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교육 공약 핵심인 5-5-2 학제개편안은 2012년부터 안 후보와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57·사진)가 함께 다듬어왔다. 안 후보 캠프의 교육혁신위원장을 맡은 조 교수를 4월1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윤성희


학제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주역〉에 혁언삼취(革言三就)라는 말이 나온다. 커다란 변화 앞에서 기존 제도에 익숙한 분들은 모두 조금씩 의심하고 회의할 수밖에 없다. 기다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 수요자들의 욕망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시스템만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완벽하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왜곡된 방향이 유연화될 수 있다. 학제개편의 핵심 중 하나가 무학년 학점제이다. 보통교육을 마친 뒤 미래학교에서 보내는 2년은 오로지 자기 진로를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이다. 직업이든 진학이든 창의적으로 자신의 길을 탐색해나가면서 지금처럼 한 가지 욕망으로만 매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제가 개편된다고 대입 경쟁이 사라질까?

실제 서울 강북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새 학제가 도입됐을 경우 54%가 진학이 아닌 직업 전문으로 진로를 개척하고 싶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정말로, 자기의 길을 갈 수 있으면 한번 해보고 싶은 거다.

안 후보의 학제개편안은 고용과 노동시장에 차별이 없는 이상적 사회를 가정하고 만든 느낌이다.

학제라고 하는 게 단순히 초·중·고교가 아닌 대학과 노동시장까지 연결된 전체의 통합 시스템이다. 그것을 위해 이미 안철수 후보는 차별금지법이나 청년취업보장제와 같은 정책을 내놓았다.

고용·노동 차별 환경 개선이 선행된 뒤에 학제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어떤가?

이미 세상은 변해서 4차 산업혁명에 들어가 있는데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것은 10~20년을 또 이 상태로 두고 보겠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굉장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재원은 정확하게 낼 수 없다. 대략 8조원 정도가 시범 사업을 위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든다.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

학제 전환에 따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우려가 도입 첫해 두 나이대 아이들이 함께 입학했을 때의 문제이다.

오해가 있는데 단순히 두 배가 아니다. 예를 들면 첫해에는 원래 들어가는 만 6세에 더해 만 5세 가운데 3~4월생 정도까지만 간다든지 그렇게 한 5년을 조정하며 차분하게 이어갈 수 있다.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여러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시·채용 경쟁률 두 배도 이야기하는데 이미 전체 정원 대비 대학 입학률이 90% 정도로 100%가 안 된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기 때문에 이 비율은 더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자꾸 현재를 가지고 미래를 재단한다. 20년 후에 한국 노동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나? 일본은 지금 청년 구인난 상황이다.

학제개편안이 담고 있는 내용적 부분을 현행 6-3-3 학제 안에서 살릴 수는 없나?

지금은 모든 것이 다 입시로 연결된다. 확연하게 금을 그어서 5년-5년 동안 보통교육은 별도로 하고 자기가 구성하는 2년을 확연히 구분해야 한다. 내용만 적당히 집어넣는다고 절대 되지 않는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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