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현씨(41)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조지아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후 소니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2011년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에 근무하면서 그는 동료들로부터 “한국 친구들 똑똑하다던데 왜 우리 회사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별로 없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전 세계 IT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엔지니어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하던 그는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강의를 하다가 깨달았다. 화려한 스펙을 갖춘 친구들은 삼성이니 네이버니 하는 국내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는 걸 선호하고, 스펙에서 스스로 밀린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아예 실리콘밸리에 도전할 엄두를 못 내거나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에 취직하겠다고 온 후배들의 인터뷰 준비를 도와주다 발견했던 공통점이 퍼뜩 떠오르더라고요. 다른 나라 지원자들은 인터뷰할 때 자기가 부족한 거 7~8개는 싹 감추고 잘하는 거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데 비해 한국 지원자들은 잘하는 거 놔두고 영어가 좀 서툰데, 미국 비자가 없는데 등 굳이 자기가 부족하다 여기는 것에 집중하죠. 그러면 인터뷰하는 처지에서는 당연히 장점보다 단점에 눈길이 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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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스냅챗, 에어비앤비 같은 실리콘밸리 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한 편씩 올리기 시작했다 (udemy.com/software-engineer-interview-unleashed). 대면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가는 질문, 어떤 지원자들이 주로 실패하는지 등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현재 영어로 된 41개 클립, 총 7시간 분량의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 조만간 한국말 자막이 들어갈 예정이다.

엔지니어인 배씨가 이처럼 인터뷰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된 데는 구글 인사위원회 멤버로 일하면서 수많은 서류를 검토하고 다양한 이력의 지원자들을 인터뷰한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

지난 3월28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장 채선주 네이버 부사장, 센터장 임정욱)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콘퍼런스에 참여한 그는 “때로는 면접 자리에서 ‘입사하면 언제 떠날래?’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회사가 편해지면 떠날 거다. 나태해지고 있다는 신호니까’라고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려는 것일까? 그는 얼마 전 구글을 나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로봇, 증강현실 등 키워드 몇 개만 귀띔했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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