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 좋음’? 직접 재보니…
  • 임지영 기자
  • 호수 501
  • 승인 2017.04.27 23: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날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난 1~3월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나빴다.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은 일상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을까.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일주일간 직접 재보았다.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업체 담당자는 덤덤하게 말했다. “주문이 밀려서 지금 구매해도 일주일 뒤에야 발송 가능합니다.” 눈여겨본 또 다른 제품 역시 중국에서 직수입해 도착 일자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사정한 끝에 회사가 테스트용으로 보관 중이던 중고 기기를 받기로 했다. 2시간 뒤, 가로 세로 각 5.5㎝, 두께 2㎝, 무게 66g짜리 기계가 도착했다. 성인 손바닥을 넘지 않는 크기였다. 공기흡입구와 출입구, 전광판이 달려 있었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다. 화면에 뜬 초록색 숫자가 〈시사IN〉 편집국의 미세먼지 수치를 알렸다.

지난 1~3월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나빴다. 미세먼지 주의보 역시 2015년 55회, 2016년 48회에 비해 올해 86회로 증가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연희씨(가명·32)는 지난 3월 비염 판정을 받은 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침이 심해 감기인 줄 알았다. 미세먼지를 원인으로 의심했더니 의사가 관련성을 인정했다. 이비인후과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가득했다.

ⓒ연합뉴스미세먼지 상태가 ‘보통’을 기록한 4월4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도심의 빌딩숲이 먼지에 싸여 있다.

아이를 키우는 허지호씨(가명·33)는 어린이집에서 숲 체험을 간다는 말에 좌불안석이었다. 아이는 결막염을 앓고 있었다.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그날 ‘나쁨’을 가리켰다. 어린이집에 문의하니, 숲이 있는 서대문구 수치는 ‘보통’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심할 수 없어서 결국 실내 활동으로 대체했다. 가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허씨는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전국 대기오염도 공개 사이트 ‘에어코리아’보다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를 더 자주 참고한다. 휴대전화에 다운받은 미세먼지 관련 애플리케이션만 7개다.

봄날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집과 학교, 사무실은 물론이고 흐드러진 벚꽃 아래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표정이 잘 읽히지 않는다.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일상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일주일간 직접 재보기로 했다. 휴대용으로 선호도가 높은 약 7만원짜리 미세먼지 측정기는 수치에 따라 웃는 얼굴(보통), 입을 다문 얼굴(나쁨), 화난 얼굴(매우 나쁨)로 바뀐다. 내부의 레이저 센서가 입자의 크기를 구분한다. 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작은 먼지를 일컫는데 이것의 4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의 먼지)가 우리 건강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처음 재본 사무실 수치는 24㎍/㎥(이하 초미세먼지 기준). 웃는 얼굴이었다.

옥상 22㎍/㎥, 도로 66㎍/㎥


측정기를 본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간단한 조작법과 작은 덩치가 어딘지 허술해 보인다는 의견이었다. 확인차 〈시사IN〉 편집국에서 가까운 측정소를 찾았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 마포아트센터 옥상에 미세먼지 측정소가 있다. 오후 6시 기준, ‘에어코리아’ 공식 수치는 22㎍/㎥였다. 전후 각각 30분 동안 간이 측정기가 20~38㎍/㎥ 사이를 오갔다. 바람과 위치에 따라 매번 달랐다.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추세를 살피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같은 시각, 마포아트센터 건물의 실내 수치는 16㎍/㎥였다. 건물 밖 지상은 66㎍/㎥로 옥상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규정에 따르면 측정소는 지상 1.5m 이상, 10m 이하의 높이에 설치해야 하지만 전체의 절반가량이 기준보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더구나 측정기가 있는 옥상은 왕왕 흡연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날의 수치는 옥상을 기준으로 하면 ‘좋음’이지만 사람의 눈높이에선 ‘보통’이었다.

