 달러를 송금했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 중 어느 것도 자신이 요구한 적이 없다고 생전에 반박했다. 서거 전인 2009년 4월7일 올린 사과문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라고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후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를 요구해 전달했다고 박 회장이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라고 부인했다. 500만 달러에 대해서는 “퇴임 후에 알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성격상 투자이고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앞서의 사과문에서 밝혔다. 40만 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100만 달러에 포함되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 모든 돈을 뇌물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뇌물죄로 처벌하려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되어야 한다. 업무 범위나 대가 관계를 광범위하게 인정해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포괄적 뇌물죄’라 하더라도, 혐의를 받는 노 전 대통령이 금품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대검 수사 때 변호사로 입회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검찰이) 박연차 회장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없었다”라고 썼다.

검찰이 구체적 증거관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2009년 6월12일자 검찰 수사 결과 발표문에도 자세한 내용은 없다. 청와대 경호처가 보존 기간 경과로 노 전 대통령의 통화 내역 확인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했다는 사실과, “이번 사건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됨”이라는 내용만 있다. 다만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2011년 6월1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회장은 2007년 6월 말 100만 달러를 전달하기 전에 청와대 만찬에 초대돼 돈을 요구받았고, (돈을 준 후)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심각한 비난이 쏟아졌던 사건이며, 대검 중수부 폐지를 비롯한 정치 검찰 개혁 요구가 분출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2015년 2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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