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2007년부터 정기적으로 언론사 신뢰도 조사를 하는데, 2009년과 2010년에는 응답자의 30% 이상이 MBC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전체 언론 중에서 신뢰도 1위였다. 이명박 정부였지만 〈PD 수첩〉 등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나 4대강 사업을 추적 보도하고, MBC 〈뉴스데스크〉도 비판적 논조를 이어가던 때였다. 그런 MBC가 추락하기 시작한 건 170일 총파업 이후 경영진의 ‘인적 물갈이’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부터다. 2012년 조사에서는 단 6.9%만이 MBC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후 MBC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 번도 10%를 넘지 못했다(아래 그래프 참조).

MBC가 다시 반등할 기회는 없는 걸까? MBC 안팎의 공통된 의견은 ‘사장 인선’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은 “기본적으로 사장과 경영진이 바뀌어야 보도국이 바뀐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빨리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월13일 한국방송학회 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지배구조 개편도 중요하지만, 인사가 잘못되면 소용없다”라고 말했다.
 


방문진법 개정되면 ‘김장겸 사장 아웃’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9인)이 추천하고 MBC 주주총회에서 선정한다. 방문진 이사들이 재적 인원 과반 이상 찬성으로 선임과 해임의 권한을 행사한다. 방문진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과반수 추천으로 임명한다. 방통위는 지금까지 ‘관행’을 이유로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을 여당 추천 인사로, 3명을 야당 추천 인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사진 구성의 여야 추천 몫에 관한 정확한 법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현행 제도는 이사진 구성(6대3)과 과반수 의결로 인해 사실상 정권이 공영방송 사장 인선을 장악하는 구조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김재철씨가 MBC 사장으로 임명된 것도 이런 관행 때문이다. 2015년부터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고영주 변호사가 방문진 이사장을 맡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방문진 구성을 법제화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방문진법 개정안은 현재 9명인 이사진을 13명으로 늘리고, 국회가 이사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여당이 7명을, 야당이 6명을 추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의 임기는 현행과 같이 3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MBC 사장을 선임할 때 방문진 이사회는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하면, 방문진 이사회가 과반수가 아닌 재적 인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특별다수제). MBC 사장은 이 법이 시행된 후 3개월 이내에 이 법에 따라 임명되어야 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난 2월 새로 임명된 김장겸 MBC 사장은 3개월 이내에 물러나야 한다.

방문진과 자유한국당은 개정안에 반대한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현재 미방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의원이다. 방문진 관계자는 “방통위는 독립적인 기구지만 국회는 항상 정쟁이 발생하는 곳이라 방문진이 휩쓸릴 것이다. 사장추천위원회를 또 만드는 것도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BC 출신인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아직 희망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모두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고, 국민의당·정의당도 공감대가 높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도 만약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된다면 정치적 계산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대선 이후에 다시 한번 (제도 개선) 기회가 온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