ⓒ시사IN 조남진임지영 기자가 서울 마포아트센터 옥상에 위치한 미세먼지 측정소 앞에서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공식 기록 9㎍/㎥, 휴대용 측정기 42㎍/㎥


4월7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숲으로 가자’라는 문구가 쓰인 초록색 모자를 쓴 유치원생들이 친구 손을 맞잡고 교사 뒤를 따랐다.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 광진구 미세먼지 측정소의 정오 수치는 9㎍/㎥였다. 휴대용 측정기는 그보다 다소 높은 42㎍/㎥였다. 어렵사리 보통(16~50㎍/㎥) 수준에 머물렀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25㎍/㎥)으로 봤을 때 결코 낮지 않은 수치였다. 한국의 미세먼지 환경 기준은 WHO 권고 기준에 비해 2배가량 높아 느슨하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은 미세먼지 취약 계층으로 분류된다.

이날 세종대에서 한국대기환경학회가 주최하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장의 미세먼지 농도는 23㎍/㎥로, 바깥보다 낮았다. 이날 참석한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3일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경유차 조기 폐차, 친환경차 보급 등)으로 지난 1~3월 미세먼지가 280t 줄었지만 농도는 오히려 짙어졌다.

정부는 불리한 기상 여건과 국외 요인을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만큼 대기 질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에어비주얼(Air Visual:국가별 공기 질 측정 공개 사이트)에서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2위를 기록해 논란이 됐는데 이는 시차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인 데다 205달러짜리 간이 측정기로 잰 거라 오류가 있다. 그런 데이터를 두고 실제 상황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과장된 거다”라고 말했다. 예보나 수치의 정확성이 떨어져, 외국 기상청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두고 휴대용 측정기를 구입하는 시민들의 절박함과는 체감지수가 달랐다.

서울 이수역 34㎍/㎥, 경기 안산은?

서울보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4호선을 타고 서울 외곽으로 향했다. 이수역에서 34㎍/㎥이던 농도가 오이도역에 가까워질수록 짙어져, 금정역을 지날 때는 55㎍/㎥, 안산 한양대학앞 역에 도착해서는 74㎍/㎥로 높아졌다. 정작 안산 지역의 공식적인 초미세먼지(PM2.5) 수치는 알 수 없었다. 미세먼지(PM10) 수치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최근 기계를 설치했으나 가동 준비 중이었다. 미세먼지에 비해 초미세먼지 측정기의 보급률은 낮은 수준이다. 경기도는 올해 안에 28군데 지역에 측정기를 더 설치하기로 했다.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서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나 혈관으로 침투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미세먼지 수치가 낮더라도 초미세먼지 수치는 높을 수 있다. 대기 질 측정 기준 역시 초미세먼지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퇴근 지하철·도로변·공사장 100㎍/㎥ 이상

아침 출근길, 비교적 역사가 한산한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19㎍/㎥였다. 2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에 도착하자 48㎍/㎥로 뛰었다. 시청역에 이르러서는 100㎍/㎥가 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4호선 100개 역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PM10 기준 86.9~96.7㎍/㎥다. 일상적으로 ‘나쁨’ 수준인 셈이다. 세종대로 사거리, 강남역 앞 같은 8차선 도로와 대형 공사장 근처도 100㎍/㎥를 쉽게 넘겼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을 보면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 기여도 1위가 자동차 배출가스다. 건설 기계, 냉난방 기계가 뒤를 잇는다. 도심 속 공원에서도 농도를 측정했지만 도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어느 때는 한강이 뿌옇게 내려다보이는데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이었다. 반대로 하늘이 맑은데 농도는 ‘나쁨’을 기록할 때도 있었다.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야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고등어구이 999㎍/㎥ 이상

간이 측정기의 최대 관측 지수는 999㎍/㎥다. 일주일 동안 이 수치를 두 번 넘겼다. 고등어, 삼겹살을 구울 때였다. 지난해 환경부가 고등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저감 방안을 제안하면서 고등어구이를 예로 들었다. 환경부는 고등어를 구울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2290㎍/㎥으로 가장 높았고, 삼겹살 1360㎍/㎥→달걀프라이 1130㎍/㎥→볶음밥 183㎍/㎥ 순서라고 밝혔다. 조리 후 환기가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었는데,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때에 내놓아 마치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여겨졌다. 실제 집에서 고등어와 삼겹살을 구울 때 모두 999㎍/㎥ 이상을 기록했다. 환풍기만 켜도 금세 533㎍/㎥까지 떨어졌다. 환기한 지 5분이 지나자 256㎍/㎥, 30분이 되자 57㎍/㎥로 떨어졌다.

