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기업 삼성전자가 또 한 건 했다. 4월18일부터 개통을 시작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8이 ‘붉은 액정’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제품인데도 화면 색상은 전혀 다른 비교 사진들이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기기 자체 결함이 아니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누리꾼들은 이 ‘결함 없는’ 기기들을 두고 “사쿠라 에디션” “갤럭시스팔” “AMOred”라는 별칭을 붙였다. 제품 겉봉에 적힌 검수자에 따라 불량 확률이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made by 고남기’라 적힌 제품은 붉지 않다는 것이다. “검수 장인 고남기 선생”이란 찬탄을 자아냈다. “고!장난 남!의 기!계”라는 삼행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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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은 대선판에도 나왔다. 4월19일 ‘KBS 초청 주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인가?”라고 다그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사진)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각각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찬양·고무 등 조항은 개선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튿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주적이라는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문 후보의 안보관은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에 다다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색깔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홍준표 후보의 ‘돼지흥분제’ 이슈 때문이다. 2005년 홍 후보가 쓴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홍준표 후보는 이 책에 “대학 시절 하숙집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고 하숙집 동료들끼리 구해줬다”라고 적었다. ‘꿈꾸는 로맨티스트’라는 제목 아래 적힌 내용이다. 논란이 커지자 4월21일 홍 후보는 “자기(하숙집 동료)들끼리 그런 일을 하고 이야기를 하길래 재밌게 엮은 것이다. 10년 전에 해명한 사건을 또 들추는 걸 보니 내가 유력 후보가 되기는 한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그 하숙집 사람들이 한국 경제계를 다 쥐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작금의 태평성대는 그 시절 ‘로맨티스트’들의 공로인 셈이다.

자칭 ‘유력 후보’ 홍준표는 ‘일베 저장소’에서도 외면받는 모양새다. 4월21일 이 사이트에는 ‘홍준표 유세 현장에 젊은이들 몰렸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낚시’였다. 본문에는 노인들로 가득한 유세장 사진과 ‘월리를 찾아라’ 그림을 나란히 두고 “솔직히 뭐가 더 어렵냐”라고 적혔다. “월리 찾는 게 더 쉽다. 최소한 한 명은 있다는 뜻이니까”라는 댓글이 달렸다. “60 이하는 다 젊은이야” “자슥아, 저 정도면 청춘이지 난 허리가 굽어서 못 갔다”라는 반론도 있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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