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일본의 실업률은 23년 만에 가장 낮은 2.8%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률(취직 내정자/취직 희망자)은 97.3%였고 전체 대학 졸업자 중 취직자의 비율도 약 75%로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역시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과도 관련 있지만 동시에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경제 상황 덕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정말 아베노믹스로 인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을까?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지출’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에 기초한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을 말한다. 2013년 초 아베노믹스를 도입한 일본 정부는 2015년 9월에는 2단계 계획으로 명목 GDP를 높이고 저출산 및 고령화 대비책을 제시했다. 2016년 5월에는 이에 기초한 ‘일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했다.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 등 새로운 통화정책을 실시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을 통해 오랜 불황과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아베 정부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아베가 총리를 3회 연임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에 대해 장기 불황으로부터 일본 경제를 구했다는 찬사와 더불어, 현재의 재정 상황과 금융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아베노미스(아베의 실수)’라는 비아냥도 있다.
 

ⓒEPA3월1일 도쿄에서 열린 구직 행사에 참여한 직업학교 졸업생 1500여 명이 구직 의지를 보여주는 선서를 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4년, 이제 냉정하게 그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볼 때다. 먼저 경제성장률을 보면,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는 2000년대에 평균 약 1%의 저성장을 기록해왔다. 아베노믹스가 실시된 2013년 실질 GDP 성장률이 2%로 높아져 일본 정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0.3%로 급락했고, 2015년에는 1.2%, 2016년에는 1%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연간 0.8%의 잠재 성장률보다는 높은 성장이지만 경기 회복세가 그리 강하지는 않은 현실이다. 최근 분기별 성장률은 마이너스 금리가 실시된 2016년 1분기 0.6%에서 4분기에는 0.2%로 하락했다. 무엇보다 민간 소비가 정체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간 소비는 2014년 소비세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실질 민간 소비지출 증가율이 2014년과 2015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6년에도 0.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들어 기업들의 단기적인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단칸 지수’가 높아졌고, 은행의 대출 증가율도 상승 중인 것은 희소식이다.

재정지출 35%를 나라 빚 내서 메우는 실정

아베노믹스의 중요한 목표는 오랫동안 일본 경제를 짓눌러온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디플레이션은 소비와 투자를 뒤로 미루어 경기 불황을 심화시키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경기 회복을 진작하고 명목 GDP를 높여 국가 채무 비율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이끄는 일본중앙은행은 2013년 4월 이후 국채 등을 매입하는 양적·질적 완화 정책으로 2년 내에 본원통화를 두 배로 늘려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0.4%를 기록해 디플레이션으로부터는 탈출했지만 전년도보다 미세하게 높아졌을 뿐이다. 2014년의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2.7%로 치솟았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거하면 1%대다. 인플레이션율도 2015년에는 0.8%였지만, 2016년에는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2017년 2월 현재도 전년 대비 0.3% 오른 데 불과한 현실이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라는 하마다 예일대학 교수도 지난해 말, 물가와 환율을 고려하면 아베노믹스의 금융 완화 정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경제의 빠른 회복을 가로막는 것은 역시 소비 부진이다.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인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5년까지 5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와 엔화 약세로 기업 부문(금융보험업 제외)의 경상이익이 2012년 4분기 12.8조엔에서 2016년 4분기엔 20.8조엔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주가도 많이 올랐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과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업들은 수익 증가에 비해 투자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설비투자도 주로 기존 설비의 유지와 보수를 위한 것이었다. 아베 정부는 이른바 ‘관제 춘투(官製春鬪)’를 통해 기업들에게 임금 상승을 촉구했다. 대기업들은 2% 넘게 임금을 올렸지만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2016년에는 경기 회복의 확산과 더불어 드디어 중소기업의 임금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현금 급여 총액으로 측정한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0.7% 상승했다. 그러나 보너스를 제외한 기본급은 0.3% 인상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가계소득과 소비 부진은 특히 저소득층에게 심각하다. 전체 노동자의 38%에 달하는 비정규직 증가와 불평등 심화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특히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에도 노동소득분배율(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했고 격차는 개선되지 않았다. 아베 정부가 최근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 등의 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관련이 크다.


한편 경기가 회복되어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아베노믹스의 취약점에 대해 염려한다. 먼저 일본 정부의 부채가 GDP의 2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은,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가 채무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아베노믹스의 아킬레스건이다. 2017년 일본 정부의 예산을 보면 재정지출의 4분의 1은 기존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 다른 3분의 1은 고령화 관련 사회보장에 지출된다. 재정지출의 35%는 나라 빚을 내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자들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물가인상과 경기 회복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 상황으로 인해 아베 정부는 재정지출을 별로 늘리지 못했다. 2014년 4월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인상했는데, 그로 인해 심각한 경기 후퇴를 겪었고 2차 소비세 인상은 두 차례나 연기되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통화정책에 기초한 경기 회복으로 명목 GDP가 2012년 약 495조 엔에서 2016년 537.3조 엔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세수도 증가해 최근 재정적자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속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도 지적한다. 2017년 3월 말 현재 중앙은행이 380.7조 엔으로 전체 국채의 약 42.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속도로 국채 매입이 지속되면 2019년 말에는, 중앙은행이 전체 국채 가운데 63%를 갖게 될 전망이다. 민간 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 안전자산(국채)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 자체가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일본중앙은행은 앞으로 해외 국채 매입 등 또 다른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양적완화가 지속되면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의 전환, 즉 출구전략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일본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금융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이라는 아베노믹스의 세 개 화살 가운데 금융완화만 과녁을 맞혔을 뿐, 재정지출은 소비세 인상으로 날아가다 떨어졌고 성장전략은 아직 제대로 날아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아베노믹스는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으로 신음하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과다한 국가부채 등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불균형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아베노믹스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일본 경제의 미래는 2단계 아베노믹스 계획이 강조하는 구조 개혁과 임금 상승에 기초한 성장 및 분배의 선순환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기자명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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