실생활에서 순간 미세먼지의 농도가 가장 높았던 장소는 부엌 혹은 식당이었다. 대형마트 시식 코너 앞도 예외가 아니었다. 삶거나 끓이는 메뉴가 주인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도 288㎍/㎥까지 농도가 뛰었고 간단한 요리가 나오는 분식집도 410㎍/㎥를 찍었다. 반면 야외 바비큐장은 연기가 가득한데도 133㎍/㎥ 정도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바비큐를 다 마친 뒤에도 통상 103㎍/㎥ 정도를 유지했지만 실내에서처럼 치솟지는 않았다.

집안 43㎍/㎥, 환기 후엔 58㎍/㎥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때 집안 환기가 걱정이었다. 바깥 수치가 65㎍/㎥이고 집안이 43㎍/㎥이던 날, 환기를 시키니 58㎍/㎥로 오히려 실내 농도가 높아졌다. 반대로 실내가 70㎍/㎥로 높은 상태에서 환기를 시켰더니 42㎍/㎥로 내려갔다. 미세먼지 취약 계층인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실내 오염도가 궁금해졌다. 100명 이상 규모의 국공립 어린이집과 10명 이상 정원의 가정 어린이집을 방문한 결과 두 곳 모두 ‘보통’ 수준인 바깥과 비슷한 농도였다. 그중 ‘맑은 실내공기 우수시설 인증’을 받은 국공립 어린이집은 반마다 공기청정기가 있었다.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공기청정기를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았다.

ⓒ시사IN 이명익2015년 3월6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가 서울 명동에서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의 실내 공기는 ‘다중이용시설 공기질 관리법’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 미세먼지(PM10) 기준 100㎍/㎥, 학원은 150㎍/㎥로 느슨한 편이다. 학교 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학교 실내 미세먼지 농도 역시 기준치가 100㎍/㎥이다. WHO 권고 기준의 2배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이라도 50㎍/㎥이면 야외 수업을 자제하라는 등 대응 매뉴얼을 강화했지만 실내 공기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미세먼지 0㎍/㎥


4월10일은 최근 일주일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옅은 날이었다. 육안으로도 하늘이 높고 선명했다. 측정기를 지닌 이후 처음으로 ‘에어코리아’ 공식 수치보다 낮은 때가 많았다. 서울 중구 공식 통계가 13㎍/㎥일 때 측정기로 잰 세종대로 사거리의 수치는 10㎍/㎥였다. 오히려 실내가 22㎍/㎥로 더 높았다. 기계 고장을 의심할 무렵, 미세먼지 농도 0㎍/㎥를 처음 목격했다. 하지만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모두 ‘좋음’이던 이날도 충남 서산만은 나빴다. 근거리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지난 2005년 경제학자 우석훈씨가 미래의 아이들을 ‘아픈 아이들의 세대’라 정의하며 같은 이름으로 책을 냈다. 한번 몸에 쌓이면 그것으로 끝인 미세먼지에 잠식당하는 디스토피아를 예견해 임신부와 아이들은 당장 서울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서울 지역의 모든 공사를 전면 중지하고 2년간의 대기 안정화 기간을 긴급 선포한 다음, 각 공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사총량제를 마련한다”라는 다소 급진적인 제안을 내놓았는데, 지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얘기만은 아니다. 예측과 다른 건 서울만 떠나서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측정기와 함께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 아침, 미세먼지 예보가 ‘오전 한때 나쁨’이었다. 약국에서 4000원을 주고 구입한 방진 마스크(KF80 등급 이상)를 착용했다. 약사는 미세먼지 여과 기능이 없는 마스크 대신 이것을 추천했다. 미세먼지를 80% 이상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이 묻어나는 불쾌감도 잠시, 곧 익숙해졌다.

‘한때 나쁨’이던 예보가 오후 들어 ‘나쁨’으로 변했다. 황사까지 겹쳐 한나절 만에 간이 측정기 화면의 얼굴 모양이 ‘웃음’에서 ‘울상’으로 바뀌었다. 이 봄 내내 대책 없이 뿌연 하늘을 맞이해야 할 사람들의 표정과 비슷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