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기자들도 잘 믿지 않지만, 영화배우 강동원씨와 나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말 개봉돼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마스터〉 때문이다. 〈마스터〉는 내가 8년여 동안 추적 보도해온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중국으로 도피한 조희팔의 오른팔 강태용을 중국 현지에서 체포한 과정을 담은 〈시사IN〉 추적 기사를 보고 조의석 감독 일행이 나를 찾아왔다. 조희팔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시사IN 양한모

이렇게 해서 강동원씨가 중국과 필리핀 등지를 무대로 영화를 찍었다. 그 기간에 나는 실제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을 쫓아 중국 산둥성 일대를 몇 달간 누비기도 했다. 실존 인물 조희팔 추적 취재는 추적 대상자가 조희팔과 닮은 사람으로 드러나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영화에서는 김재명 수사팀장(강동원)이 중국과 필리핀을 무대로 끈질긴 추격전을 벌인 끝에 진 회장(이병헌)을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탄핵 촛불집회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해 말 〈마스터〉 개봉 직전 시사회에 초대받아 강동원씨와 인사를 나눴다.

그런 강동원씨가 외증조부 친일파 논란으로 설화에 시달렸다. 1981년생인 그는 외증조부인 이종만의 친일 행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집안에서 일제 때 수완 좋은 금광사업가로만 듣고 자랐고,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된 것이다.

나는 1992년 이완용 증손자 이윤형씨의 증조부 땅찾기를 최초 보도한 이래 송병준·민영휘 등 일제강점기 친일파 후손들의 땅찾기를 연속 보도한 바 있다. 친일파나 그 후손의 삶에 관해 고민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이종만씨의 일제강점기 행적도 팩트 체크를 해보았더니, 일제에 헌납금을 내는 등 친일 행위를 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위안부 설립 자금을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인이긴 하지만 외증손자에게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강동원씨는 결국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과거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모두 저의 잘못이라 통감한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그의 사과로 파문은 일단락되었다. 강동원씨는 1987년 6월항쟁을 모티브로 한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을 예정이다. 영화배우로서 그의 열연을 응원한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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